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마음 멍들지 않게 - 92세 정신과 의사 이근후의 부모 수업
이근후 지음 / 다산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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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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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부모가 머릿속에 그리는 자녀는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근후 교수의 책을 좋아한다. 우연한 기회에 캘리그래피로 된 표지가 마음에 들어 구입했던 책이었는데, 내용이 너무 좋아서 그 이후로 종종 그의 신작이 나오면 구입을 하게 된다. 처음 저자의 책을 읽었을 때가 80대였는데, 벌써 92세가 되셨단다. 나 역시 그 사이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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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의 책은 인생과 삶에 대한 따스한 조언이 담긴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나이가 들어도 유쾌하게 삶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눈을 가지게 해주었던 책들에 비해, 이 번 책은 부모를 위한 책이다. 당연히 저자를 보고 읽어야지 싶었는데, 제목을 읽고 나니 부담이 되었다.  나는 아이의 밥투정에 소리를 지르고, 혼을 내고 왔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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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스스로도 부모님으로부터 많이 혼나고 상처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돌아보면 우리 부모님은 그래도 나에 비해 많이 참으셨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10년 동안 엄마라는 이름을 가지고 살면서, 과연 나는 아이 가슴에 멍을 얼마나 많이 들이면서 살았을까! 하는 생각에 책을 펴기 전부터 부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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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궁금했다. 저자는 어떤 아버지였을까?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 아이 가슴에 멍을 조금이나마 덜 들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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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아이와 부딪칠 일이 너무 많이 생긴다. 눈을 치켜뜨고, 본인 뜻대로 안되면 냅다 소리부터 지르고 보니 말이다. 아직 사춘기라고 하기엔 어린 나이인데, 그 강도가 너무 심해져서 남편과 나 둘 다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근데, 그런 아이임에도 조부모님들 하고는 조곤조곤 대화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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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가자고 말하던 집 앞 공원에 축제가 시작되어 가기로 한 날. 갑자기 안 가겠다고 떼를 부리고 소리를 지르는 통에 나와 남편은 혀를 내두르며 집을 나섰다. 울고 소리 지르는 아이를 달래며 친정엄마가 나중에 해주신 이야기는 너무 당혹스러웠다. 학교에서 친구와의 문제 때문에 고민이 되었다는 것이다. '갑자기 생뚱 맞게?'라는 생각과 함께 나한테는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친정엄마에게 털어놓았다는 사실을 듣고 내가 속 마음을 말하기 힘든 엄마였나?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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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큰 아이는 무척 예민한 편은 아니었다. 사촌인 동생 아이와 비교해도 잘 먹고, 잘 웃어서 주변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도 예쁘다고 말하는 아이였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도 상담 때마다 너무 잘하고 있어서, 상담할 내용이 없다고 할 정도다. 그런 아이가 2학년 무렵부터 무턱대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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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질이건 아이에게 결정권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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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면서 아이에 대해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조용하고 고분고분한 것은 옳고, 그 반대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판단은 지극히 내 기준에서 하는 것이지, 아이의 기준이 아니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뿐만 아니라 부모의 말에 순종적인 아이는 절대 잘 크고 있는 게 아니라는 말과 함께, 본인의 손자녀들의 예를 들어주었다. 책을 읽으며 그동안 눌려있고 맹목적으로 부모의 말에 따르기만 했던 과거의 반작용이 지금 나타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는 교육자가 아니라는 내용도 기억에 남는다. 사실 돌아보면 나 역시 아이와 놀이 중에도 결국은 뭔가를 알려주려는 방식으로 선회했던 기억이 참 많다. 무언가를 배우거나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놀이 자체로 시간을 보낸 기억도 많지 않다. 당연히 그런 놀이는 어른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부모는 교육자가 되지 말고 교육적인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와닿았다. 아이의 질문은 지식을 쌓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부모와 대화를 하고 싶다는 표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부모가 완벽한 답을 주지 않아도 부모의 관심만으로도 아이는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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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람을 살려내는 특수청소부입니다
