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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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누군가에게 내 존재가 잊히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그 누군가가 대중이 아니라 가족이라면, 그것도 내 몸으로 낳은 자녀들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그렇다. 이 제목에 등장하는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은 오르탕시아 요양원에 머물고 있는 노인들이다. 일요일은 면회가 많은 날인데,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노인들을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생각만 해도 서글픈 이 현실 속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의 가족들에게 전화가 한통 간다. 그들이 죽었다는 부고 전화였다. 다음 날, 눈물을 흘리며 찾아오는 가족들을 밝은 미소로 맞이하는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이 당황스러운 유령의 장난은 계속된다. 마치 면회 온 적 없는 가족들이 있는 노인들을 어떻게 알았나 싶을 정도다. 그리고 그 전화의 발신지는 29호실. 폴 할아버지의 방이었는데, 그분은 3년 전부터 깨어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황당한 전화를 받은 가족 중에는 요양원을 고소하는 사람도 있었다. 경찰에 의뢰를 했지만, 범인은 흔적이 없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나는, 

삶이 이렇게까지 나를 뱉어내는 걸 보면 아마 내가 어지간히 쓴맛이 나는 존재였다 보다고 생각한다. 


 이 요양원의 막내인 21살의 쥐스틴 네주 요양보호사는 3년째 오르탕시아 요양원에서 근무 중이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쥐스틴은 같은 날, 부모를 잃은 사촌 남동생 쥘과 함께 조부모 집에서 살고 있다. 아들들의 사고 이후 자살시도를 자주 하는 할머니의 머리를 일주일에 한 번씩 말아주며, 낮에는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밤에는 책을 쓰는 그녀는 특히 요양원 19실의 엘렌 엘 할머니의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한다.


 그렇게 책 안에는 엘렌의 젊은 시절 이야기가 담겨있다. 바닷가의 여인이라고 불리는 1917년생 엘렌은 의상실을 경영하는 부모님으로부터 옷 만드는 법을 배운다. 솜씨가 좋은 그녀는 사실 책을 너무 읽고 싶지만, 난독증 때문에 책을 읽을 수 없다. 우연히 만난 뤼시앵 페랭으로부터 점자책을 읽는 방법을 배우게 된 엘렌은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 


 뤼시앵과 결혼을 하게 되지만, 사실 엘렌은 뤼시앵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뤼시앵은 엘렌을 사랑한다. 둘은 밀리에 정착하고, 자신들이 시청이라고 속이고 결혼식을 했던 그 카페를 인수한다.  밀리의 유일한 카페였고, 전 주인인 루이 할아버지 때부터 단골이었던 노인들로 카페는 늘 분주하다. 뤼시앵은 1939년 전쟁으로 차출되는데, 엘렌은 뤼시앵이 꼭 세례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결국 엘렌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 뤼시앵은 카페의 단골들 중 대부를 정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렇게 뽑힌 사람은 유대인 출신의 바이올린 연주자 시몽이었다.  





다행히 뤼시앵은 다음 해에 돌아온다. 그렇게 뤼시앵와 엘렌, 시몽은 카페에서 먹고 자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그날. 잠이 든 엘렌의 귓가에 들리는 고함소리에 엘렌은 놀라 내려온다. 뤼시앵을 때리고 끌고 가는 독일군들. 쫓아가서 말리는 엘렌은 독일군들에게 머리를 맞고 기절한다. 정신을 차리로 지하실로 내려갔다가 머리에 총을 맞고 만신창이로 죽은 시몽을 발견한다. 사실 엘렌은 시몽을 사랑했다. 그리고 뤼시앵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뤼시앵이 유대인을 숨겨주었다는 죄목으로 끌려간 날, 엘렌의 카페 주변을 나르던 갈매기도 사라진다. 뤼시앵을 찾아나서는 엘렌. 과연 그녀는 뤼시앵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잔잔한 소설 같지만, 이 안에는 두 개의 추리가 들어있다. 하나는 앞에서 말한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의 가족에게 가는 부고 전화의 범인! 또 하나는 쥐스틴과 쥘의 부모의 사건의 진상이다. 일요일 사건의 수사를 위해 요양원을 찾은 한 경찰에 의해 쥐스틴은 그동안 단순한 교통사고로 알고 있었던 부모의 사고에 대한 의문점을 알게 된다. 그들의 사고에 경찰 조사가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 


 이 두 가지 사건의 진실과 엘렌 할머니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격동의 시대를 겪어낸 할머니의 이야기 속에 추리가 곁들여지니 보통의 소설보다 더 흥미롭다. 


 가족들을 만나고 싶지만, 그들이 찾아와야지만 만날 수 있는 존재들. 찾아오지 않는 가족들을 기다리면서 일요일 10시가 되면 문만 지키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은 글로 읽어도 너무 가슴 아팠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장난을 친 건 맞지만, 그로 인해 그날만은 일요일에 잊힌 사람이 아니게 되는 것이 차라리 나은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 만나는 작가였지만, 이번 작품을 읽으며 눈에 익은 작가가 되었다. 이번 책도 역주행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하는데, 동 작가의 다른 책도 만나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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