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시절, 같은 일을 하는데 나는 늘 지엽적인 나무와 그 안에 잎사귀를 볼 정도의 시각인데 비해 나랑 나이가 같은 한 친구는 큰 숲을 보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왜 나는 이렇게 자잘한 것에만 마음이 쓰이는 건지, 내 작디작은 시야에 속도 많이 상했다. 그로부터 두 번의 강산이 바뀌었지만, 나는 여전하다.
나는 그 답을 이 책을 읽으면서 만나게 되었다. 책에는 3가지 큰 주제가 등장하는데, 내 시야에 대한 이야기는 첫 번째 장에 등장한다. 10단계의 지능(지능이라 표현해서 더 속상했는데, 마지막 장의 정리를 보니 지능은 책임의 다른 이름 혹은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의 차이라고 바꿔서 설명한다.) 10단계 중 내 단계는 다분히 3단계 안정과 정체 그 사이 어디쯤이었다. 난 매뉴얼과 절차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이드라인대로 일하는 것을 즐긴다. 당연히 주변에서 고지식하다는 말도 많이 듣고,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FM으로 살았다. 지금 하는 일 역시 자금 관리와 인사관리 등의 업무다.
책에서는 이 상식적인 안전지대가 있기에 사회가 돌아간다고 하지만, 나는 늘 이런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4단계를 동경하고 있다는 생각을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되었다. 위 단계로 올라갈수록 소위 나무보다는 숲을 보고 당장의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해결 방법이나 제도 개선 등의 큰 틀을 보는 눈을 가진 사람들이란다.
책을 읽고 나니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단계가 합쳐질 때 사회가 지속적으로 움직이고 발전해갈 수 있다는 것과 함께, 이런 눈 또한 타고나는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마치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은 굳이 악보를 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건반을 누를 수 있는 것처럼, 이 또한 내가 가지고 있는 성향이라는 생각 말이다. 물론 모든 단계가 장. 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어느 단계가 좋고 나쁘다는 의미가 없었다.로 끝나면 좋겠지만...

두 번째 주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바로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호감보다 경계를 푸는 것이다. 반복해서 마주치다 보면 경계가 조금씩 허물어진단다. 우리의 뇌는 몸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기관인데, 그러다 보니 모든 정보를 익숙한 방식으로 빠르게 정리하여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에 최적화되어 있다. 즉 뇌는 편하면 안심하게 된다. 바로 호감 역시 이 경계가 사라지고 익숙한 상황에서 많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우연한 눈 맞춤, 타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몸짓이나 행동 등이 닮아가는 동기화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그중 하나는 누군가에게 호감을 느끼고 심장이 뛰는 상황이 과연 이성적인 판단의 결과인가? 하는 것이다. 이 중에 상당수는 착각일 수 있다는 사실! 이 또한 뇌의 착각이라고 볼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 뇌는 익숙하고 편한 것을 좋아한다. 근데 심장이 뛰고 몸이 요동치는 상황은 다분히 불편하고 긴장된 상황이다. 우리 몸의 익숙하지 않은 반응이 단지 내 앞의 그 사람 때문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 또한 세 번째 주제에서 다룬다.)을 인정하지 않고 그것을 호감으로 연결시킨다는 데 있다.

세 번째 주제에서는 우리의 선택의 영향을 미치는 외부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3장은 마케팅 쪽 일을 하거나 연애에 대한 고민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도 좋겠다. 조명과 소리, 공간과 색, 온도와 향기 등 다양한 외부환경에 따라 우리의 선택은 영향을 받는다. 이런 환경을 미리 손대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상대를 이끌 수도 있다는 사실. 물론 티 나지 않는 준비가 필요하긴 하다. 우리는 말만큼 우리의 오감으로 느끼는 여러 감각들의 끝없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네 번째 주제는 지극히 돈에 대한 이야기다. 어쩌면 그동안의 3개의 주제를 아우르는 정리라고 볼 수도 있겠다 싶다. 유난히 경제학 용어들이나 이론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 장을 읽고 나니, 갑자기 씁쓸해졌다. 1장에서 모두가 바라보는 지능의 차이를 그저 차이라고만 느끼고 말기에는 뼈아픈 이야기가 곳곳에 담겨있다. 같은 돈이라도 어디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10년 20년 후의 재정구조는 크게 달라진다. 또한 부모의 부가 자녀에게로 옮겨갈 때도 마찬가지다. 이래서 흙 수저와 금수저의 차이는 어느 순간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벌어져있음을 보게 된다. 물론 책은 어디에 투자해야 한다고 대놓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읽는 순간 알게 된다. 같은 돈을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과 통장에 넣어둔 사람의 10년 후의 부의 차이를 말이다. 책에서는 이 부분을 피케티의 주장을 통해 설명한다. 빠르게 그 부분을 캐치하고, 그 부분을 알아가는 사람과 그저 평범하고 안전한 상황만을 추구하는 사람의 차이를 읽으며 꽤나 씁쓸했다. 이직에 대한 부분 역시 마찬가지다. 시작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이후의 삶이 결정되는 것 또한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는 것에 따른 기회비용 혹은 두려움이 만들어 낸 효과라는 사실이 한편으로 구슬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책 안에는 심리학과 경제학, 역사와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처럼 이어진다. 지금의 내 선택과 과거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내 모습은 결코 우연히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과 함께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그들이 괜스레 부러워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