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반야심경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리즈
야마나 테츠시 지음, 최성현 옮김 / 불광출판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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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뭘까. 틈날 때마다 유튜브에서 법륜스님 즉문즉설 강의를 듣는다. 개개인의 갈등과 괴로움의 모습은 가지각색인데 스님의 해법은 늘 같다. 자주 듣다 보면 입으로는 해법이 술술 나온다. 그런데 막상 문제가 내 것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고민을 털어놓았던 사람들처럼 좀처럼 내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 행복은 괴로움이 없는 상태라는데 고작 그런 상태가 행복이라면 조금 허무했다.

불교에 관심을 갖고 여러 강의를 듣다 유튜브 관심 카테고리에 반야심경 강의를 듣게 되었다. 불교 경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한 번씩 암송하는 기본 경전으로 반야심경을 꼽는다고 한다. 262자로 짧아 외우기 쉽지만 그 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도 적다하니 제대로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경전 글귀는 해석 방법에 따라 이해력이 천차만별인데 이 책은 쉽게 읽히고 쉽게 이해되었다. 불교 용어 해석보다 전하려 하는 의미를 중심을 두고 썼다. 내지 첫 장에는 반야심경 해석 글이 두 페이지에 실려 있다. 본문이 시작되는 속지에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는 행복에 관하여'라는 문구를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불교에서 말하는 '공(空)'을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누구나 우리의 감정을 일으키는 원인이 바깥 세계에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래서 뭔가 불쾌한 느낌이 들 때 반사적으로 바깥 상황이나 다른 이의 행동이 원인이라 느낍니다. 그렇게 받아들입니다. 이것은 의식적으로, 머리로 판단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닙니다. 무의식적으로, 거의 자동적으로 몸이 그렇게 판단해 버립니다. 그리고 원인을 만들었다고 보이는 사람이나 일에 대해 ‘화’가 나는 것입니다. P.102

모든 감각은 뇌가 느끼는 것이라 했을 때 놀랐던 기억이 화가 일어나는 과정에 오버랩되었다. 가시에 찔리면 피부가 아픔을 느끼는 게 아니라 뇌에서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서 아프다 느끼는 것처럼 괴로움이 생기는 과정도 같았다. 실제 일어난 사건이나 상황이 괴로움을 주는 게 아니라 뇌에서 괴롭다 느끼면 괴로움이 생긴다. 역으로 뇌에서 괴롭다 느끼지 않으면 어떤 상황 속에서도 괴롭지 않을 수 있었다. 책에서는 “바깥 세계에 대한 나의 반응이 바뀌면 바깥 세계 자체가 바뀐다”라고 설명한다.

돌이켜보면 바깥 세계의 정보에 대한 나의 반응 방식이 나의 삶이 되어 있었다. 반응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이전과 같은 삶을 살 것이다. 괴로움에 대한 반응 방식을 바꾸어 괴로움이 없는 상태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8 정도를 소개하고 있다. 매 순간 자동화된 기계처럼 반응하는 내 모습을 알아차리는 정념(正念)과 과거에 만들어진 상을 풀어내는 정정(正定)을 중요하게 다루었다.

바깥과 연결된 존재라 생각하면 자유롭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나 연결되어 있으니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듯 남도 받아들일 수 있으며 나에게 하듯 남에게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여전히 타인과 대면하면 자동화된 프로그램처럼 이전과 똑같이 반응하지만, 지금은 때때로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알아채는 수준은 되었다. 가끔 마음에 여력이 있을 때는 “그러게~” 수긍하며 대꾸한다. 그러면 상대도 힘이 빠져 더는 실랑이하지 않는다.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은 스스로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자신에 대한 집착을 버렸을 때 비로소 남에 대한 집착도 버릴 수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남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집착하지 않을 수 있는 겁니다. 남에게 뭔가를 하는 것과 나에게 하는 것은 같습니다. 남에게 잔혹한 사람은 자신에게도 잔혹합니다.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p.152

