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혜영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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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대리모.. 아르바이트?"



도쿄의 병원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리키'. 어느 날 동료 '데루'의 '쏠쏠한 제안'에 넘어가 난자 제공이라는 '아르바이트'에 지원하고, 뜻밖에 업체로부터 '대리모' 제안을 받는다. 난자 제공보다 훨씬 큰 보수를 제안받고 고민하던 리키는 결국 대리모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기리노 나쓰오 작가님의 작품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처음 읽은 작품부터 '내 취향은 아닌 것 같은데..' 싶었고, 두 번째로 읽은 대표작 [아웃]의 극단적인 전개에 정신이 혼미해진 나는 '이 작가님의 책은 더 안 읽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도 이번에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를 손에 들게 되었던 건 아마도 심상치 않은(?) 이 책의 설정 덕분이었을 거다.



스물아홉, 독신, 지방 출신, 비정규직

리키가 원한 건 더 편하게 살고 싶다는 것뿐이었고,

그녀가 가진 것은 자궁 하나뿐이었다



단 세 줄의 카피인데 보는 순간 숨이 턱.. 하고 막혀오며 2년 전에 읽었던 '장기 이식'을 소재로 한 책이 떠올랐다. 가난한 집 아이는 가진 게 없어서 장기를 팔고자 했고, 있는 집에서는 마치 쇼핑하듯 아이를, 장기를 골랐다. 자궁 역시 장기..라고 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또 상황이 다르다. 리키는 장기를 팔고자 하는 게 아니라.. 와, 이게 표현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순간 아찔했는데.. 어찌 보면 대리모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자궁을 임대..(미치겠다 진짜..) 어쨌든 그런 상황인데.. 대리모라는 것 자체가 단순히 한순간, 내 자궁을 빌려주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임신과 출산이라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최소 1년여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한없이 성스럽고 아름다운 -혹은 그렇게 포장된- 행위에 일면식조차 없던 여성이 대리모로 관여한다는 자체가 윤리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여기에 기리노 나쓰오라는 작가의 평소 스타일을 생각하면.. 이거 정말 쉽지 않겠는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없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5시 반까지 근무한 끝에 받는 월급은 실수령액 기준으로 14만 엔. 본가가 지방인 리키는 그중 5만 8천 엔을 월세로 써야 하니 남는 돈은 8만 엔 남짓. 여유로운 삶은 꿈 꾸기 어려운 금액이다. 그런 그녀에게 업체에서 대리모를 제안하며 제시한 금액은 300만 엔. 거의 1년의 시간을 써야 하고, 임신과 출산이라는 쉽지 않은 과정을 겪어야 하는 것치고는 너무 낮은 금액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꿈도 못 꿀 금액'이라는 리키의 첫 반응에 그녀가 처한 현재 상황의 암담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았다.



소설은 리키의 시점 외에도 그녀에게 대리모를 의뢰하고자 하는 부부.. 라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대리모를 원하는 남편 '모토이'와 여기에 자신이 관여할 여지가 조금도 없음에 갈등하는 아내 '유코'의 시점이 교차로 전개된다. 그런데 이 교차 시점이 참 불편하다. 알고 싶지 않은, 특히 대리모 제안을 받아들인 리키는 몰랐으면.. 싶은 불편한 진실을 당사자의 시점으로 적나라하게 알아야 하는 게 진짜 어질어질하다.



유명한 발레리노였던 모토이는 자신의 '우월한' 유전자를 남기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서 돈을 지불했기 때문에, 임신과 출산 기간 동안 리키를 철저히 '관리'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게 모토이의 입장에서는 관리지만 리키의 입장에서는 자유의 제한 혹은 속박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모토이의 생각은 자신을 제외한 두 여성에게 한없이 이기적이다.



유코의 상황은 복잡하다. 임신을 위한 시술로 인해 임신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그녀는 아이를 포기했다. 그런데 남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대리모를 원한다. 남편의 정자와 대리모의 난자, 그리고 대리모의 임신과 출산.. 그 과정에 유코가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다. 그렇게 낳은 아이를 과연 '나의 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써놓은 것만 봐도 정신이 혼미해지지만, 실제로 소설 속 상황은 훨씬 더.. 뭐랄까, 등장인물뿐만 아니라 독자까지 옥죄어 오는 듯한 답답함이 있다. 다소 극단적이라고 할 수 있을 상황의 설정에 그보다 더 극단적이라고 할 수 있을 인물들의 생각이 더해지는데 그게 마냥 소설 속 이야기, 상상 속 이야기라고 할 수 없는 절박함과 현실감이 있는 게 두렵기까지 했다. 기리노 나쓰오 특유의 끈적끈적하고 질척질척한 심리 묘사가 더해지니 읽을수록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고, 너무 아슬아슬한 이야기에 마치 내가 낭떠러지로 떠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읽는 내내 한순간도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어쩌면 그래서 더 강하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뻔할 수도 있을 이들의 '결말'이 궁금해서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눈을 돌릴 것인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것인가.."



소설에 더 깊이 몰입할 수밖에 없었던 건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입체적이고, 뭐랄까.. 잘 포장되어 있어도 한 꺼풀 벗겨내면 자신의 욕망에 지극히 충실하다..고 해야 할까..? 자신의 시점에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데, 그게 소설의 초반과 중반, 후반에 꽤나 다르게 다가온다. 이 책 속에는 한없는 선인도, 한없는 악인도 없다. 그냥 그 상황에 내가 가장 옳다고 생각하는 것, 나에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에 충실한 평범한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더 아슬아슬했고, 그래서 더 현실적이었다. '임신과 출산'이 중요한 소재이긴 하지만 그런 책이 으레 그렇듯 '모성'을 강조하는 책도 아니다. 어쩌면 오히려 모성에 의문을 던지는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흐르면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된다. 그중에는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강요되던' 것도 분명 있다.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거스러미처럼 왠지 모르게 거슬리던 것들을 적나라하게 까뒤집는 '무언가'가 나올 때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때 눈을 돌릴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하며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일 것인지..가 독자의 몫으로 남겨진다. 정말로 불편했고, 정말로 질척질척했지만 눈 돌리고 싶지는 않았던 책,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였다.




*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들었던 의문은 왜 이 책의 제목이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일까.. 였다. 그래서 이리저리 찾아보니 제목의 '제비' 혹은 한자 '燕'에 다양한 뜻이 있었다.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나무위키)

연상의 여자에게서 사랑을 받고 있는 남자, 제비족, 젊은 정부(情夫), 젊은 남첩(男妾)(파파고)

일본에서 제비는 봄을 알리는 길조(吉鳥)이자 행복, 풍요, 육아의 상징으로 여겨지며...(구글 AI)


여러 뜻을 보니 왜 제목에 제비가 들어갔을까..가 어렴풋이나마 이해가 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 좀 더 힘내보라고, 맘만 먹으면 더 위로 돌라갈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바보다. 스스로 노력하라고 해도 이미 출발점에서 저평가된 그룹에 들어가 버리면 자기 힘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생식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건 오로지 법과 인간의 감정뿐일지도 모른다.

돈으로 자궁을 산 다음엔 모성까지 사들이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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