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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한정판)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얌전히 앉아 세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었지만 재미있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인간이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애써 입을 움직이면서, 재미있지도 않은 일에 웃고,
시답잖은 일에 기뻐하는 것밖에 재주가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마음과 풀베개에 이어 세 번째 만나는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제목은 많이 들어봤는데, 정말 고양이가 주인공일 줄은 몰랐다. 그리고 이렇게나 박식한 고양이가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나쓰메 소세키가 이 작품을 38살이 되던 해인 1905년에 썼다고 하는데, 요즘이야 동물을 매개로 하는 풍자 작품이 흔하지만, 당시는 꽤 신선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다 시트콤처럼 담겨있는 내용이 다 다르다. 장편소설이라 하지만, 단편소설 혹은 연작소설 느낌이 가득하기에 어디를 먼저 읽어도 딱히 이해하기 어렵지 않겠다 싶다. 물론 등장인물들이나, 전에 있었던 이야기가 밑바탕에 깔려 있긴 하니 당연히 차례대로 읽는 게 좋긴 하지만 말이다.
영어 선생인 진노 구샤미의 집의 객식구가 된 고양이(나). 하녀조차 하대하는 고양이였지만, 어느 순간 집안의 마스코트가 된다. 이 고양이는 정말 영특해서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은 물론, 그에 대한 평가까지 내릴 수 있는 대단한 고양이다. (물론 사람의 말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도 나름 영어 선생 집의 고양이라서 그런지, 나름 학식도 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상황이 여기에도 영향을 미쳤나 보다.) 아내와 세 딸을 키우며 사는 구샤미 선생은 위장병을 앓고 있다. 그래서인지 위장병 관련 내용들이 중간중간 등장한다. 위장병을 낫게 하기 위한 여러 방책들을 사용하지만 다 듣지 않고, 가장 안 좋을 것 같은 저녁에 반주 삼아 먹는 술이 제일 잘 듣는다니 당황스럽기만 하다.

이런 선생의 집에는 메이테이와 제자였던 이학사 간테쓰가 제일 자주 들른다. 이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대단한 이야기보다는 말장난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많다. 이학사인 간테쓰가 발표할 목매닮의 역학이라는 논문을 듣고 평가를 내려달라고 하는데, 과학에 대한 부분은 모르니 건너뛰고 말꼬리만 잡고 늘어지거나 칸테쓰와 썸이 있는 가게다 가의 하나코(얼굴 한가운데 큼직한 코만 보여서 메이테이와 구샤미가 비자(鼻子)라는 별명을 지어줌) 부인이 찾아와 비아냥거리면서 하는 말 등 별 볼일 없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대신 읽다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오는 부분들이 많다. 물론 우리와 다른 문화권을 가지고 있긴 해서 완벽하게 소화가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떤 뤼앙스로 사건이 진행되는지는 알 것 같다.
특히 몰래 가게다 가에 가서 이들의 대화를 들은 고양이의 눈과 귀를 통해 펼쳐지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진짜 돈 좀 있다고 유세를 떠는 집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구샤미는 있는 척하는 하나코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하긴 했는데, 역시나 그런 어머니 아래에서 교육받은 도미코도 만만치 않았다. 간테쓰가 구샤미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와 관계를 끊고 다른 여성과 결혼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고 할까?!

물론 고양이가 주인공인, 고양이가 화자인 작품이라서 고양이들 사이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인력거꾼 네 검은 고양이 검둥이와 이현금 선생네 암컷 고양이 얼룩이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미인박명이 고양이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라니? 갑작스러운 얼룩이의 사망에 졸지에 얼룩이에게 병균을 옮긴 존재가 된 나의 한탄도 기억에 남는다.
호기심 많은 고양이는 떡을 먹다가 이빨에 달라붙어서 떼려다가 졸지에 두 발로 걸으며 춤을 추게 되고(?) 덕분에 집안의 유명 인사가 된다. 물론 그런 궁금증 때문에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하긴 했지만 말이다. 미워할 수 없는 고양이와 그 고양이의 눈을 통해 본 인간들의 모습은 또 다른 여운을 주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