행복은 흑백텔레비전에서 컬러텔레비전으로 바뀌며 색을 보여주었을 때의 감흥과 비슷한 것 같다. 이미 보았던 장면이 색이 주는 아름다움으로 다른 느낌을 갖게 되는. 지금 내 눈에 비치는 모습이이 전부가 아닐 것이라 매일 생각한다. 자신의 의지 없이 자동화된 프로그램으로 운영된 세상에 진짜 색은 없을 듯하다. 실제로 행복해지지 않는다면 모든 종교는 무의미하다. 유의미한 세상을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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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높새바람 46
주나무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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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자마자 사과 상자에 버려져 수녀원에서 자라야 했던 ‘조이’. 사과 상자에 담겨 수녀원에 버려진 조이가 어디에서 왔을까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마구간에서 태어난 예수도 엄마가 있었는데 그마저도 없었다. 조이는 부모의 부재 속에서 자신을 찾기 위해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낸다. 조이에게 말하는 것을 참는 것은 달리는 기차를 막는 것이었으며 오줌을 참는 것과 같았다.

조이는 부모의 이혼으로 잠시 수녀원에 머물게 된 은채의 등장으로 삶의 본능과 의지를 바꿔야 할 상황에 직면한다. 은채는 이혼한 부모 때문에 임시로 머무는 수녀원 생활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 수녀원에서 함께 생활하는 조이가 반 친구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알릴까 두려워 불편하기만 하다. 은채와 달리 조이는 처음으로 함께 살게 된 또래 친구와 친하게 지내고 싶다. 그래서 혹여 실수로 은채의 비밀을 말할까 걱정되어 태어난 순간부터 닫힐 줄 몰랐던 입을 꾹- 닫아 버린다.

조이가 힘겹게 입술 붙이기를 하며 비밀을 지키고 있었지만, 은채의 비밀은 의외의 사건으로 드러난다. 친구들 앞에서 모든 비밀이 드러난 은채는 학교에서 조퇴 후 수녀원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조이는 은채가 갈만한 곳을 생각하니 순간 떠오르는 곳이 있었다. 넘어진 달리기 시합에서 일 등할 수 있게 도와준 바람 거인은 이번에도 조이를 도울 수 있을까. 조이와 은채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살다 보면 거짓말을 하게 된다. 거짓말하는 이유는 뭘까. 초등학교 고학년 첫째 아이는 위기 상황이 닥치면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그럼 친구 사이는 위기 상황도 아닌데 왜 거짓말을 하게 되지?” 하고 되물어 보니 “돋보이고 싶으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거짓말까지 하면서 돋보여야 할 이유는 알 것 같다. ‘세상에서 네가 최고야’라는 말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거짓말은 나와 타인을 구별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다.

거짓말은 조이가 오징어네 집에 놀러 가서 숨바꼭질할 때 숨어 들어갔던 멋진 공간과 같다. 두 번 다시 숨바꼭질을 못 한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멋진 곳이라 생각하고 들어가지만, 결국 혼자 남아 있어야 하는 곳이다. 아무리 멋진 곳이라 해도 누구도 찾을 수 없는 공간에 홀로 남아 있는 것처럼 외롭고, 무섭고, 쓸쓸한 일이 또 있을까. 조이는 자신의 힘으로 그곳을 탈출한다.

처음에는 어른아이처럼 보이는 조이가 싫었다. 부모도, 형제도, 집도 없으면서 당당한 모습이 판타지 소설 주인공 같았다. 그러나 조이는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싶었던 때 갈등하면서 자신을 드러내는 연습을 하고, 한 번도 보지 못한 부모의 존재를 자신의 모습에서 찾아 상상한다. 조이의 담대함은 매일 멋진 공간만 찾아 숨어들던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거짓말은 엉킨 머리칼을 더 엉키게 만들지만 참말은 엉킨 머리칼을 찰랑찰랑하게 해주는 것 같더구나. 빗질을 하듯이 말이야.” (‘조이’ p.146) 잠자고 일어나면 부스스 엉킨 머리칼이 영 못마땅하지만 엉킨 머리카락을 계속 숨기다 보면 결국 잘라내야 할지도 모른다. 엉킨 머리카락을 붙잡고 있는 것보단 열심히 빗질하는 편이 낫다. 진실을 향해 달음박질하다 코가 깨지더라도 그 힘으로 성장해 나간다는 것을, 조이는 몸소 보여준다. “고마워! 조이.”

