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가득 강렬한 빨간색 옷이 눈에 확 들어온다. 내가 엄마라서 그런 걸까?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딸 사라는 1지망인 명문대에 합격, 아들인 다이키는 1지망 명문고에 합격한 마에바야시시에 사는 주부 미즈노 이즈미는 현재의 자신의 삶이 무척 행복하다. 두 자녀의 합격 소식을 듣고 준비한 저녁식사 자리에 앉아 누군가 내 행복을 좀 봐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행복이 하루도 가지 않는다.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들어가려는 순간,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린다. 남편을 깨우려다 찝찝함을 가지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4시가 막 넘은 시간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 경찰이었다. 집에 아들인 다이키가 있느냐는 물음에 너무 황당했다. 다이키의 자전거가 발견되었다는 소리가 무슨 뜻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새벽에 다이키는 사망한다. 얼마 전 연쇄살인범으로 공개수배된 하야시 류이치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다이키가 경찰을 보고 도망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경찰이 따라갔고, 놀란 다이키가 주차된 트럭에 부딪쳐서 사망하게 된다. 새벽 시간에 집을 나서고 경찰에 검문에 도주한 다이키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은 와중에, 장례식 날 울부짖는 이즈미의 모습이 방송에 나온 후 이즈미의 가족을 향한 비난은 도를 넘는다. 새벽 2시 아들은 왜 그곳에 간 것일까? 왜 그렇게 죽어야 했을까?
비밀 연애를 했다던 아들 다이키의 여자친구 다키오카 마리카는 다이키가 집에 있는 것을 답답해했다고 했다. 동아리 운동부 코치는 아들이 입시 준비로 운동에 나오지 않았다고 하는데, 아들은 운동을 하고 온다고 늦게 귀가했던 날이 종종 있었다. 이즈미는 자책감에 사로잡힌다. 집에 있는 게 불편했던 게, 나 때문일까? 내가 아들을 죽인 걸까?
15년의 시간이 흘렀다. 고미네 아카리라는 여성이 살해된 채 발견된다. 유력한 용의자로 몰린 건 같은 회사에 다니는 모모이 다쓰히코였다. 행방불명 상태인 그를 찾기 위해 가쿠토, 미쓰야 형사는 집을 방문하고 아내인 모모이 노노코를 만나게 된다. 그녀가 말하는 이야기가 석연치 않다.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찜찜함이 느껴진다. 경찰은 모모이의 본가로 가기로 한다. 모모이의 엄마인 지에는 아들의 행방불명 소식에 깜짝 놀란다. 며느리인 노노코조차 연락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내심 괘씸할 뿐이다. 남편이 행방불명 되었는데도 노노코는 변화가 없다. 결혼 전부터 아들이 아깝다는 사실에 썩 마음에 안 들었기에 더 그렇다.
두 사건은 전혀 접점이 없어 보였다. 형사인 가쿠토가 15년 전 다이키 사건의 키를 쥐고 있다.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는 정말 놀라웠다. 고미네 아카리를 살해한 범인이 이 사람이라니...!
죽음이 등장하는 책이나 사건을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인간은 죽음에 대해 상당히 이질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죽일 듯이 미워하거나 비난하다가, 대상이 사라지면 갑자기 연민과 그리움으로 바뀐다. 특히 자살한 사람에 대해서 그런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반면, 어떤 경우는 냉정할 정도로 죽음을 매도하기도 한다. 근데, 그걸 몸으로 겪어내는 고인의 가족들은 어떨까? 어떤 이유에서든 사랑하는 사람을 두 번 죽이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책 안에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겪는 두 어머니가 등장한다. 아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함을 넘어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 물론 자녀는 앞세우는 것은 끔찍한 고통이다. 하지만, 떠난 자녀만 생각하느라 내 옆에 있는 다른 자녀가 상처받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다. 잃은 것만 생각하지, 내 옆에 소중한 것은 생각지 못하는 것이다.
역시 소설의 꽃은 반전이다. 두 사건의 연관성과 함께 진범이 누구인지, 그날 다이키는 왜 그 새벽에 나간 것인지, 왜 다이키가 죽어야 했는지...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