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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헤엄치기
토마시 예드로프스키 지음, 백지민 옮김 / 푸른숲 / 2021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헤엄치기'는 토마시 예드로프스키 작가가 쓴 첫 장편소설이다.
처음에는 폴란드라는 나라에서 일어나는 LGBQ 사랑 이야기인 줄만 알고 가볍게 생각했었다. 그런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책을 펼친 뒤 읽기 시작한 첫 장면부터 '폴란드 계엄령 선표', '야간 통행금지령' 등의 말들이 나타났다. 이 책은 이러한 사회주의 나라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 및 자유를 얻고자 하는 주인공 '루지오'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루지오'는 어릴 때 다니던 성당에서 '베니에크'라는 소년을 만나고 어렴풋이 자신의 성적 취향을 때닫게 된다. 그 소년과 점점 가까워지고 친해지지만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소식도 없이 그 친구가 사라져버리고 만다. '베니에크'가 살던 집에 찾아가 봤더니 돋게 된 말은 '유대인은 이제 여기 안 산다'라는 말뿐. 시간이 지나 대학교 졸업반 때 단체로 가게 된 농촌 활동에서 그를 만나게 된다. '야누시'를. 근육질의 단단한 몸을 가진 야누시와 안면을 트고 대화를 나누면서 가까워지면서 농촌 활동이 끝나고 둘은 같이 여행을 떠난다. 여행에서 서로 같은 마음임을 확인한 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서로 가는 길이 달라진다. 국민을 억압하는 나라를 떠나 자유를 얻고자 하는 '루지오'와 국가 시스템에 순응하는 '야누시'. 야누시는 루지오와의 관계와 자신의 성적 취향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되는 것을 기피한다. 알려진 뒤 자신에게 돌아오는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면서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끼는데...
현대의 사상에 익숙한 나는 아무리 예전이라도 성 정체성이 다른 것이 무슨 큰 문제라도 있겠어?라고 막연히 여겼었지만 국가 전체가 배척하는 일이라면 남들 눈에 띄는 것조차 큰일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둠 속에서 헤엄치기'라는 것이 이런 의미였을 줄이야. 문득 이 시절 '루지오'와 같은 상황을 겼었을 다른 인물들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소설에서 역사를 다루게 되면 이렇게 좋은 학구적 호기심을 낳는답니다. 유럽사를 다룬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어졌다.
이 책이 첫 소설이니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곧 만나볼 수 있겠지?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