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 - 만물의 평등에 관하여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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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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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물리학 책을 꽤 자주 접하게 된다. 학창 시절 포기했던 물리학을 지금 와서 다시 읽고 또 읽는 이유를 나도 잘 모르겠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읽고 또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전구가 켜지듯 이해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물론 대놓고 물리학이라는 이름을 안 써서 낚이는 경우도 종종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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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구면인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신작이다. 전작이 물리학임에도, 에세이 같기도 하고 철학서 같기도 한 느낌을 물씬 풍겼기에, 왠지 이번 신작도 읽어야 할 것 같았다. 어찌 보면 전 작과 이어지는 느낌이 가득하다. 전작의 제목은 <무엇도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였는데, 이 책은 거기서 바통을 이어받아 <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다. 그러고 보니 존재라는 단어를 통해 물리학 책임에도 철학 느낌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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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느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리학을 논하는데, 그 안에 다양한 주제가 내포되어 있다. 얼마 전에 읽었던 물리학 책에도 분명 물리학이고 양자역학이나 블랙홀이 등장함에도 마치 우주과학 책을 읽는 것 같아서 한참 헷갈렸는데, 이번에는 무려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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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물리학의 범주가 이렇게나 넓은 것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그동안 생각했던 개념 전체가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분명 나는 지금 멈춰 있고, 의자 역시 멈춰 있는데 물리학의 관점에서는 이 멈춤 자체가 틀리단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느 것도 정지 상태는 없다. 왜냐하면 지구는 아주 빠른 속도로 돌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가 기차를 타고 있을 때 우리가 멈춰있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지구의 자전과 공전이라는 개념 속에서 우리는 지금도 끝없이 움직이고 있다. 바로 이 개념에서 시작하는 물리학의 이야기는 그동안 알고 있던 시간의 관념, 위치의 관념, 존재의 관념 모두를 뒤흔들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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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에 대한 이야기 또한 흥미로웠다. 과거와 미래 이 둘의 관계 속에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미래지만(미래의 개방성), 이 미래의 의미가 프로그램 안에서는 또 다르게 이야기된다. 컴퓨터와 체스를 두었던 예가 등장하는데, 보드와 메모리를 통해 컴퓨터는 도달할 결과를 미리 정해둔다. 이렇게 보면 미래는 이미 정해져있는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미래는 실제로 우리에게 달려있습니다.

우리가 다르게 숙고하면 미래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는 과거에 의존합니다.

바로 이 시간의 개념과 미래에 대한 내용에서 엔트로피와 기울기가 등장한다. 사실 내용 자체가 완벽하게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분위기는 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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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리학의 관점에서 볼 때 절대적인 것은 없다. (나는 절대를 상당히 신봉하는데 말이다.) 왜냐하면 움직이고 정지하는 것에 대한 절대적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상대적인 것만 존재한다. 책에 나오는 모든 개념들이 다 그렇다. 시간도, 미래도, 정보와 지식도 모두 상대적이다. 그리고 이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이어져간다. 각자의 개념들이 하나씩 붕괴될 때 비로소 책의 제목의 의미가 명확히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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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물리학 이해의 길을 멀었지만, 적어도 하나는 배웠다. 절대적인 것은 없다. 상대적인 것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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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세탁소
