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의 과학적 근거 - 숲으로 가는 길 로운 known 5
권형근 외 지음 / 지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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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가는 길, 임도의 과학적 근거_권형근 9

 

임도 반댈세.’ 그렇다. 사실 나는 임도 반대 견해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 주장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전국에 발생하는 다양한 산불과 산사태로 산촌 사람들의 삶은 실종되고 심지어 생활의 터전을 잃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말을 가져와도 찬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 년간 산불과 산사태 언론 기사와 논문들을 검색하여 관심이 많은 분야였다. 책에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는 사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부정적 견해에서 이 책을 접했기에 숲을 키우고 가꾸는 단계에서 숲을 이용하는 단계로 전환은 물릴 수 없는 현실이다. 또한 잘 가꾸었으니 잘 활용해야 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많은 사람이 가진 부정적 생각과 문제들을 어떻게 감안하여 반영하는 일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현실을 바로 바라보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는 일이다. 임도의 장단점은 상존한다. 이제 남은 일은 단점을 최대한 보완해서 장점을 극대화하는 일이다. 최근 숲 체험을 통해 아름드리나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에서 임도에 대한 문제와 부정적인 면을 스스로 열거했듯이 한없이 부정적으로 보면 무슨 일하겠는가? 모두를 위해, 현실적인 개발과 이용을 해야 한다면 안전하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기회로 임도를 주제로 논의가 활발해지고 반대에서 긍정적인 방향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대응, 산소 탄소 경영을 통한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임도의 중요성은 한층 부각되고 있다. 쇠퇴하는 노령림 대체, 국산 목재 이용과 탄소 흡수량 증진에 필요한 기반 시설로서 임도의 역할과 기능이 대두되었다. -P34

 

임도는 산불 발생 초기, 발화 지점에 진화 인력과 차량을 신속하게 접근시켜 대형산불로 확대되기 전에 초동 및 야간 진화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임도 시설이 자체적으로 방화선 역할을 하여 산불의 확산과 저지, 초기 대응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임도를 통해 산불 발생 감시 등의 예방 활동도 실시할 수 있다. -P43

 

우리나라의 임도밀도는 2023년 기준 헥타르당 4.11m로서 세계 주요 임업국보다 낮은 상황이다. 목재생산을 위한 경제림에서는 임업기계를 이용하여 최소 200m 이내에서 작업하기 위해 최소 25.3m /ha의 임도망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4) -P65

 

재해에 강하고 친환경적 임도는 반드시 달성해야 할 임도 사업의 절대 목표다. () 숲을 가꾸고 경영하기 위해 적절한 임도망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지만, 임도로 인한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는 것이 오늘날 임도가 직면한 당면과제 중 하나이다. -P226

 

길이 없다면 갈 수 없다. 숲의 길이 되어 줄 임도는 숲을 숲답게 만들고 그 가치를 모두가 자유롭게 누리는 길을 열어 줄 것이다. 더불어 숲을 마음껏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숲으로 들어갈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며, 점차 소멸하는 지역사회를 소생시킬 소중한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다.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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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나잇 - 아직 잠들지 못하는 당신에게
박근호 지음 / 히읏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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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나잇_박근호

 

까만 밤을 하얗게 새웠다는 표현을 한다. 집에 계신 그분께서도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해 힘들어했다. ‘불면증밤에 잠을 못자는 증상이라고 한다. 대체로는 예민하신, 아니다. 생각이 많고 정신이 투명하시기 때문에 하루일과를 재점검하시느라. 한동안 너무 힘들어해서 망개뿌리 토봉령을 주원료로 감초와 백봉령을 조금씩 넣고 다려 아침과 저녁에 커피 잔에 한 잔씩 마시도록 했다. 효과는 완전 100%. 출근하는지도 모르시고 꿀잠을 청하셨다.

한편으로 몸이 가벼워지고 정신도 맑아 졌다는 감사의 인사를 받았다.

숙모님의 장사에 하루 날을 지새는데 그 여파가 일주일은 가는 것 같다. 정말 잠이 보약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한편 밤에 잠이 안으면 깨어나 많은 일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러나 아쉽게도 나는 머리를 땅에 대면 바로 아침이다. 아쉽다. 정말.

박근호 작가 굿나잇은 남성입장의 불면증을 잘 풀어낸 에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이 힘드실 꺼다. 그럼에도 불면증을 통해 많은 것을 얻고 계신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잠이 보약인데 그러고 보면 나는 참 복 받은 사람이다.

