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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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감 없이 읽은 에세이였다. 다만 야간근무로 인한 만성피로와 패턴 적응을 하는 기간이어서 아주 천천히 읽게 되었다. 딸인 위녕에게 엄마 입장에서 살아가는 인생의 조언과 함께 때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의 레시피를 전해주고 있다. 나 또한 이중에 몇 가지의 음식을 갈무리하여 꼭 만들어 먹어 볼 생각이다.

특히 매일 그 나물에 그 밥으로 힘들어 하는 아내에게 별미, 간식으로 만들어 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후반부에 고유의 공지영 작가만의 어법에 되돌이표 독서를 해야 했지만 대체로 편안한 의자에 앉아 포근한 엄마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 다행히 작은딸은 이미 읽어 보았다고 해서 아빠 관점에서 호기심을 채워본 공지영 작가의 에세이. 부담 없이 읽고 마음에 새기길 바라봅니다.

 

위녕, 산다는 것도 그래. 걷는 것과 같아. 그냥 걸으면 돼. 그냥 이 순간을 살면 돼. 그 순간을 가장 충실하게, 그 순간을 가장 의미 있게, 그 순간을 가장 어여쁘고 가장 선하게 재미있게 보람되게 만들면 돼. () 그래, 10분 들이 바로 히말라야의 산을 오르는 첫 번째 걸음이고 그것이 수억 개 모인 게 인생이야. 그러니 그냥 그렇게 지금을 살면 도는 것._P27

 

언제나 엄마가 말하지만 어떤 일에든 하지 못할 이유는 9,999가지. 할 수 있는 이유는 딱 하나이지. “하면 되니까”._P49

 

이 순간이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거. 이 순간을 우물우물 보내면 인생이 그렇게 허망하게 흘러갈 것이라는 거._P75

 

남자는 변하지 않으면 변할 생각도 없다. 더더군다나 여자에 의해 변하고 싶은 마음을 먹느니 고릴라들과 동거하는 것을 배우러 정글로 들어갈 거라는 거다. 만약 여자에 의해 변할 생각이 있었다면 이미 자신의 엄마에게 잘 변해 네게로 왔겠지. 인간이 잘 변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중 최고봉은 남자의 몫이야. ()여자들은 수만 년 동안 남자들을 길들이려고 했지만 언제나 헛되었어. 자신이 낳아 기른 아들도 호르몬 변하는 사춘기가 되면 엄마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데 무슨 수로 여자가 남자를 변하게 한단 말이니? 만일 어떤 남자가 어떤 여자를 만나 변했다면 그건 그 남자가 변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란다. () 불행하게도 그리고 감사하게도 우리에겐 다른 인간을 변하게 할 능력이 없단다. 차라리 그럴 시간에 네 친구가 자신을 더 좋게 변하게 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__P131

 

성공한 이들의 인생 습관 중 하나는 물어본다였지. 잘 모르겠거든, 모호하거든, 헷갈리거든, 오해하는 게 아닌가 싶거든, 물어본다, 는 거야._P163

 

엄마가 저번에도 이야기했지만, 손에 가득 든 은을 버려야 금을 얻을 수 있고 금을 버려야 다이아몬드를 얻는다. 삶은 우리에게 온갖 좋은 것을 주려고 손을 내미는데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손이 없는지도 몰라._P231

 

언제나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게 힘들다.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게 힘들고, 잘사는 것만큼 잘 죽기가 힘든 것이다. 그러나 비워야 잘 내려오고, 잘 죽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우리의 누추한 삶은 초라해지지 않을 수 있단다._P301

 

#딸에게주는레시피 #공지영 #에세이 #한겨레출판 #인생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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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언 창연디카시선 6
유홍석 지음 / 창연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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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집] 묵언_유홍석

 

