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의 남편 이판사판
하라다 마하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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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향후 5년간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제20대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그 즈음 만나게 된 제목도 신선한 총리의 남편. 사실 우리나라는 여자 대통령이 나왔었기 때문에, 여 대통령이나 총리에 대한 신선함이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일본은 아직까지 금녀의 자리라 할 수 있는 수상(총리) 기에 우리보다 더 신선하게 받아들여질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조류학자이자 젠다 조류연구소에서 근무 중인 38세의 소마 히요리라는 남성이다. 그가 바로 총리의 남편인데, 자신의 아내이자 제111대 일본국 내각 총리대신이 된 42세의 아내 소마 린코를 관찰(?) 하며 후대를 위해 작성한 일기라고 할 수 있다. 특이사항이라면, 조류학자인 자신의 직업병을 십분 발휘해서 아내를 매의 눈(?)으로 살펴보며 일기를 쓰는데, 훗날 자신의 일기를 읽을 누군가를 위해 역사기록으로 남기겠다는 사명감에 차 있다.

소마 히요리는 참 어리숙하고 순진한 남자로 그려지고 있는데, 그런 그가 재벌인 소마 가문의 차남이라는 사실. 재벌가의 아들이면서도 이렇게 순진하고 착할 수 있는 걸까? 마치 초식남 같다고 할까? 반면, 우리의 여자 총리인 소마 린코의 이력도 만만치 않다. 소설가인 아버지와 정치학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소마 린코는 어머니의 뜻을 이어 정치인이 된다. 제3 야당인 직진당의 당수로 노회한 정치인들과 달리 국민을 생각하고, 소비세 인상처럼 당장은 이해가 어렵더라도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치 철학을 가지고 있다. 현 여당의 부정부패에 반기를 들었던 여당 민권당 고위 관계자인 하라 구로는 탈당 후 민심당을 창당한다. 그리고 야권 정당들이 연합해 내각을 무너뜨린다. 그런 후, 차기 총리로 자신이 아닌 42세의 젊은 여성인 소마 린코를 올리게 된 결과, 소마 린코가 제111대 총리가 된 것이다. 물론 이름에서부터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속 검은 하라 구로(겉은 하얗지만 속은 검은 인물을 가리키는 일본어라고 한다.)가 스스로 총리가 되지 않고 소마 린코를 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정치 9단 하라 구로에는 못 미치지만 소마 린코 역시 정치인이다. 하라 구로의 생각대로 쉽게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하라 구로는 화자이자 린코의 남편인 히요리에게 접근한다. 우리의 순진한 주인공은 과연 하라 구로가 던진 덫에 걸려들 것인가?

책을 읽는 내내 흥미롭고 신선함을 넘어 풋풋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마 린코라는 국민의 마음을 대변하는 이상적인 정치인이 등장해서 그럴까? 아내에 대한 사랑과 아내를 돕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퍼스트 젠틀맨 때문일까? 이상적인 정치인을 현실에서는 만나기 어렵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독자의 마음을 끌기 충분하다. 이제는 소설 속에서만 아니라, 실제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도 이런 신선하고 바른 정치인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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