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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랑 사는 건 너무 슬퍼
최은광 지음 / 좋은땅 / 2022년 12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314/pimg_7469602183782833.jpg)
야옹이랑 사는 건 너무 슬퍼_최은광
고양이 집사와 관련하여 나는 몇 가지 단편적인 기억이 있다. 물론 반려견이 다수이기는 하지만. 일전에 일하던 직장에 직원이 이혼 후에 반려묘와 함께 산다고 했다. 팔뚝에 심한 상처가 있어 영문을 물었더니 그는 대수롭지 않은 듯. “욕조에서 녀석을 밀쳐내다가 한 방 먹었다.”라는 거다. 아끼던 직원이라 퇴근할 때마다 집에 아무도 없어 외롭겠다 했지만, 반려 고양이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 같은 마을 여자 친구네 집에 숙제를 함께하면서 귀여운 고양이와 재미있게 놀던 기억들.
그래서 반려묘에 대해 궁금하던 차에 최은광의 반려묘에 관한 책을 접했다. 대체 이 녀석들은 어떻게 행동하고 반려인들과 잘 살까? 그리고 제일 궁금한 것이 태어나면 죽음도 있는 법. 죽음 후에 그 상실감이 얼마나 클까. 그 빈자리가 과연 채워지기는 할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책과 함께 즐겁고 행복했지만, 역시나 슬프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반려묘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이해와 균형감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뿌듯하다.
P58. 본래도 고양이는 말이 없는 동물이지만, 아프다는 내색은 정말로 하기 싫어한다.
P75. 배변을 할 때는 물티슈로 똥꼬를 살살 문질러 준다. 어미 고양이가 혀로 핥아서 배변을 유도하는 행위를 흉내 내는 것이다.
P84. 사실은 빤이가 혼자 지내는 데 익숙했기 때문에 ‘합사’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중략) 우리는 고양이에 대해 무지하였다. 우리는 그저 병균을 옮을까 하여 격리만을 하였을 뿐, 빤이에게 앵뽕이를 인사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빤이가 사람이었다고 생각해 보면 이것은 아주 무례한 행동이다. 고양이가 생각보다 똘똘한 동물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P88. 고양이는 불만 거리가 있으면 집사의 침대나 이불에 방뇨한다. 모든 고양이가 그런 것은 아니고, 그런 식으로 항의의 뜻을 전달하는 녀석들이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화장실이 더럽다든가 하는 외부적 요인일 수도 있고, 자신이 아프다든가 하는 내부적 요인일 수도 있다.
P96. 고양이와 레이저 포인트로 놀아 주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다.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아이들이 눈을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이들이 너무 운동 부족이라 생각되면 한 번씩 레이저 포인트를 쏘아서 놀아 주기도 한다. 장난감에 반응하지 않던 아이들도 레이저 포인트에는 꺅꺅대면서 덤벼든다.
P98. 고양이는 생각보다 잘 미끄러진다. 캣타워에서 꿈을 꾸고 있다가 잠결에 떨어지기도 한다. 합판을 부둥켜안고 버둥거리는 녀석을 구해 준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P109. 나는 한 번씩 빤이 사진을 꺼내어 아이들에게 보여 주곤 한다. 아이들은 평면에 각인된 사물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냄새만 맡아 보고는 곧 돌아서곤 한다.
P138. 고양이는 이른바 ‘영역 동물’이다. 새 친구를 소개해줄 생각이 있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하는 편이 현명하다. 잘 알려져 있는 모범적인 합사 과정은 이렇다. 처음에는 서로 거리를 둔 채 모습만을 볼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리고 점점 거리를 좁히면서 서로의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체취를 묻힌 장난감 따위를 교환해 준다. 나중에는 서로 마주 보며 간식 따위를 먹게 해 줌으로써 “저 아이를 보면 기분 좋은 일이 생긴다”는 식의 이미지를 만들어 준다. 각자에게 긍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되면 격리를 풀고 서로 만나게 해 준다.
P153. 고양이의 꼬리가 땅으로 처져 있는 것은 두렵거나 자신이 없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P154. 요즘 자두나 나에게 ‘무성 야옹’을 잘해 준다. 무성 야옹이라는 것은 소리를 내지 않고 입을 벌려서 우는 시늉만 하는 것인데, 주로 어미에게 하는 행동으로 신뢰하는 집사에게도 하는 녀석들이 있다고 한다.
P160. 야옹이와 살아가는 것은 슬픈 일이다. 아이들이 누리는 삶의 속도가 우리의 시간과 다르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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