디카시를 알아가고 있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다. 디카시에 대한 입문과 그 맛을 알고 싶어 [묵언]을 집어 들었다. 시는 나이와 상관없이 각자 시인들이 갖고 있는 성정과 고유한 향기, 맛이 살아 있는 듯싶다. 특히 디카시를 알려는 노력 중에 만난 유홍석 시인의 디카시는 자연 그대로를 여행하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 트로트도 너무 잘하는 분들이 많아 웬만해서 잘한다는 것을 잘 못 느낀다고 한다. 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유홍석 시인의 첫 시집은 그래서 수수하고 조미료가 덜 가미된 수수한 맛이라고나 할까. 디카시를 배우는 사람으로 나도 한번 써 보고 싶다는 욕심을 안겨준다. 보석 상점에서 원석의 풋풋함과 친근함을 동시에 선사한 시집이라는 생각이다. 더불어 용기를 주는 작품들이 너무 좋았다. 나도 열심히 작품을 써야겠다는 다짐이 생긴다.




 

손잡을 곳 발 디딜 곳 없는/여기는 직벽/다가가 기꺼이 한 몸이 되어/온 힘 다해 꿈 하나씩 이뤄 나간다_암벽등반_P48

 

걸음 잠시 멈추고/눈 감으면/귀 간질이는 달콤한 선율/산길에 걸린 푸른 멜로디_엘리제를 위하여_P68

 

딱히 드러내고 싶진 않았는데/펼쳐 놓고 보니 지난 시절 고만고만/자랑할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는/그저 무심히 살아온 얘기_자서전_P72

 

울긋불긋 허공 흔들던 연등/절 마당에 내려앉으면/머리 깎은 스님의 화두같이/세속 인연 훨훨 벗고/선정에 든 무채색_묵언_P108

 

 

#묵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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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집 

#창연 

#한국사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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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음자리
양향숙 지음 / 한국아이티(한국IT)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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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집] 낮은음자리_양향숙

 

문우 중에 디카시를 매일 올리시는 기공메자 주진복 작가의 디카시를 접했다. 갑자기 욕심이 생겨났다. 최근 서정시에 지친 나에게 단비가 내리는 듯했다. 일상을 디카시로 올리면 좋겠다는 생각 들어 시작한 일이다. 꼬박 100번만 써 보기로 했다. 이제 절반을 지나 문득 진정 디카시란 무언가 하는 호기심이 깊게 찾아왔다. 이때 내게 와 말을 걸어준 디카시집이 [낮은음자리].

앞으로 좀 더 많은 시인의 작품을 접해 사고와 시안을 넓혀볼 생각이다. 인생의 모든 것은 꾸준함이 결정한다. 가다 보면 내 마음이 온전히 전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짧지만 여운이 있는 시를 생각한다면 추천한다.




 

비울수록/넓어지는 사유의 뜨락_여백_P8

 

휑하니 큰집에/홀로 살던 엄마마저 떠나고/바람만 드나들더니//오늘은 낮달이/지친 걸음 쉬어가네_빈집_P28

 

딸들 시집갈 때 솜이불 해준다며/해마다 목화 심으시던 어머니//머리에 흰 눈 소복이 내려앉아/무겁게 쌓인 짐/ 눈송이 되어 하늘하늘 뿌리시네_목화밭_P44

 

시인은 늘 깨어있어야 한다며/원고지 행간을 후려치는 죽비소리_소낙비_P62

 

마음이 고요하면//세상만사/일그러짐 없이 투영된다_우물_P72

 

나를 비우는 일/내 안에 너를 채우 일//그리하여 너와 내가/온전히 하나 되는 일_뿌리 내리다_P128

 



#낮은음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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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집 

#한국IT 

#한국사진문학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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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지음 / 이야기장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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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가녀장의 시대_이슬아

 

신문 기사를 읽다가 가족제도에 관한 기사에 눈길이 갔다. 모계사회로써 시작으로 당당히 아이에게 엄마의 성을 줄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더불어 일하는 여성의 증가로 많은 것들이 변화를 맞고 있다. 기사에선 새로운 가부장의 시대 중심에서 가녀장의 시대에 대한 조심스러운 대안이라고 말을 맺었다. 특히 두 딸이 결혼할 시기를 앞두고 있기에 책에 대한 관심이 많았었는데 딸과의 텔레파시가 통한 탓일까. 갈무리해 놓은 책이 집에 도착했다.

