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떠나면 고맙다고 말하세요
켈리 함스 지음, 허선영 옮김 / 스몰빅아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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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사라졌다. 연락도 없이 무려 3년 동안이나 자리를 비운 남편. 그동안 에이미 바일러는 혼자서 혈기왕성한 두 아이를 키우면서 버텨내야 했다. 남편이 기를 쓰고 빨리 갚으려고 했던 집 담보 대출 기간을 늘여서 상환 금액을 줄이고, 집안일 모두 도맡아 하면서 아이들 통학도 챙기고, 한 달 생활비 벌기 위해 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 밤낮없이 움직였다. 남편은 그동안 연락 한 번 없었다. 유일하게 항상 옆에서 도와줬던 친구는 레나였다. 레나는 신기하게 아이들과 자신의 문제와 해결책을 잘 찾아주는 친구였다. 에이미 바일러가 일과 집안일에 쫓겨서 패닉이 되었을 때 아이들을 불러서 다 같이 집에서 할 일을 나누게 했던 일등공신이 바로 레나였다. 그 뒤로 조금 마음을 내려놓고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살아오면서 남편은 집에서 잊힌 존재가 되었다.


그랬었는데, 갑자기 남편이 에이미 눈앞에 나타났다. 당황스러움과 어쩔 줄 모름을 장착한 남편이 기습한 것이다. 바로 그때 에이미는 복수를 하고 싶었다. 너 없이도 나는 나 혼자 아이들을 잘 키워왔다. 이제 너는 필요 없다. 이제 와서 왜 돌아왔냐. 남편은 이제 와서 이렇게 말한다. 다시 자리를 되찾고 싶다고. 아이들을 만나고 싶었다고 말이다. 이제 어느 정도 자라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아이들과 상의를 했다. 일주일 동안 아이들은 남편과 생활할 것이다. 그동안 에이미는 혼자다. 3년 동안 남편이 비운 자리를 채우고 아이들을 위해 생활해온 에이미에게 난데없이 일주일의 자유시간이 생겼다. 이제 뭐 하지?


이 책의 이야기는 비로소 여기서부터가 시작이다. 3년 동안 연락이 없었던 빌어먹을 남편이 자기도 아빠라고 아빠 역할을 하고 싶다니. 아이들은 말도 없이 떠났던 아빠한테 화가 났었는데, 그 길었던 부재의 시간이 일주일 같이 지낸다고 괜찮아질까?

에이미는 남편과 아이들을 뒤로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까? 새로운 남자를 만나게 될까? 아니면 남편과 화해하고 온전한 가족으로 합치게 될까? 에이미 바일러가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며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는 재미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남편이 떠나면 고맙다고 말하세요."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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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어른 - 어쩌다 그런 어른은 되고 싶지 않다
김자옥 지음 / 북스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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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을 치르고 운전면허를 따고, 더 이상 대중교통을 탈 때 청소년 요금을 내지 않게 되어 누가 뭐래도 어른이 되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더 이상 어리지 않다고 해서 진짜 어른이 된 걸까? 어른이라는 건 모든 것을 포용하고 자애롭고 너그러운 그런 거 아닌가? 그런데 나는 전혀 그렇지가 않은 것 같은데, 이런 나도 어른인가?


저자는 말한다. 자신도 다르지 않다고. 아무리 나이가 많다고 해도 어른 같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자신도 계속해서 '그런 어른'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이다.