추서윤 지음 / 창조와지식(북모아)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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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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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럽게 쏟아진 비 때문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우산을 빌릴 수 있어서 비를 맞지는 않았지만, 운동을 하러 나왔다가 쏟아지는 비를 겨우 피하는 사람들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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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하루하루가 참 버겁게 지나가는 것 같다. 직장도 그대로고, 하는 일도 그대로인데 말이다. 달라지거나 변한 것이 없음에도 마음의 얼룩이 더 짙어지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자꾸 마음이 쓰이고, 별것 아닌 말에 마음이 상하고 나면 그 기분이 유난히 오래가는 것 같다. 결국 그 한마디가 내 마음과 내 생각을 뒤죽박죽 만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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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 세탁소가 실제로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특히 요즘처럼 별것 아닌 말이 내 마음의 회색 얼룩을 남겼을 때면 지우처럼 찾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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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원에서 그렸던 초록색 고양이를 보고 친구가 비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세상에 초록 고양이는 없는데, 엉터리 그림을 그렸다는 지우를 향한 친구의 말에 지우는 마음이 상했다. 상한 마음을 고스란히 들고 돌아온 꿈속에서 지우는 반짝이는 골목을 걷게 된다. 그리고 골목 끝에는 달빛 세탁소가 있었다. 지우가 다가가자 문이 열렸고, 그 안에는 사람 대신 고양이 한 마리가 지우에게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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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의 정체는 구겨지고 얼룩진 마음들을 반짝이게 세탁해 주는 곳이었다. 낮 동안 속상했던 아이들이 달빛을 따라 이곳에서 와서 구겨지고 얼룩진 마음을 이야기하면 그 마음을 세탁해 주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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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유치원에서 친구에게 들은 말로 회색 얼룩이 생겨버린 지우. 그리고 속상했던 마음을 세탁 바구니에 넣자  몽글몽글 회색 얼룩이 올라왔다. 얼룩에 자신이 거린 초록 고양이 그림을 넣어둔다. 그리고 아침에 잠에서 깬 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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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웬만한 얼룩들은 하루 자고 나면 사라지기도 하는데, 이게 바로 꿈속에서 달빛 세탁소를 다녀와서 그런 거였나? 책을 읽으며 괜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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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령 하루의 세탁으로  빠지지 않은 꽤 지독한 얼룩들에도 꾸준한 필요하겠지. 책을 펼 칠 때만 해도 이런 세탁소가 주변에 꼭 하나 있었으면 싶었는데, 내가 모르는 새에 내 곁에도 달빛 세탁소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어 그래도 조금이나마 마음이 토닥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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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른이 읽어도 토닥여지는 마법 같은 책. 따뜻한 그림체와 몽글몽글한 이야기 덕분에 잔잔한 위로가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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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과학 - 집파리에서 인공지능까지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쓰레기의 모든 것
곽재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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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집 정리를 하면서 10리터 쓰레기 봉지 하나, 1리터 음식물 쓰레기 봉지 하나, 종이 1박스와 재활용 통 가득 플라스틱이 담겼다. 이사한 지 오래지 않아서 그런지 정리를 하면 할수록 쓰레기와 재활용이 한가득이다. 이렇게 모은 재활용과 쓰레기들은 월요일 아파트 재활용 수거 시간에 맞춰서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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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와 과학이라니... 참 어울리지 않는 둘이 만나 한 권의 책을 이루었다. 아무리 우리의 생활 곳곳에서 과학을 마주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쓰레기 안에서도 과학을 만날 수 있다니! 의외로 쓰레기와 처리에 관한 모든 부분에서 과학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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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시작은 우주 쓰레기였다.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은 영원하지 않다. 우리별 1호는 자기의 역할을 마쳤지만, 여전히 우주를 돌고 있다. 자신의 임무를 마치면 지구를 향해 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우주를 떠도는 쓰레기가 되기도 한단다. 문제는 이런 우주 쓰레기와 위성이 마주치거나 부딪치게 되는 경우다. 순식간에 통신은 물론 각종 GPS가 끊어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위성의 역할이 큰 요즘에 그 같은 문제는 상상 이상의 어려움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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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편으로 이런 우주쓰레기를 수거하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단다. 50Kg 정도 되는 위성을 합체해서 가지고 올 수 있을 정도의 기술이라면 우주 쓰레기는 물론이고 곳곳에서 상용화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발견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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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만난 내용 중 가장 흥미로운 내용을 고르자면 집파리였다. 