수녀원에 두고 간 사과 상자 안에 한 아기.

지금은 열두 살 소녀가 된 남조이.

누구나 두려움을 갖고 태어나지만

넌 조금 더 일찍 그 상자를 깨고 나온 거야.

남들과 다른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감추면

두려움은 점점 자라나 나의 주인이 돼.

드러내. 드러낼수록 가벼워져.

남들에게도 내가 가진 두려움이 있어.

그들도 참고 있을 뿐이란다.

두려움을 정돈하는 삶의 빗질을 잊지 않을게.

찰랑찰랑 물결치는 삶의 환희.

오늘 나의 삶이 어제보다는 용감하길.

두려움 뒤에 있는 기쁨을 알게 해준 ‘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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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줄 초등 글쓰기의 기적 - 아이의 마음과 생각이 크게 자라는 하루 3줄
윤희솔 지음 / 청림Life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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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열풍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개인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나'를 잘 표현하는 글 쓰는 능력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하루 3줄 초등 글쓰기의 기적>은 다른 글쓰기 책과 다른 매력 세 가지가 있었다. 첫째, 책날개에 기재된 저자 이력 중 영국 리즈대학교에서 교육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는 점이다. 글쓰기는 서로 떨어져 있는 낱말을 체계적인 구조와 내용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작업이다. 교육공학은 교육에 첨단 과학 기술이나 심리학, 경영학, 커뮤니케이션 이론 등 다양한 이론을 접목시켜 교육 환경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현재 교사로 재직 중인 것을 감안하면 실험적인 연구와 경험을 통해 차별화된 글쓰기 노하우가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했다.

둘째, 목차와 본문을 훑어보니 본문에 첨부된 아이들 글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두 아들의 엄마라 소개하는 글을 보면 분명 글을 쓴 아이는 남자아이다. 엄마표를 온전히 수행할 수 없는 직장맘으로 남아들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활동성과 호기심을 길들이는 법이 궁금했다.

셋째, 이 책의 글쓰기 비법은 공감과 느낌 언어를 글쓰기에 접목시킨 방법이었다. 저자는 <아홉 살 마음 사전>과 <아홉 살 느낌 사전>에 나온 감정과 느낌 표현을 글쓰기 활동에 사용했다. 자기중심적인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글쓰기로 알게 됨과 동시에 타인의 감정과 느낌까지 알게 되었다. 책 읽기가 문자를 이해하는 수동적인 입장이라면 아이들의 자기중심성을 적극 활용한 '3줄 글쓰기'는 나를 표현하는 글을 찾는 능동적인 활동이었다.

다독은 나와 비슷한 상황 속에 놓인 주인공을 통해 자신이 마음 상태가 어떤 것인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는 아이들과 부딪히는 문제의 근원이 마음에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자신의 감정을 알게 하는 심리학적 접근법으로 초등학생 글쓰기 방법을 소개한다. 수많은 아이들과 만나면서 감정 상태를 제대로 알고 표현할 수 있다면 자존감과 창의성 발달, 갈등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신념을 아이들과 실제로 글쓰기를 해보며 확신했다.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만나 이해하고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 글쓰기이고, 이것이 곧 아이들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p.30라는 말속에서 글쓰기의 본질을 엿볼 수 있다. 성적이나 논술이 목적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힘을 길러주기 때문에 글을 써야 한다는 말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편지를 쓰고 싶어지고 억울한 일이 생기면 탄원서를 쓰게 된다. 아이들도 억울하거나 슬프거나 원망스러운 일이 있을 때 글을 쓰고 싶어한다고 한다.