 

나는 그 사람을 껴안고 있을 때면 그렇게 잠이 잘 왔다. 어쩌면 최고의 불면증 치료제는 사랑하는 사람의 체온일지도 모른다. -P19

 

잠 못 들 정도로 괴로운 이별을 했다면 자존감이 바닥을 칠 만큼 그 사람이 나를 아프게 했다면 이제 선물 같은 사람을 만날 차례다. -P32

 

아무래도 친구란 부끄러운 시절을 공유하고 있지만 그게 부끄럽지 않은 사이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P51

 

어긋나는 것에도 나름에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어긋나는 게 아니라 그 속에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길을 잃은 게 아니라 다른 길로도 한 번 가보라고 나를 그쪽으로 안내한 거라고. -P103

 

그러고 보니 내가 그때 괴로웠던 건 이미 내 사람이 아닌 당신을 붙잡고 있어서 그랬던 걸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이미 나를 버렸는데 말이다. 잘 이별해야 다시 사랑할 수 있는 건데, 그땐 그걸 몰랐던 거고. -P158

 

그래, 남들보다 더 가졌다고 우쭐대지 말고 남들보다 좀 없다고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야지. 밥은 먹고 다니면서. -P173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는 건 그만큼 열심히 했다는 뜻이었다는 걸. 이제 막 시작했는데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든 게 아니라 모ㄱ적지 근처까지 최선을 다해서 달려왔기 때문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드는 거라는 걸. 가볍게 시작했던 게 나 자신과의 싸움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걸. -P190

 

지금 할 수 있는 거.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거. 열심히 사는 게 뭘까?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걸 하나씩 해보는 거죠. 훗날 결과가 어떻게 되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내가 나를 믿어주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한 번 안아주세요. 자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고생하고 있다고. 잘하고 있다고요.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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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를 준비 중입니다 - 홀로 인생을 마주할 줄 아는 용기와 자유에 대하여
최철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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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를 준비중입니다_최철주

 

오랜 투병 중에 숙모님께서 요양병원에서 7년간의 생을 마감하고 소천하셨다. 이제 남은 사람에게 서서히 잊힐 것이다. 다만 내 기억 속 저장장치엔 불쑥불쑥 튀어나오겠지.

점심을 먹고 천변 산책길을 걷다 미리내도서관으로 들어갔다. 휴대폰 메모리에 있는 도서 목록을 검색했는데 맨 처음 검색된 책이다. 이글은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자는 웰다잉에 관한 책이다. 최근에 일본 도서를 읽고 존엄사 선언서를 만들어 놓은 터라. 죽음에 관한 생각이 많아진 요즘이다. 많은 양의 독서를 하다 보면 책이 술술 읽히는데 아까워서 조금씩 조금씩 소중히 읽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이 그런 책이다. 그저 평범한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이끌고 있지만 전혀 호락호락하지 않은 내용이다. 어떤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가? 여든 살의 인생에서 수없이 지켜보았을 죽음을, 그리고 하늘의 명을 깨닫는 지천명의 쉰 대의 죽음에 관한 생각에 차이와 간극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연명치료를 통해 의식 없이 목숨을 연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가능하면 아니 되도록 의식이 없이 숨이 멈춘다면 그것으로 종료하고 싶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어려운 일이다. 의사 표현이 어려울 때 결국 가족들의 결정에 달려있다. 그래서 가족들을 설득 중이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메멘트 모리(Memento mori). 지금 이들을 본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짧고 술술 읽힌다.

 


언젠가 내가 혼자 숨져있는 모습이 뒤늦게 발견됐다 하더라도 결코 놀라지 말 것을 아들 내외에게 여러 차례 일러두었다. 우리 시대의 삶과 죽음이 그러하니 아버지의 고독사를 섧게 여기지 말라 했다. 그건 불효가 아니다. 난 이대로가 좋다. 나의 평화를 위해서,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P31

 


망자와 관련한 이런저런 경험을 쌓은 동안 사람이 세상과 이별한 직후에도 청각 기능이 일정 시간 유지된다는 경험담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됐다.() 떠나는 사람에게도 말조심하라. 망자는 시간과 이별했지만, 그의 영혼은 우리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다. 함부로 웅성거리지 말라. 망자의 귀는 열려 있다. 특히 고통받는 사람이 죽어갈 때 더욱 말을 조심하라는 선인들의 경고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P56


 

장관님, 암을 이대로 놔두시면 어떻습니까? 그냥 이대로 사시면서요. 나는 암 환자가 아니라고 생각하시고 일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하시는 게 낫겠습니다. 3년 사시게 되면 3년 치 일하시고 5년 사시게 되면 5년 치 일만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게 치료 방법입니다. () 살기 위해 치료받을 것인가, 치료받기 위해 살 것인가 생각해 보자고요. -P64


 

어떻든 나는 절대로 병원에서 죽지 않아요. 의연하게 집에서 죽음을 맞이할 거요. 나한테는 살기 죽기가 아니라 죽기 살기요. 내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떠나는 메멘토 모리가 중요해요.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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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직업
글로리 지음 / 엘로이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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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직업_글로리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인데, 다른 사람의 경우가 궁금했다. 우연히글쓰는 직업이라는 제목에 꽂혀서 책을 샀다. 전업 작가의 어려움을 이미 알고 있는 터라. 내심 다른 작가의 각도에서, 그 시야가 궁금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공감이 가는 이야기가 많았다. 문체가 어렵지 않아 쉽게 읽히고 분량도 많지 않아 읽기 적당했다. 책도 적당한 크기(A5)라서 여러모로 편리하다. 더불어 책 표지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충분했다. 글쓰는 직업이 궁금하다면 읽어보기를 권한다.