김도겸(근성마톡)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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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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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제목을 읽고 궁금해졌다. 특수청소부라는 어감이 썩 좋지 않아서였다. 한편으로는 설마 그 일... 하며 과거에 매체를 통해 봤던 직업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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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 전 처음으로 입주청소를 했다. 여러 군데 견적을 받고 한 군데와 계약을 했는데, 늦어진 화장실 공사로 인해 입주청소 일정 또한 급하게 변경하게 되었다. 이사 전날, 오후나 돼서야 입주청소를 시작했는데, 남편으로부터 청소 업체에서 추가 요금을 얘기한다는 말을 들었다. 전 주인이 오래도록 창틀을 한 번도 열지 않아서 그런지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있는 창틀을 보고 업체가 청소를 못하겠다고 추가요금을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늦게 끝난 화장실 공사 때문에 분진이 많다는 이유로 바닥청소도 추가요금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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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아이들이 쓸 방의 창틀만 추가요금을 내고 진행하는 걸로 마무리는 지었는데, 업체가 간 후에 남편과 같이 청소를 하면서 정말 어이가 없었다. 약품을 써도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던 바닥을 아기용 물티슈로 두세 번만 문질러도 지워지는 것이었다. 문이 안 열려서 청소를 못한다고 했던 창틀은 주인아저씨가 살짝 밀자 아무렇지 않게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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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다 보니, 나도 당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 청소업체에서는 가격을 최대한 낮춘 금액으로 견적을 주고, 당일 추가요금을 계속 요구한다고 했는데, 우리가 했던 곳도 그랬기 때문이다. (우리 집을 청소했던 업체에서는 총 4명이 왔는데, 1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말을 못 알아듣는 외국인들이었다ㅠ) 아이들이 쓸 방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우리도 울며 겨자 먹기로 추가금을 주긴 했지만, 기본적인 청소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추가금을 요구하는 업체에 정말 화가 났었는데, 그런 업체들이 꽤 있다는 글을 읽고 나니 이 책을 먼저 읽어볼 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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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입주청소 위주로 일을 했던 저자가 특수청소로 발을 들인 이유는 하나였다. 우선 청소라는 분야는 아직도 사람의 손이 필요한 곳이라는 것과 특수청소가 힘든 만큼 그에 대한 페이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입주청소 시장 자체가 앞에서 말했듯 저렴한 가격의 업체들과 그에 미치지 못하는 청소의 질 그리고 그에 비해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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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우울증이 심하면 정리를 못한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었는데, 저자의 책에도 그런 부분이 나왔다. 놀라운 것은 병을 앓지 않는 일반인 중에도 특수청소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보는 것과 실제는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다. 여기서 특수청소는 소위 쓰레기 집이라고 불리는 발 디딜 곳 없이 각종 쓰레기들로 가득한 집을 포함하여, 고독사나 살인 현장, 자살 현장과 같은 일반 청소업체에서 손을 대기 힘든 특수한 상황에 처한 장소를 청소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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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특수청소업체뿐 아니라 유기견과 같은 동물들을 보호하는 업체도 운영하고 있는데, 청소를 하면서 마주하는 동물들 때문에 시작하게 된 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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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 중 놀랐던 부분 중 하나는 본인이 24시간 동안 쓰레기 집에서 직접 생활을 해봤다는 부분이었다. 청소업체를 하고 있는 본인조차도 자신이 누울 침구 외에는 공간이 없고, 벌레들과 쓰레기로 가득한 곳에서 하루를 지내다 보니 의지가 사라지고 무기력해졌다고 한다. 의욕이 넘치는 본인조차도 이렇게 생각이 되는 걸 보니, 자신에게 청소를 의뢰한 의뢰인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 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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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뿐만 아니라 정말 생활이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무료 청소인 지푸라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대목은 정말 감동이었다. 몸이 무너진 사람들, 마음이 무너진 사람들을 위한 청소는 그가 선사하는 또 다른 깊은 위로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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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주변에 응원하고 손뼉 쳐주는 사람들이 한 명만 더 있었더라도 스스로 일어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며 

그 한 명이 되어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본인도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었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저자여서 그런지, 그냥 청소만 하는 게 아닌 의뢰인들의 마음까지도 토닥여주고 도와주고자 하는 애정이 느껴졌다. 제목이 가진 의미를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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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경계선 위에 서 있다 - ‘범죄 사냥꾼’ 이대우 형사가 퇴직하면서 남기는 마지막 수사 보고서
이대우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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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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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경험을 통해서 나는 '경찰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사람'이라는 비유를 뼈저리게 이해할 수 있었다. 

