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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많은 어른들을 위한 화학 이야기 - 엄마 과학자 윤정인의 생활 밀착 화학 탐구서
윤정인 지음 / 푸른숲 / 2022년 9월
평점 :
엄마가 되고 나니, 이래저래 걱정이 많아졌다. 아이를 낳고 샴푸나 폼클렌징 등의 세정제에 유해 성분이 들어있다는 기사에 한동안 패닉 상태가 된 적이 있다. 서둘러 집에서 사용하는 제품 뒷면에 깨알같이 적혀있는 성분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안심을 하기도 했고, 양가의 제품들을 다 조사해서 쓰지 말라고 말씀드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생활이 편리해지면 질수록 우리 주변에 왜 이리 유해한 성분들이 많은 건지... 또 그 성분들은 하나같이 헷갈리고 복잡한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구별이 쉽지 않은 건지 모르겠다.
엄마이자 화학자인 저자의 책은 말 그대로 생활밀착형 도서다. 한번 즈음 고민하고, 궁금했던 이야기들이 어찌 이렇게 조목조목 적혀있는지,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특히 큰 아이에 비해 기초체온이 높은 둘째 때문에 몇 통씩 상비하고 있는 해열제에 대한 이야기나 불소 성분이 있는 치약 때문에 고민이었던 때가 얼마 전 인지라 책 속 이야기들이 참 찰떡이었다.
특히 슬라임 관련 이야기는 정말 궁금했었는데,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라고 할까? 뒤늦게 슬라임 맛을 알아서 슬라임 노래를 불렀던 큰 아이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몇 년 전부터 한참 슬라임이 유행이었을 때 슬라임에서 암을 유발하는 유해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기사를 봤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슬라임을 사러 갔던 마트의 진열대에는 슬라임이 싹 빠져있었다. 직원에게 문의하니, 유해 성분 때문에 갖다 놓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그 자리에는 물풀과 렌즈 세정액, 용기 등이 차지하고 있었다. 바로 DIY 제품을 만들도록 재료를 갖다 놓은 것이다. 결국 재료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유튜브를 검색해 보니 정말 많은 종류의 슬라임 만드는 법이 있었다. 몇 개의 자료를 본 후에 슬라임을 만들어줬다. 물론 기본 재료만 넣다 보니 한번 가지고 놀고 나면 상태가 안 좋아져서 버려야 하긴 했지만 말이다.
만들어 쓰는 제품은 과연 유해성이 없을까? 저자는 글쎄...라고 이야기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들의 경우 석 분량을 지키기도 하고, 특히 아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에는 KC 마크를 취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설렁설렁 대충 만드는 DIY 제품 보다 나을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슬라임을 만드는 데 제일 문제가 되는 성분은 붕사다. 이에 대한 대체재로 렌즈 세정액과 베이킹소다가 있는데, 이 둘 모두 염기성을 띄고 있기 때문에 약한 아이 피부에 닿으면 좋지 않다. 그렇기에 DIY로 만들 때도 염기성 재료가 필요할 때는 장갑을 끼고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기왕이면 아이랑 가지고 노는 시간을 정하고 오래 보관하지 않는 방법을 쓰라고 이야기한다.
그 밖에도 방부제나 계면활성제, 손소독제와 구리 필름, 코팅 프라이팬 등 정말 궁금하고 실제적인 이야기가 가득하기에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다시 느낀 점은 무분별한 카더라에 현혹되지 말자는 것이었다. 사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뉴스의 내용을 검증하는 일이 쉽지 않다. 저자와 같은 전문가들의 책이 반가운 이유도 그런 궁금증을 속시원히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생활에 밀착되는 책들이 자주 나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