책을 읽다 보면 어쩜 이렇게 내가 겪은 일과 똑같은지 공감백배인 에피소드들이 계속 나온다. 그럴 때면 저자는 어떻게 반응했을지가 궁금해서 결과를 기다리게 되는데 내 경우와 저자의 경우와 비슷할 때도 있고 다를 때도 있었다. 음, 이렇게 보면 확실히 나보다 저자가 더 어른이다. 또, 아들과 무거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는데 저자의 아들도 어른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환경에서 자라면 어린 것 같은데 저런 생각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갑자기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상처를 받고 상처를 주기도 하면서 각자 나름대로 깨닫는 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어느 순간 어른이 되어 있는 게 아닐까? 나 역시 어느 부분에서는 어른다워진 것 같은데 어떤 부분에서는 아직도 어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모든 사람은 어렸을 때가 있고 점차 자라고 있는 건 똑같다. 너도나도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요즘 같은 시기에 특히나 개인주의가 더 만연한 때에 좀 더 '어른'답게, 너그럽게 포용하는 '그런 어른'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려면 우선 나부터 '그런 어른'이 되어야겠지. 내 이득만 보려고 뾰족하게 날 세우기 않고 조금씩 무뎌져서 동그란 사람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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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헤엄치기
토마시 예드로프스키 지음, 백지민 옮김 / 푸른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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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헤엄치기'는 토마시 예드로프스키 작가가 쓴 첫 장편소설이다.

처음에는 폴란드라는 나라에서 일어나는 LGBQ 사랑 이야기인 줄만 알고 가볍게 생각했었다. 그런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책을 펼친 뒤 읽기 시작한 첫 장면부터 '폴란드 계엄령 선표', '야간 통행금지령' 등의 말들이 나타났다. 이 책은 이러한 사회주의 나라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 및 자유를 얻고자 하는 주인공 '루지오'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루지오'는 어릴 때 다니던 성당에서 '베니에크'라는 소년을 만나고 어렴풋이 자신의 성적 취향을 때닫게 된다. 그 소년과 점점 가까워지고 친해지지만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소식도 없이 그 친구가 사라져버리고 만다. '베니에크'가 살던 집에 찾아가 봤더니 돋게 된 말은 '유대인은 이제 여기 안 산다'라는 말뿐. 시간이 지나 대학교 졸업반 때 단체로 가게 된 농촌 활동에서 그를 만나게 된다. '야누시'를. 근육질의 단단한 몸을 가진 야누시와 안면을 트고 대화를 나누면서 가까워지면서 농촌 활동이 끝나고 둘은 같이 여행을 떠난다. 여행에서 서로 같은 마음임을 확인한 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서로 가는 길이 달라진다. 국민을 억압하는 나라를 떠나 자유를 얻고자 하는 '루지오'와 국가 시스템에 순응하는 '야누시'. 야누시는 루지오와의 관계와 자신의 성적 취향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되는 것을 기피한다. 알려진 뒤 자신에게 돌아오는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면서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끼는데...


현대의 사상에 익숙한 나는 아무리 예전이라도 성 정체성이 다른 것이 무슨 큰 문제라도 있겠어?라고 막연히 여겼었지만 국가 전체가 배척하는 일이라면 남들 눈에 띄는 것조차 큰일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둠 속에서 헤엄치기'라는 것이 이런 의미였을 줄이야. 문득 이 시절 '루지오'와 같은 상황을 겼었을 다른 인물들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소설에서 역사를 다루게 되면 이렇게 좋은 학구적 호기심을 낳는답니다. 유럽사를 다룬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어졌다.


이 책이 첫 소설이니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곧 만나볼 수 있겠지?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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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레인 - 삶의 폭풍우로부터 나를 지키는 힘
알렉산드라 엘르 지음, 이현주 옮김 / 로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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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애프터 레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아직 내 삶의 폭풍우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이 책을 쓴 작가도 이런 힘든 경험을 한끝에 나아지는 시점을 깨달았고, 그것을 반복해서 경험하여 이 책을 쓰게 된 것이겠지.


나는 지금 내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조언 01 변화할 것 을 읽으며 가까운 내 미래가 이와 같이 변할 것이라는 걸 예감했다. 지금 내가 내 생활을 유지하면서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매달 작지만 조금씩 모아나갈 수 있는 월급을 주는 회사 덕분이다. 힘든 하루하루를 견뎌내며 매일 다짐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을 벌 수 있게 되면 이렇게 힘들게만 느껴지는 남의 회사 도와주는 일은 그만둘 것이라고. 작가는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모르는 게 많아 왜인지도 모른 채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었다. 하지만 점차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을 했고, 수시로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참을 수 없는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고민 없이 그 일을 그만둘 수 있었다.

