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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쓸모 - 평범한 대화를 더 근사하게 만드는 어휘의 힘
차민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평을 종종 쓰다 보니, 어휘에 대한 아쉬움이 늘 생긴다. 같은 표현이라도, 좀 더 신선하고 적확한 단어를 쓸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이다. 문해력 관련 이슈가 많은 요즘이다 보니, 나 역시 너무 뻔한 단어들로만 글을 쓰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수시로 든다. 그래서 단어에 관련된 책들을 주기적으로 읽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어른의 어휘, 좀 더 고급스러운 어휘에 대한 갈급함은 두 가지 면을 가진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소위 있어 보이는 언어들의 경우, 대부분 한자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론 한자어는 고급스럽고, 한글은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휘에 관한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그런 생각에 매몰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어휘 관련 책을 볼 때마다 마치 한자시험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온통 한자투성이의 단어들을 나열하지 않아서 좋았다. 이 책의 취지는, 상황에 딱 맞는 말을 사용할 수 있도록 좀 더 어른스럽고, 좀 더 깊이 있는 단어를 소개하자는 것이다. 실제 어휘에 관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인지라, 복잡하지 않고 간결하게 단어를 사용하는 방법을 설명해 주고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배운 단어들이 여럿 있다. 무엇보다 배운 단어를 실제 활용해 봐야 내 것이 되는 법. 그래서 오늘 바로 활용해 봤다.
내가 쓰던 무선이어폰의 고장으로 유선 이어폰을 사용하기로 했다. 근데, 과거에 나온 이어폰인지라, 지금 사용하는 c 타입 충전구에 맞지 않았다. 새 이어폰이라서 버리기도 아까운 상황인지라, 연결 잭을 찾아보고 있었다. 근데, 오늘 갑자기 한 카페에 내가 찾는 연결 잭을 무료 나눔 하겠다는 글이 올라온 것이다. 나눔을 올린 분은, 어제 당첨된 나눔을 올린 분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니!! 그래서 그분께 댓글을 남기면서 내가 배운 공교롭다를 사용하게 되었다.
참고로 공교롭다는 생각지 않았거나 뜻하지 않았던 사실이나 사건과 우연히 마주치게 된 것이 기이하다고 할 만하다는 뜻을 가진 단어다.
하필 어제 내가 필요했던 연결 잭을 오늘 나눔 받게 된 상황! 그것도 내게 나눔을 해준 분이 같은 나눔을 또 올린 상황! 덕분에 나는 필요한 두 가지 물품을 무료 나눔으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게 바로 공교로운 상황이 아닌가!! 만약 내가 이 상황을 목도하지 않았다면, 공교롭다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했을 텐데~ 이 또한 참 공교롭지 않은가!!
학창 시절 유난히 영어선생님이 많이 사용하셨던 "고무적이다"가 늘 낯설었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배우고 넘어간다. 그 밖에도 톺아보다, 매조지다와 같은 단어들 또한 배우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특히 깊이 와닿았던 "신랄하다"라는 단어를 마지막으로 소개해 본다. 매울 신(辛)과 매울 랄(辣)이 합쳐진 이 단어는 맛이 아주 쓰고 맵다 혹은 사물의 분석이나 비평 따위가 매우 날카롭고 예리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이 신랄하다를 설명하면서 통각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낸다. 사실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 우리의 혀의 반응은 화상을 입었을 때의 모습과 같다고 한다. 신랄한 비판을 받았을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도 같다. 우리는 그 말에 큰마음의 화상을 입게 된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 신랄하다를 설명하면서, 캡사이신 원액을 들이붓는 듯한 독설이 아닌 맛있게 매운 청양고추 같은 신랄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과연 신랄하다를 설명하면서, 이보다 더 적확한 표현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 역시 이 단어를 오래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은연중에 누군가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외모와 말투, 행동뿐 아니라 어휘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저렴한 말투가 아닌 분위기 있고, 식견 있는 단어를 사용해서 나의 가치와 이미지를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