 

글 쓰는 작가로서 나에게도 꿈이 있다. 이름을 브랜드화한 작가 집필 기관을 설립하고 싶다. 그 기관을 통해 많은 작가를 일정 기간 머물며 창작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일이다. 물론 그 뜻을 이어받아 딸들이 함께 실행하는 계획이다. 가까이는 박경리 선생의 토지문화재단이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 될 터이다.

 

소설에서는 딸인 슬아가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엄마는 팀장으로 아빠는 환경과 차량 담당으로 채용해서 생활하는 일상의 이야기들이다. 우리에겐 가부장 시대가 익숙하지만, 이곳은 가녀장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어찌 보면 세상은 변화하고 있고 다양한 가족제도가 자신들의 입장에 맞게 변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현실에 정말 하나의 방법과 예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을 통해 갇혀 있던 사고가 한 번 더 깨지는, 확장됨을 느낀다. 다른 독자들도 이 소설을 통해 갇힌 사고가 확장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하고 강력히 추천한다.

 

지자불언 언자부지(知者不言 言者不知)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P59 도덕경

 

거절하세요그런 식으로 슬아는 숱한 거절 지시를 내린다. 그리고 드물게 한두 가지의 일을 수락한다. 그가 수락하는 일들은 다섯 가지의 주요 동기 중에서 최소 두 가지를 충족하는 일이다. , 재미, 의미, 의무, 아름다움. 한 가지만 충족하거나 아무것도 충족하지 않는 일은 빠르게 거절한다. 그는 꼭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과 안 하는 게 좋은 일을 단번에 구분할 수 있다. P88

 

밤이 깊어간다. 서로가 서로의 수호신임을 알지 못하는 채로 그들은 종교의 근처를 배회한다. P297

 

모두가 자기 삶을 책으로 쓰는 건 아니다. 작가들은 겪은 일을 총동원하여 글의 재료를 모으고 때로는 겪지 않은 것까지 끌어다 써가며 자신보다 커다란 이야기를 완성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유와 품위도 있다. P300



#가녀장의시대 

#이슬아 

#장편소설 

#이야기장수 

#가족제도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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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작품
윤고은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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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불타는 작품_윤고은

 

소설의 내용은 사진 작가가 동행한 개(로버트)가 주인이 살짝 한눈판 사이에 개의 발로 터치해서 사진을 찍는다. 사실 이것부터 나는 이거 완전 개 이야기구나 했다. 한마디로 개소리란 이야기다. 이야기는 그것에서 시작하여 대기업 창업주와 인연이 되어 상속받고 미술창작 프로그램에 안이지 작가를 초청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다. 처음에는 신선한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기에 재미있게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고 한편으론 우스웠다. 그래도 재미있으니 짬짬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윤고은 장편소설 [불타는 작품]은 어찌 보면 조금은 따분한 이야기로 일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 속에 화가로서의 자기 자신이 만든 작품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담겨 있다. 단순한 소설 속의 소재를 넘어 화가의 입장에서 자기 작품이 불태워진다. 이런 전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후반에 조금은 진지하고 문제의식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소설 속에 이런 표현이 들어 있다. ‘순간의 허락된 파본, 곧 뜯겨나갈 페이지이 표현에 내 생각이 고정된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가 포함된 조직과 사람들. 내가 했던 많은 일들을 돌이켜 본다. 만약 내가 지금 잘못하고 있다면 되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그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이 시점에서 뜯겨나가는 페이지가 아니라 남아야 하고 꼭 필요한 페이지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불타는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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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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