 

 

하찮아 보이는 그 일, 그 일부터 시작해 보세요. 머지않아 당신이 원하는 글을 쓸 기회가 생길 것이다.”-P153

 

나를 믿고 일단 쓰자. 써서 마침표를 찍자. 그래야 글 쓰는 일을 지속할 수 있다. -P172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도전이다. 되도록 많은 일에 도전해야 한다. , 떨어져도 실망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글 쓰는 일을 지속할 수 있다.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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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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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_최은영

 

기회가 생겨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을 만났다. 연재소설을 장편소설로 묶은 것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술술 넘어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작가에 내면의 소리가 중간 중간 들어내기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그리고 가족사가 복잡하기에 대충 읽었다간 앞 뒤 맥락이 없는 스토리에 당황할 듯싶었다. 4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질곡의 순간들. 어디 사연 없는 인생이 있을까? 그럼에도 우리 가족, 내 어머니, 할머니, 증조할머니, 고조할머니가 겪었을 역사고 내 옆에서 일어난 일들이기에 함께 슬퍼하고 공감하고 코끝이 찡했다. 결코 녹록한 소설은 아니다. 줄거리도 복잡하고 중간 중간 스토리가 이어졌다가 다시 연결되길 반복하고 있다.

굵직굵직한 역사적인 일들과 연계되어 가족의 흥망성쇠가 따라 좌우된다. 나라를 잃고 전쟁을 겪고 그 속에서 상식은 무너졌다. 그리고 가족도 무너진다. 개인도 무너진다. 그런 아픔이 우리 안에 디앤에이 속에서 살아 숨 쉬고 대를 이어 영향을 준다. 그저 시절이 어려워서 겪은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 주변을 살피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하는 이유다. 단순히 소설이라고 치부하기엔 아직도 진행형이다. 소설과 함께한 몇 일간 슬프고 아프고 아렸다. 박은영 작가가 3년간 써내려간 글이다. 그러니 쉽게 읽히지 않는 이유인 것 같다. 그리고 내용도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늦은 밤 소설을 다 읽고 덮는데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두 눈을 감고 진정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많은 물음표와 함께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주어진 일들을 정직하고 성실하게 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주변 분들에게 특히 여성분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다. 밝은 밤의 스토리를 통해 각자의 밝음 밤을 활짝 열 수 있기를 기원한다.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는 일, 이 세상에 머물다 사라진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기억되고 싶을까. 나 자신에게 물어보면 언제나 답은 기억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내가 기원하든 그러지 않던 그것이 인간의 최종 결말이기도 했다. () 그때 인간은 그들이 잠시 우주에 머물렀다는 사실조차도 기억되지 못하는 종족이 된다. 우주는 그들을 기억할 수 있는 마음이 없는 곳이 된다. 그것이 우리의 최종 결말이다. -P82

 

우주의 나이에 비한다면, 아니, 그 보다 훨씬 짧은 지구의 나이에 비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삶은 너무도 잘나가 아닐까. 찰나에 불과한 삶이 왜 때로는 이렇게 실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참나무로, 기러기로 태어날 수도 있었을 텐데. 어째서 인간이었던 걸까. -P130

 

경계하지 않을 때, 긴장하지 않을 때, 아무 일도 없으리라고 생각할 때, 비관적인 생각에서 자유로울 때, 어떤 순간을 즐길 때 다시 어려운 일이 닥치리라는 불안이었다.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터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전전긍긍할 때는 별다른 일이 없다가도 조금이라도 안심하면 뒤통수를 치는 것이 삶이라고 할머니는 생각했다. 불행은 그런 환경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겨우 한숨 돌렸을 때, 이제는 좀 살아볼 만한가보다 생각할 때. -P199

 

나도 그에게 죽어버리라고 말했다. 전에는 입에 담지 못했던 온갖 폭력적인 말을 하면서 나는 그 말에 내가 얻어맞는 기분을 느꼈다. 그는 내 말에 상처받거나 가책을 느끼지 않았으니까. 내가 뱉은 말은 아무것도 받아드리지 않는 그의 매끈한 표면에서 튕겨나와 나를 쳤다.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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