담장의 한쪽은 정의이며, 다른 한쪽은 불의이다.

늘 정의로운 쪽을 지향한다고는 하지만, 어느 순간 균형을 잃게 되면 순식간에 불의로 떨어지게 되고 

교도소를 갈 수 있는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그 담장은 결코 편한 것 이 아니라, 외롭고 위험하고 흔들리는 곳이다. 

 인사 및 회계분야에서 20년째 일을 하고 있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때다. 특히 형사라는 직종은 워낙 위험이 많은 분야다 보니 더욱 힘들 것 같은데, 이 책의 저자는 무려 40여 년간을 경찰로 재직하다가 얼마 전 정년퇴직을 한 베타랑 경찰관이 자 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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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TV를 잘 보지 않지만, 과거 <경찰청 사람들>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찾아보니, 더욱 대단한 형사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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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매체를 통해 마주하는 형사는 매섭고 날카롭고 과격해 보였다. 아무래도 형사= 강력계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 것 같다. 무려 3천 명에 가까운 범인을 검거했고, 맡은 여러 팀을 베스트 팀으로 이끌 정도의 인물이라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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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실제 범죄현장의 이야기나 본인이 경험했던 이야기가 책에 많이 등장해서 그런지, 소설책 읽듯이 술술 넘어간다. 이런 베테랑 형사도 조폭 사건에 연루되어 3개월간 옷을 벗은 적이 있다니 놀랍기도 했다. (물론 지금으로 보자면 언론 플레이에 당한 것 같지만 말이다.) 어찌 보면 씁쓸한 과거의 좋지 못한 기억들은 감출 만도 한데, 책안에 고스란히 그런 모습들도 담겨있어서 그런지 더 진심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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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제목이 궁금했는데, 첫 장부터 제목의 뜻을 설명해 준다. 저자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칼을 들고 수술을 해서 사람을 살리면 의사지만, 칼로 사람을 해치면 살인자나 범죄자가 된다. 형사 역시 마찬가지다. 범인을 잡기 위한 도구들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형사로 남을 수도, 범죄자가 될 수도 있는 우리는 모두 선과 악이라는 경계선에 서서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경찰 옷을 벗어야 했던 그 경험이 이 책에 담긴 제목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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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 보고서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40년 넘게 한 직종에서 일한 전문가이자 자신의 삶을 통해 깨닫게 된 부분을 담은 에세이나 수필 같다는 생각도 든다. 경찰 직종에 있는 후배들이 읽어도 좋겠지만, 오랜 직장을 은퇴하며 경험한 삶의 지혜들을 나눠주는 책이기에 누구나 읽어도 여러모로 남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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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인형 놀이
마이크 오머 지음, 공보경 옮김 / 북로드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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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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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잠깐 눈앞에서 아이가 사라진 적이 있었다. 어린이집을 마치고 놀이터에서 잠깐 놀다 가는 길이었다. 크지 않은 아파트 단지를 돌고 또 돌면서 머릿속이 하얘졌다. 다행히 근처에 있던 같은 반 아이 엄마가 전화를 해줘서, 아이를 찾았다. 눈이 빨개지도록 우는 아이를 보며, 안도의 마음과 함께 놀랐던 마음이 입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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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15개월 만에 딸은 찾은 가정이 있다. 아이의 이름은 캐시 스톤. 집 앞에서 놀던 아이가 사라졌다. 아이가 가장 아끼는 인어공주 인형이 얼굴을 바닥으로 한 채 놓여있는 모습에 엄마는 순간 불안에 휩싸인다. 설거지만 끝내고 찾아야지, 했던 아이는 결국 찾지 못한다. 캐시를 잃어버린 후 가정은 깨어진다. 5,500명 정도 살고 있는 배설빌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캐시의 소식은 모두에게 전해진다.