여름만 되면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파리들이 그래도 과거에 비해 많이 보이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시골에 가면 여전히 파리가 엄청나다. 근데 이 집파리가 가진 능력이 정말 상상 초월이었다. 집파리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생존능력을 가진 존재가 아닐까 싶다. 이 정도면 바퀴벌레를 능가하지 않을까? 집파리의 먹이는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쓰레기조차 맛있게 먹는 능력은 정말 놀랄 따름이다. 사람의 피를 먹는 모기는 사람이 사라지면 같이 죽음을 맞이할 운명이지만, 집파리는 사람의 멸종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여기저기 썩어가는 쓰레기들조차  그들에게는 맛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집파리를 활용하거나, 집파리들의 생존 능력을 카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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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밖에도 재활용에 대한 내용들도 만나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알루미늄 재활용률이 80%가 넘는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작은 땅덩이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데다가, 우리 아파트의 월요일처럼 각 아파트마다 재활용 수거 일이 되면 자동으로 재활용품이 모인다. 땅이 넓어 수거에도 상당한 돈이 드는 미국이나 호주에 비해 우리의 재활용률이 월등히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광산도 없고, 자원이 없음에도 각 아파트의 분리수거장이 광산 역할을 한다니 괜히 뿌듯해진다. 알루미늄 재활용이 전기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여주기도 하는 데다, 경북 영주의 알루미늄 재활용 공장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재활용 공장이라는 사실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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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활용도 좋지만,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더 좋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책을 통해 쓰레기 속에 담긴 과학 이야기를 마주하니 쓰레기를 대하는 생각이 조금 더 달라진 것 같다. 덕분에 쓰레기를 보는 눈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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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호메리카 - 『일리아스』 이후, 『오디세이아』 이전의 이야기
퀸투스 스미르나이우스 원작, ALTARI LAB 엮음 / 다산글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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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 덕분에 오디세이가 자주 눈에 띈다. 관련 책들도 많이 등장하는 한편, 일리아스와 오디세이를 마주한 사람이라면, 이 사이에 무언가가 빠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지도 모르겠다.  바로 그 사이를 이어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포스트호메리카라는 제목이 낯설기만 하다. 이 포스트호메리카는 우리말로 옮기자면 호메로스 이후의 이야기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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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우리가 떠올리는 중요한 이야기들은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에서는 빠져있다. 트로이의 목마 이야기와 아킬레우스, 파리스의 죽음과 같은 이야기 말이다. 포스트호메리카가 있어야 이 세 이야기가 균형을 맞추며 하나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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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트호메리카의 시작은 헥토르의 죽음 이후로부터 시작된다. 하루아침의 장수 헥토르를 잃은 트로이는 불안에 휩싸인다. 그들을 돕기 위해 아마존의 여왕 펜테실레이아와 멤논이 연달아 지원해 오지만 그들 모두 아킬레우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인간들의 전쟁이었지만, 인간들만의 전쟁이 아닌 이유는 신들의 자녀들이 이들 중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우스는 신들이 인간들의 전쟁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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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모든 전쟁의 원흉은 트로이의 파리스다. 그리고 그의 선택이 불러일으킨 트로이 전쟁에서 그는 미안함을 가지기 보다 꽤나 당당했다는 사실이 꽤 충격적이었다. 이미 많은 군사들과 왕자들을 잃은 트로이의 폴뤼다마스는 헬레네를 돌려주자고 이야기하는데, 사실 많은 트로이인들도 그에 대해 대놓고 지지는 못했지만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폴뤼다마스를 대놓고 비난하는 파리스의 모습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결국 자기의 선택에 대해 사과조차 하지 않은 그는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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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받지 않은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놓은 황금사과 덕분에 벌어지게 된 사건만 알았지, 파리스에게 아내가 있었던 것은 이번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파리스가 헬레네를 데리고 오면서 졸지에 조강지처였던 오이노네는 그렇게 쫓겨나게 된다. 헤라클레스의 독화살을 맞은 파리스는 온몸에 퍼지는 독으로 인해 크나큰 고통을 입게 된다. 그리고 그의 선택은 아내였던 오이노네를 찾아 이다산으로 향한다. 