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 내 마음대로 고립되고 연결되고 싶은 실내형 인간의 세계
하현 지음 / 비에이블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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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똑같은 '실내형 인간'을 발견했다!

어쩜 이렇게 공감이 가는 글들만 가득가득한 에세이집을 내셨는지!!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 저도 압니다!!!



모든 에피소드에 대하여 쓸 수는 없으니 가장 인상깊었던 에피소드 하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저자는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할 때 '김필준'이라는 이름으로 주문한다고 한다. 작가님 답게 디테일한 설정들을 읽다보면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처음에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대비해 세 보이는 이름으로 택배를 수령하곤 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곽두팔'과 같은. 하지만 그 이름들이 많이 알려지게 되고 동명이인들이 많아지자 이제 범죄자들도 눈치채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다른 이름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그러다 세 보이지도 않고 평범해보이는 이름을 찾다가 '김필준'이라는 이름을 만들어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럴듯해보인다. '김필준'.


혼자 살게 되면 나도 이용해보아야겠다. 평범해보이고 너무 눈에 띄어 세 보이지 않는 가상의 남성 이름으로 주문해봐야지.


그런데 이름만 보아도 여성일 것으로 짐작되는 주소를 기억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그 사람들이 문제가 아닌가? 그런 사람들이 없어지도록 해야지 왜 당하는 피해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숨겨가며 조심하고 몸을 사려야하는지? 왜 당당히 내 이름으로 택배를 수령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 이름을 이용해야 안전하게 느껴지는지?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사회가 문제 아닌가? 이런 식으로 문제점을 하나하나 따져보다보면 내 인생이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겠지.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

이러니까 점점 약속이 취소되는 게 기쁘게 느껴지는 거 아니냐고요!


하현 작가의 책 중에 너무나 눈에 익은 책이 하나 있다. '달의 조각'.

죄송합니다, 작가님. 아직 그 책을 접해보지조차 못한 어리석은 이 사람을 용서해주시길.

작가님의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책을 읽어보고서야 작가님이 쓰신 다른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모든 혼자가 좋고, 실내가 좋고, 집이 좋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책 앞으로도 계속 써주세요, 작가님!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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