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엄마 클레어의 상심에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아빠인 피트는 마을을 떠나자고 이야기하지만, 혹시나 딸이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못한 클레어는 그렇게 혼자 집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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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모두가 캐시가 죽었을 거라 생각하고 있던 때, 캐시는 집으로 돌아온다. 피투성이가 된 맨발로 잠옷 차림으로 발견된 캐시. 캐시가 돌아온 이후, SNS에서는 아이가 다시 돌아온 사실을 담은 글들이 계속 올라온다. 심리치료사이자, 캐시의 엄마 클레어와 동창인 로빈 하트는 오랜만에 SNS의 글을 보고 양가감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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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번과 이혼을 한 로빈은 이 일로 여전히 엄마와 불편한 관계에 놓여있다. 엄마는 에번을 좋아했고, 딸의 감정과는 별개로 에번과 다시 재결합을 원한다. 엄마와 통화를 하고 엄마를 찾아가지만, 엄마를 만나러 갈 때마다 로빈은 상한 감정을 가지고 돌아오게 된다. 이혼 전 유산을 한 로빈은 마음의 상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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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창인 클레어는 로빈에게 캐시의 상담을 요청한다. 돌아온 이후, 말을 하지 않는 캐시가 걱정돼서다. 부모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이 있는 캐시의 마음을 열면서 놀이치료를 시작하는 로빈. 첫날 비눗방울과 함께 피투성이 남자를 그린 캐시와의 놀이치료를 마치고, 저녁에 캐시의 부모와 상담을 이어가는 로빈. 딸의 감정보다는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종용하는 아빠 피트와 캐시가 사라진 후, 가정을 깨어 버린 피트에 대한 상처가 있는 클레어는 캐시를 더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또렷하다. 이 둘의 다른 양육관이 캐시에게 미쳤던 상황들을 알게 되는 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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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입을 열지 않는 캐시의 놀이치료를 진행하는 중, 캐시는 인형의 집에 관심을 가진다. 근데 캐시의 놀이를 지켜보는 로빈은 캐시의 놀이 장면에서 이상한 장면을 목도하게 된다. 얼마 전 칼에 찔리고 나무에 목을 맨 채 사망한 인플루언서의 모습이 캐시의 인형놀이 속에 그래도 재연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인형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번째 살인 장면은 캐시가 돌아온 후에 벌어진 사건이었다. 로빈은 캐시의 인형놀이를 마주하고,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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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스릴러라서 그런지 각 인물들의 감정선이 더 촘촘하게 묘사되어 있었는데, 이 책은 좀 더 실제적이어서 더 몰입이 잘 되었던 것 같다. 아이가 돌아온 후 행복하게 살았다가 아닌, 아이가 겪었던 트라우마와 상처들을 풀어내기 위한 치료의 이야기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심리치료사인 로빈이어서 그런지, 로빈이 캐시와 부모들과 나는 대화들이나 상황들을 통해 아이의 실종 그 이면에 있는 여러 감정들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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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캐시를 납치한 진범이 궁금했는데, 캐시가 표현해낸 인형놀이 속 살인사건들의 이야기로 점점 포커스가 맞춰져갔다. 거기에 로빈과의 상담, 로빈을 둘러싼 주변의 이야기들까지 이어지면서 예상치 못했던 결과에 가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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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밑 도피자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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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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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읽는 순간 궁금했다. 처마 밑에 죽은 영혼을 숨긴다니... 도대체 이런 대담한 일을 벌이는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이 계속 일어났다. 사실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하는 능력 중 하나는 귀신을 보거나 귀신의 소시를 듣는 능력인 것 같다. 