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나 카레니나 전3권 + 다이어리 1종 세트 (다이어리 3종 중 1종 랜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은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제목은 참 많이 들어봤지만, 도저히 엄두가 안나는 분량. 이번 기회가 아니었으면 언제가 될지 몰랐겠지만 이렇게나마 오랜 숙제를 해낸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뿌듯하다. 레프 톨스토이. 톨스토이는 정말 많이 들어봤지만, 부끄럽지만 그가 러시아인이라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저 톨스토이라는 이름만 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풀네임을 보니 러시아 사람이구나! 알게 되는 걸 보면...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사실 외국소설을 읽을 때마다 긴장하게 된다. 등장인물의 이름이 입에 붙지도 않고, 헷갈리기 때문이다. 그동안을 일본 작품이 그랬는데, 러시아 작품에 비교하면 새 발의 피다. 다행히 책 첫 장에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읽다가 헷갈리면 앞으로 와서 확인하는 작업을 꽤 오래 했더니, 어느 순간 익숙해졌다. 물론 완독을 한 지금도 풀 네임은 모른다. 그저 구분되는 이름만으로 알뿐... 가령 안나, 스테판 혹은 레빈처럼...
1권을 상당 부분 읽었는데도 주인공인 안나는 등장하지 않는다. 전체 3권 총 분량이 1500페이지가 넘으니... 전체 분량으로 따지면 머... 당연할지 모르겠지만,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흥미로웠다. 주변 인물들에 대한 소개가 상당히 자세하고, 그들 간의 대화도 자세하기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고전이지만, 분량의 압박만 아니면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흥미롭기도 했으니 말이다.
역시 인생사의 상당 분량은 사랑 이야기다. 이 벽돌 분량의 이야기 중 주된 포커스는 역시 주인공 안나의 사랑 이야긴데, 문제는 안나가 유부녀라는 사실이다. 1부의 시작은 안나의 오빠인 스테판이 바람을 피우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리고 스테판의 친구이자 부유한 귀족 레빈이 스테판의 처제인 키티를 향한 사랑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사실 레빈이 왜 초반부터 키티를 사랑하지만, 자신의 모습에 자꾸 자신이 없어하는지 도통 이해하기 힘들었다. 귀족이고, 깨어있는 지식인이고, 키티에 대한 사랑이 참 크지만 사랑 앞에서 불안함에 도망하는 그의 모습은 안타깝기도 했지만, 화가 나기도 했다.(내가 키티라도 그의 청혼을 거부할 수 있을 듯하다. 그렇게 사라지는 모습은 책임감 없고 가벼워 보일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레빈의 연적인 브론스키와 안나의 만남 역시 흥미로웠다. 오빠 부부의 문제를 해결하러 온 안나가 오히려 자신의 문제를 만들게 되었으니... 사실 지금도 불륜은 문제가 크다. 특히 안나는 귀족층이자 사교계에서도 꽤 이름이 있는 가문의 여성이었고, 같은 귀족인 브론스키와의 사랑이었기에 말이다. 책 속에는 다양한 모습의 사랑이 담겨있다. 어떤 모습이 진정한 사랑인지에 대한 판단은 개개인의 몫이겠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안나 카레니나가 주인공이지만, 키티와 레빈의 모습에 더 집중이 되었던 것 같다. 결국 사랑의 결실을 맺는 레빈. 하지만 그는 사랑에도 한결같았지만, 귀족이면서 다른 귀족들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특히 2권에서 레빈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수를 차지했는데, 그의 이야기와 행동에 담긴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우연으로 시작된 이들의 만남이 결국 이들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인도하게 된다. 만약, 안나의 오빠인 스테판이 가정교사와 바람을 피우지 않았다면, 안나는 모스크바에 올 일이 없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안나와 브론스키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그랬다면 레빈과 키티 커플도 이어질 수 없었겠지만 말이다. 사랑에만 집중하고, 모든 것을 거는 여성 안나. 그녀의 사랑의 끝은 과연 어떨까?
엄청난 벽돌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빠른 전개와 파격적인 이야기 속에 꽤 오래 빠져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나 또한 엄마의 입장이기에 자신의 사랑에 집중하면서도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이 담긴 안나의 모습에 자꾸만 마음이 갔다. 나름 많이 해준다고 하지만 한편으론 다 해주지 못해 미안한 엄마의 마음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름이 어렵긴 했지만, 번역이 매끄럽고 흥미를 유발하기에 어렵지 않게 읽어갈 수 있었다. 분량에 엄두가 안 난다 해도 처음 읽기 시작하는 게 힘들지, 막상 읽게 되면 그 어떤 작품보다 흥미롭게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로 심신이 지친 요즘.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와의 만남을 통해 또 다른 삶의 모습을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