오이노네는 약초와 치료에 특별한 지혜를 지닌 사람이었는데, 과연 그녀는 전 남편인 파리스를 용서하고 치료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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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영웅들이 나타났고 스러진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거지를 통해 그들의 내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헥토르를 죽였지만 아들의 죽음 앞에서 아파하는 아버지 프리아모스의 마음을 이해했고 헥토르의 장례가 끝날 때까지 전쟁을 멈추는 아킬레우스의 모습은 그가 전쟁만 잘하는 영웅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반면, 파리스가 죽자마자 자신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먼저 따지는 헬레네는 더 이상 뛰어난 미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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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로이의 목마의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오디세우스였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여정의 모든 이야기들을 드디어 또렷하게 만나게 된다. 승리를 했지만 아킬레우스를 비롯하여 많은 영웅들과 군사들을 잃은 그리스도, 파리스의 욕망에서 시작된 욕심이 결국 어떤 화를 불러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던 트로이도 상처뿐인 전쟁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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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머무는 마음 - 시가 피어나고 그림이 머무는 자리
나태주 지음, 나난 그림 / OTD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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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고픈 계절이 왔다. 바로 가을! 서늘한 바람이 불고, 하늘은 맑고 청명한 계절이면 누구라도 시인이 될 수 있는 계절이 가을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나는 올해의 목표를 일찍 완수했지만, "나태주"라는 이름 석 자에 또 시집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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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가득 여리여리한 분홍빛이 가득한 느낌은 딱 봄인데, 시집 안으로 들어가면 4계절이 다 담겨있다. 덕분에 1년을 휘리릭 지나온 느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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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태주 시인의 시를 좋아한다. 덕분에 우리 집 시집 칸에 있는 시집의 대부분은 나태주 시인의 것이다. (거의 나태주 시인과 하상욱 시인으로 양분되어 있긴 한데, 그래도 나태주 시인 시집이 더 많다.) 꼼수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1년에 1권 시집 읽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시집을 읽긴 하지만 솔직히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나마 나태주 시인의 시들은 와닿는 내용도 많고 어렵지 않기에  그리고 훗날 읽어도 더 우러나는 맛이 있어서 거의 나태주 시인의 시집으로 목표를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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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제일 좋아하는(아마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 같지만) 풀꽃도 이 책에 담겨있다. 얼마 전 아이의 책에서 풀꽃이 순우리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 올봄 소풍을 갔다가 풀꽃 찍기 대회에 참여했는데, 풀꽃이 이렇게나 예쁘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 두 가지가 얹히니 풀꽃이라는 시가 더 와닿기도 하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는 여리여리한 풀꽃들처럼 계속 두고 보면 사랑스러운 삶이 오히려 진하고 야한 꽃 보다 더 낫지 않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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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안에 담긴 시 중에는 유독 사랑에 관한 시들이 많다. 그리고 그 시들 안에는 이미 잃어버리거나 사라진, 더 이상 내 곁에 없는 사랑에 대한 마음을 노래한 시들도 많다. 막 피어난 봄 같은 사랑도 있고,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사랑도 있고,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사랑도 있다. 짧은 시어 속에서 그 애틋한 감정들을 하나 둘 표현해낸 시들을 읽으며 나 또한 여러 추억들을 곱씹는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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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태주 시인의 시는 참 따뜻하고 밝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은 풀꽃 같은 매력들을 시 여기저기에서 만날 수 있다. 또 삶의 용기를 북돋아 주는 시들도 눈에 띈다. 먼저 인생을 산 선배의 애정 어린 마음이 담겨있는 시들을 읽으며 나 또한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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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곁들여진 나난 작가의 작품들도 잘 어우러진다. 어찌 보면 아이들이 색연필로 끼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아마도 그런 수수한 그림들이기에 시와 잘 어우러진 것 같다. 시를 가리고 싶지 않다는 작가의 마음이 그래도 드러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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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을 덮으며 이 책의 제목과 참 잘 어울리는 시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지만 오래 여운을 주는 시와 그림. 덕분에 시 속에서 사계절을 다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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