근데 여러 작품 속에서 마주한 이 능력자들은 하나같이 괴로움을 토로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것은 썩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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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인 현수리는 미술(조각)을 전공한 가슴 따뜻한 여성이다. 그런 그녀에게는 타인과 다른 능력이 하나 있다. 귀신의 소리를 듣는 능력이다. 소리뿐 아니라 모습도 보는 그녀는 이 능력이 썩 탐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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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을 졸업하고 백수로 지내던 어느 날, 선배지만 크게 다툰 후 더 이상 연락조차 하지 않았던 선배 호재에게 연락이 온다. 지족 스페이스라는 인테리어 업체에서 팝업 관리 등의 PI 사무업무를 하는 직원을 구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호재가 그 일을 했었고, 자신의 후임자 자리에 수리를 추천한 것이었다.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일을 하고 싶다는 이유로 자기 일을 수리에게 넘기는 상황이 뭔가 찝찝하긴 했지만, 그래도 수리는 그 일을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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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 큰 쇼핑몰 안에 7층과 8층을 사용하는 지족 스페이스에서 수리가 할 일은 다른 직원들이 요청하는 물품을 구매해 주고, 물건을 8층으로 옮겨주는 사무 보조업무였다. 그렇게 출근한 첫날, 8층은 웬만해서는 올라가지 말라는 팀장의 말이 왠지 찝찝했다. 엘베조차 8층은 운행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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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이상했다. 층간 소음이라고 하기엔 괴이한 소리들이 자꾸 수리의 귀에 들려왔다. 급기야 야근을 하는 날, 술병을 든 한 남자가 찾아와 안주를 찾는다. 처음엔 못 알아봤지만, 수리는 그가 귀신이라는 사실을 눈치챈다. 도대체 8층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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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수리 주변을 얼쩡거리며 오토바이 헤드라이트를 켜고 있는 남자. 아는 척하고 싶지 않은데, 그 불빛 때문에 기분이 언짢은 수리는 결국 그 남자에게로 돌진한다. 알고 보니 이제 막 저승사자가 된 지 6개월 된 신참 신산이었다. 그가 수리 주변을 얼쩡 거렸던 이유는 잃어버린 영혼을 찾기 위해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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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단짝이었던 유원의 사망 사건으로 저승사자에게 상당히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수리는 자신을 괴롭혔던 신산의 도움으로 겨우 급한 업무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자꾸 산과 마주치고, 엮이게 되는 수리. 산으로부터 자신의 집을 제외한 곳(병원도 포함)에서 사망하는 경우 객사여서 이런 영혼들은 차사들이 데리고 가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바뀌는 사회의 속도에 맞춰야 하기에, 요즘은 병원으로 찾아가서 망자를 거둬들이기도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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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모습과 소리를 알아듣는 수리는 산이 찾는 망자를 입사해서 얼마 안 되었을 때에 만났다는 사실을 기억해 낸다. 그리고 3살에 사망한 아이가 저승으로 가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말에 신경이 쓰인다. 문제는, 그 망자를 놓고 무당 원 선생과 민 팀장이 아이의 부모와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회사에서 벌이는 일을 깨닫게 된 수리. 과연 수리는 아이의 영혼을 구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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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신을 보는 사람과 저승사자의 공조라? 사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에 적잖이 당황했다. 죽은 사람도 이용하는 산 자의 욕심에 혀가 내둘러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다 저승사자와 사람 사이의 로맨스를 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뭔가 끝이 애매하게 끝나서 아쉽기도 하다.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것은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하던데, 자신이 지은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자신만 살자고 벌이는 행위에 기가 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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