나는 지금 아직 참기 힘든 일을 할 때 고민 없이 그만둘 수는 없다. 정기적 수입이 없어져도 내 생활을 유지할 만큼 경제적 기반이 다져지지 않기도 하고, 다른 하고 싶은 일에서 믿을 만한 수입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폭풍우와 같은 순간을 견디고 견뎌서 폭풍우가 그치고 햇빛이 들기 시작할 때 나 자신을 온전히 햇살 속으로 내보이면서 자유를 찾을 것이다. 그때를 상상하면 짜릿하기 이를 데 없다.


첫 에피소드를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곧 이 책 한 권을 단숨에 모두 읽어버렸다. 다른 에피소드를 모두 너무나 공감이 가고 이해가 되는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경험을 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을 겪으면서 이 사람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도 가지 않지만,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모두 달라보이겠지만 저마다 힘듦을 주기적으로 안고 사는 거겠지.


한 사람의 인생은 그 사람이 어떻게 폭풍우가 몰아치는 순간을 견뎌내는지에 달려있는 것 같다. 긍정적으로 있는 힘을 다해 버티면 결국 해가 드는 순간을 맞이하는 것이고, 부정적으로 그 폭풍우를 온몸으로 받아내면 결국 지쳐 나가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미래에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항상 생각하면서 현실을 살아갈 것을 다시금 다짐하게 되었다.

비가 그친 뒤 단단하게 굳는 땅처럼 강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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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 내 마음대로 고립되고 연결되고 싶은 실내형 인간의 세계
하현 지음 / 비에이블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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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똑같은 '실내형 인간'을 발견했다!

어쩜 이렇게 공감이 가는 글들만 가득가득한 에세이집을 내셨는지!!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 저도 압니다!!!



모든 에피소드에 대하여 쓸 수는 없으니 가장 인상깊었던 에피소드 하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저자는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할 때 '김필준'이라는 이름으로 주문한다고 한다. 작가님 답게 디테일한 설정들을 읽다보면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처음에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대비해 세 보이는 이름으로 택배를 수령하곤 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곽두팔'과 같은. 하지만 그 이름들이 많이 알려지게 되고 동명이인들이 많아지자 이제 범죄자들도 눈치채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다른 이름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그러다 세 보이지도 않고 평범해보이는 이름을 찾다가 '김필준'이라는 이름을 만들어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럴듯해보인다. '김필준'.


혼자 살게 되면 나도 이용해보아야겠다. 평범해보이고 너무 눈에 띄어 세 보이지 않는 가상의 남성 이름으로 주문해봐야지.


그런데 이름만 보아도 여성일 것으로 짐작되는 주소를 기억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그 사람들이 문제가 아닌가? 그런 사람들이 없어지도록 해야지 왜 당하는 피해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숨겨가며 조심하고 몸을 사려야하는지? 왜 당당히 내 이름으로 택배를 수령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 이름을 이용해야 안전하게 느껴지는지?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사회가 문제 아닌가? 이런 식으로 문제점을 하나하나 따져보다보면 내 인생이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겠지.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

이러니까 점점 약속이 취소되는 게 기쁘게 느껴지는 거 아니냐고요!


하현 작가의 책 중에 너무나 눈에 익은 책이 하나 있다. '달의 조각'.

죄송합니다, 작가님. 아직 그 책을 접해보지조차 못한 어리석은 이 사람을 용서해주시길.

작가님의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책을 읽어보고서야 작가님이 쓰신 다른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모든 혼자가 좋고, 실내가 좋고, 집이 좋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책 앞으로도 계속 써주세요,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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