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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루팡
박상민 지음 / 서랍의날씨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병원 공포증이 있지만, 의학 드라마를 좋아한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내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집단. 하지만 이 작품은 그동안 우리가 마주했던 의사들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 등장한다. 의사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아까운 인간 말종들.
의료 브로커 구승재는 오늘도 병원 근처 사우나를 통해 들은 정보를 변호사방에 넘겨준다. 이로써 오늘의 업무 종료. 그런 그의 방으로 찾아온 한 남자. 우락부락한 모습이 정말 조폭 같지만, 실제로는 경찰이다. 서울경찰청 의료 전담팀 팀장인 최훈석. 그에게 승재는 알려지면 안 되는 조력자다. 이 둘은 공생관계라고 할 수 있는데, 병원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한 내용을 서로 공유한다. 대놓고 병원에 들어갈 수 없는 입장인 형사인지라, 바로 승재 같은 브로커를 통해 자료를 넘겨받고 그 자료를 토대로 출동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둘은 서로 배신할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서로 일을 하고 있다.
사실 승재는 아픔이 있다. 그가 처음부터 의료 브로커는 아니었다. 천식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어머니가 다음 날 사망했고, 그 원인은 어머니와 동명의 환자의 약을 승재의 어머니에게 투약한 의료사고가 있었다. 이미 어머니의 시신을 화장했기 때문에 결국 사인은 입증되지 않은 채 사건은 묻히게 된다. 이 일을 경험한 후, 승재는 의료 브로커가 된 것이다. 환자와 보호자가 자신과 같은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싶어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여동생 승아가 코인 투자로 빈털터리 신세가 되어 돌아온다. 그렇게 승아는 승재의 일을 돕기로 한다.
형사 훈석이 승재에게 물어다 준 사건은 소마 대학교병원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얼마 전 글라인드에 한 건의 글이 올라온다. 입원 환자들을 상대로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고,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댓글이 여러 개 달린 상태에서 글이 삭제된다. 결국 IP 추적을 통해 이 글이 소마 대학교병원 4층 외과계 중환자실로 통화는 입구의 면담실 컴퓨터로 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찰은 이 글을 쓴 사람이 인턴인 문예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예림은 자신이 이 글을 썼다는 사실을 극구 부인한다. 바로 이에 대한 조사가 승재에게 맡겨진 것이다.

실제 의사 출신 작가여서 그런지, 병원 안에서 벌어지는 내용들이 지극히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몇 년 전 전공의(레지던트)의 파업으로 인한 각종 문제들이 불거졌고, 여전히 이 부분은 완전히 해결이 안 된 상태인데 다행히 책 안에는 파업에 대한 여파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중노동에 시달리는 수련의(인턴)과 전공의 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인턴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병원 안에서 벌어진 의료사고는 무엇일까? 기숙사 잠입까지 성공한 승재 남매는 거기서 발견한 인턴들의 학번과 비밀번호를 통해 어렵지 않게 병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병원 내 컴퓨터를 통해 문예림이 교육을 받았던 과를 찾아보는데, 최근에 문예림이 인턴을 했던 산부인과에서는 사망한 사람이 딱 한 명뿐이었다. 그리고 그날은 문예림이 연차였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워진다. 과연 글라인드에 올린 글은 예림의 소설일까, 아님 정말 일어난 일이었을까?
책의 말미에 가까워지면서 그 끔찍한 의료사고의 이야기들이 전면으로 등장한다. 솔직히 의료사고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의료 사고는 실수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건 그냥 대놓고 벌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예림처럼 진짜 환자를 생각하는 따뜻한 의사가 다수일 거라는 생각을 가지며 책을 덮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기에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승재의 모습도, 의사로서의 양심을 가지고 사건을 수면 위로 올리고자 하는 예림의 모습도 참 인상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