본격적인 글쓰기 비법은 2장부터 6장까지 1단계부터 5단계로 구분해 서술했다. 입학을 기다리는 예비 학부모가 주의 깊게 볼 내용은 1장과 2장이다. 기본기가 없으면 창의성은 꿈꿀 수 없다. 글쓰기도 운필력과 기본자세가 중요하다. 첫째 아이를 기르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 부분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라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하지만 책 읽기에 대한 보상은 보상 자체에 관심이 없는 아이에게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며 득보다 실이 될 수 있으니 아이의 성향에 따르는 것이 좋다. 책 읽기의 가장 큰 보상은 책을 읽는 재미 그 자체에 있다. 7주 습관 달력은 기질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2장은 본격 학교생활에서 등장하는 글쓰기, 받아쓰기와 일기 쓰기에 대한 내용이다. 받아쓰기 문제를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했는데 모든 지문은 교과서에서 찾는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교과서를 가지고 다니지 않으니 디지털 교과서를 참고하여 아이와 함께 문제를 만들어 준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엄마표라고 나온 책들이 소개하는 활동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편인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아이와 함께 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받아쓰기 시험을 중 눈에 띄는 부분은 틀린 부분을 아이들과 토의해 보는 점이었다. 어떤 점이 어려웠는지 함께 고민하며 나만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유도해 자신감을 지켜주는 좋은 방법이었다. 토의한 후에는 도전 문제 맞히기 활동으로 다시 한번 어려운 부분을 짚어 주는 점도 좋았다. 시험이 아이들에게 스트레스가 되는 이유는 과정이 아닌 결과만으로 등수가 매겨지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는 공감의 당근과 성장의 채찍 두 가지 모두 필요하다. 일기 쓰기 글감 찾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세한 가이드가 제시되어 있다. 가족 게시판이 있다면 인쇄해 붙여두고 가족과 함께 하루 일과를 얘기 나누며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초등학교 중학년 이상의 부모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4장과 5장이다. 저자는 아홉 살 마음 사전, 아홉 살 느낌 사전으로 먼저 아이들의 속마음을 헤아리며 글쓰기에 접근했다. 감정 단어를 활용한 글쓰기 방법을 살펴보면 '아이 마음 들여다보기' 가 나온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며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이다. 하지만 평소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부모라면 먼저 아이와 공감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라 말하고 싶다. 선생님에게 얘기하는 것과 부모에게 털어놓는 것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

돌이켜보면 어릴 때 썼던 일기 속에 내 감정을 담았던 때는 사춘기 이후였던 것 같다. 어릴 때 일기장에는 좋고 행복한 일만 썼다. 솔직한 감정이 담긴 일기는 누가 볼까 창피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감정 단어를 사용해 토론하며 글을 써보는 것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처리하는 법도 배우게 되어 일석이조다.

"가끔 숨이 찰 때면 초등학교 운동회 때 결승선을 향해 달리던 기억이 납니다. 모기 터지라고 응원하면서 두 팔을 벌려 저를 안아줄 준비를 하고 있던 부모님과 할머니가 보이고, 운동장 울타리 밖에서 팔던 달콤한 솜사탕 냄새가 납니다. 힘들고 괴롭기만 한 숨이 찬 느낌이 가족과의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게 해 저에게 살아갈 힘을 주게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아이의 감각에 사랑을 담아주세요. 아이가 앞으로 살면서 느끼게 될 수많은 느낌이 단순한 감각적 자극이 아니라 가족들의 추억이 담긴 선물로 느껴지고, 아이가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가꾸어나갈 힘을 갖게 될 것입니다." 168

