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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 추하다 당신의 친구
사와무라 이치 지음, 오민혜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8월
평점 :

멸시하면서도 원하고 있다. 가까이하긴 싫어도, 지켜보면서 즐기고는 싶은 것이다.
추한 인간을, 추하게 무너져가는 인간을.
자기가 다음 표적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고, 계속 구경꾼으로 존재할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
얼마나 어리석은가. 얼마나 야비하고 천박한가.
도립 요쓰카도 고등학교 3학년 2반 한 여학생이 자살을 한다. 하무라 사라사. 반에서 소위 엄친아로 불리는 아름다운 외모의 여학생이었다. 그녀의 자살은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다 줬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사라사가 자살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시간이 얼마나 지난 어느 날, 노지마 유나가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다. 갑자기 얼굴에 여드름이 돋아나고 하얗게 고름이 들고 터지는 것이 순식간에 일어난다. 담임인 마이카 역시 수업 시간 중에 급작스럽게 고름과 피로 덥히는 유나의 얼굴을 목도한다. 유나는 자신의 얼굴을 보며 유어 프렌드의 저주를 이야기한다. 사실 유나는 반에서 아름다운 외모 그룹에 속해있는 아이였다.
사건이 일어난 후 같은 학교 아오야마 선생에게 들은 히메사키 레미의 저주 이야기에 마이카는 놀란다. 유나가 자신의 얼굴을 보고 말했던 유어 프렌드의 저주가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사건 이후 반 분위기는 삽시간에 공포와 의심으로 가득 찬다. 소위 외모에 자신 있는 그룹은 다음 타깃이 자신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외모에 자신이 없는 그룹은 범인으로 의심받기도 한다. 남학생들은 자신의 주변 여학생에게 유나와 같은 끔찍한 사건이 일어날까 봐...
그러다 외모 그룹의 3위인 나아스기 치아키의 책상에서 저주의 편지가 발견된다. 사라사의 팬이었던 가노 마미는 저주의 범인을 찾기 위해 반 아이들의 탐문수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우연히 구조 게이와 함께 길을 가다가 예쁜 외모 그룹의 추종자인 아라키 가오리와 오하라 사스키를 만난다. 구조 게이는 몇 년 전 사고로 얼굴을 다친다. 얼굴에 생긴 흉 때문에 늘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그날 이후 자연스레 섞여서 이야기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신경을 쓰면 다친 상처가 화끈거리기도 한다. 그런 구조의 속 사정을 모르는 아라키 가오리와 오하라 사스키는 구조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날카로운 말을 서슴없이 해댄다. 근데, 그 순간 갑자기 아라키 가오리의 얼굴이 괴상하게 변하기 시작하는데...
외모지상주의는 사실 우리 사회에서도 만연하다. 댓글로 얼평을 하고, 자신의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들에게는 여과 없이 악플을 남기는 건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 모습은 비단 남뿐 아니라 가까운 사이에서도 겪을 수 있다. 담임인 마이카 역시 그런 상처를 지닌 사람이다. 어린 시절부터 엄마로부터 예쁘지 않다는 이야기를 수시로 듣고 살아온 그녀였기에 웃는 얼굴이 습관이 되었다. 슬프고, 힘든 순간에도 굳어진 웃는 얼굴 덕분에 오해를 받기도 한다. 사실 책을 읽으며 나 역시 어린 시절 이야기가 떠올랐다. 가게를 했던 우리 집 손님들 중 동생과 나를 비교하며 동생이 더 예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어느 날부턴가 손님들만 보면 누구도 묻지 않았는데, 나 스스로 " 내 동생이 더 예뻐요."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고 한다. 내 모습을 보고 엄마는 너무 미안하고 속이 상했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사실 너무 어린 시절이기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말이 내 자존감에 영향을 미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사실 범인을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한 추리소설이지만, 소설 속 누구도 상처받지 않은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외모가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사회 속에서 상처를 주는 사람도, 상처를 받는 사람도 결국은 상처투성이가 되기 때문이다. 외모보다는 내면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가장 먼저 대면하는 것이 외모기에 씁쓸해진다. 아마 인류가 계속되는 한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버릴 수 없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