감각 단어를 활용한 글쓰기에서는 다양한 어휘가 어떻게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지 재현해 볼 수 있다. 어휘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어휘만 따로 학습하는 것은 문장 이해에만 도움이 될 뿐 글쓰기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 위 지문은 느낌이 글에 어떤 힘을 주는지 설명해 준다. 상황에 따른 느낌을 찾고 그 느낌을 다시 글로 표현해 보는 작업이다. 작가들이 글 속에 무엇을 담고 싶어 하는지 머릿속을 잠시 들여다보는 비법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은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학교는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공간이다. 처음 글이 생겨났을 때를 상상해 보면 누군가와 소통을 위해 생겼을 것이다. 내 마음을 알고 표현할 수 있으면 타인의 마음도 잘 볼 수 있게 된다. 결국 글쓰기도 사람과의 관계에 필요한 것이다. '3줄 글쓰기 방법'은 자신과의 관계에서 타인과의 관계로 물꼬를 트는 적극적인 소통의 방법이었다. 글을 쓰는 이유와 목적에 대해 누구보다 분명하고 쉽게 이야기한 책이다. 추천 책 목록 기억하기 싫은 분, 아이와 함께 하루 10분 이내 할 수 있는 글쓰기 활동 찾는 분, 아이 마음과 글 쓰는 법까지 알고 싶은 학부모에게 강력 추천한다.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다크 <소설처럼>

무엇을 어떻게 읽든 침해할 수 없는 독자의 권리 열 가지 독서 권리 장전

첫째, 책을 읽지 않을 권리

둘째, 건너뛰며 읽을 권리

셋째,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넷째, 책을 다시 읽을 권리

다섯째,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여섯째, 보바리슴(Bovarysme, 마음대로 상상하며 빠져들 권리)을 누릴 권리

일곱째, 아무 데서나 읽을 권리

여덟째,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

아홉째, 소리 내서 읽을 권리

열째,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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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이 - 2019 뉴베리 영예상 수상작
캐서린 머독 지음, 이안 숀허 그림, 김영선 옮김 / 다산기획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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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THE BOOK OF BOY <더 보이>

캐서린 길버트 머독 지음, 이얀 숀허 그림. 김영선 옮김

아담과 이브는 탐스러운 사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난다. 신의 뜻에 따라 사과를 탐하지 않았다면 젖과 꿀이 흐르는 에덴동산에서 끝없는 행복을 누렸을 것이다. 먹음직한 사과의 유혹은 매혹적이다. 하지만 쭈글쭈글한 오래된 사과였다면, 그들이 호기심을 가졌을까. <더 보이>는 쭈글쭈글한 보잘것없는 사과를 먹기 위해 겅중거리는 염소들을 달래며 사과나무에 오르는 곱사등을 가진 소년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사과나무에 오른 소년 ‘보이’에게 보이는 것은 순례자였다. 소년의 모습을 본 순례자 ‘서컨더스’는 소년에게 성-베드로의 계단에서 축일을 위한 순례 여행에 동행할 것을 제의한다. 소년은 주인에게 어렵게 허락을 받고 서컨더스와 동행한다. 소년은 동물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처음 동물들과 서로 말을 주고받는 지문을 읽었을 때는 외로운 소년의 상상놀이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능력은 앞으로 닥칠 위험 속에서 탈출의 실마리뿐만 아니라 정체성을 밝히는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서컨더스는 순례 중이라 했지만 사실 지옥에서 탈출해 일곱 개의 유물(갈비뼈, 이, 엄지손가락, 정강이, 뼛가루, 두개골, 무덤)을 찾고 있었다. 첫 번째 갈비뼈는 이미 손에 넣었고, 두 번째 유물을 손에 넣기 위해 뭐든 잘 타고 오르는 사람이 필요해서 소년에게 동행을 제의한 것이었다. 서컨더스는 뜨거워 만질 수 없는 유물을 소년은 손쉽게 등에 짊어졌다. 소년은 첫 번째 유물이 담긴 자루를 자신의 곱사등에 올리자 따뜻한 기운을 느꼈다. 그리고 유물이 담긴 자루를 짊어지며 곱사등이 사라지자, 태어나 처음으로 평범한 삶의 행복감을 경험한다.

두 번째 유물을 찾고 돌려보내려던 서컨더스의 계획과는 다르게 소년이 처음 느껴본 행복감은 모험을 떠날 원동력이 된다. 소년은 일곱 개의 유물을 모두 찾아 서컨더스와 함께 로마로 가서 평범한 소년으로의 재탄생을 희망한다. 고생 끝에 일곱 개의 유물을 모두 찾고 서컨더스는 자신의 바람대로 천국으로 사라지지만, 소년은 평범한 소년이 되지 못하고 그대로 현실에 남는다.

사실 괴물처럼 보이는 소년의 곱사등 안에는 천사의 날개가 감추어져 있었다. 그를 처음 발견한 신부님의 말대로 끝까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그는 자신의 아름다운 날개의 존재와 가치를 제대로 보지도, 알지도 못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소년은 드러내지 말라고 했던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면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게 된다.

"처음에 나는 날개를 애써 무시했다. 내가 소년이 되면 날개를 잃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날개는 만져 주면 너무나 좋아했고, 깃털들은 씻어 주면 행복해했다. 새장 속의 새들은 스스로 몸을 단장한다. 붙잡힌 매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나도 몸단장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p 278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괴물로 취급받았던 시절이 있었기에 숨겨진 날개의 가치는 더욱 빛났다. 스스로 드러낼 용기가 있을 때만이 날개의 가치를 알 수 있었다. 소년은 위험한 사람이고 생각했던 서컨더스와 모험을 떠났고, 자신의 쓰임이 다했음에도 모험을 계속하겠다고 선택했으며, 절대 자신을 드러내지 말라고 했던 신부님 말씀을 조금씩 극복해 나갔다. 천사인 소년은 여전히 날개를 숨겨야 하겠지만, 더 이상 어깨를 움츠리며 걷지는 않을 것이다.

서컨더스는 자신은 마법사가 아니라 그저 '지혜'와 '열쇠'가 있을 뿐이라 했다. 지혜와 열쇠는 서컨더스처럼 어느 순간 내게 주어질 수 있지만 그것을 선택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것은 소년의 용기였다. 소년이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의 깃털을 조심스럽게 씻었을 때 벅차오르는 행복감과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며 기쁨을 느끼는 모습은 충만한 기쁨을 주었다.

책을 읽는 내내 유물을 찾는 긴장감보다 소년의 곱사등 안에서 자라고 있는 날개를 어떻게 감출지 걱정되었다. 꺼내어 빗질을 하고 씻을수록 튼튼해지고 커지는 소년의 날개를 보며 내 안에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아름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담과 이브가 신의 말씀을 거역하고 잃어버린 것은 자신이 본래 가지고 있던 아름다움을 보는 눈이었을지도 모른다. 서컨더스는 죽은 사람의 유물로 이루는 헛된 희망이 아니라, 소년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을 주었던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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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민화로 떠나는 신화여행 인문여행 시리즈 2
하진희 지음 / 인문산책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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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를 공부하다 신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인간이 남긴 그림과 글에는 삶을 관통하는 삶의 진리가 상징처럼 담겨있다. 이야기처럼 그림도 현재까지 전해지는 이유가 있다. 인도 신화는 널리 읽힌 서양의 그리스 로마신화만큼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같은 아시아에 속해 있는 문명의 발생지 인도 신화를 알게 되면 우리나라의 옛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다.


한국의 민화는 조선 후기 서민층 사이에서 유행하며 일상생활양식과 관습에 바탕을 두고 계승되었다. 반면 인도 민화는 13억 인구 수보다 많은 힌두교의 신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인도인들에게 신화는 현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를 인도 민화는 이야기한다. 이 책 <인도 민화로 떠나는 신화여행>은 동일한 제목으로 2010년에 나왔던 책의 개정판이다. 목차를 살펴보면 표지만 바뀐 것 같지만, 문명의 발생지로 과거의 이야기를 간직한 채 현재까지 살아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이야기를 민화와 함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인도 민화 지역 분포도에 따라 분류된 세 가지 민화 양식 중 왈리 부족의 민화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소똥을 발라 바탕을 마련한 천이나 흙벽 위에 흰쌀가루로 그림을 그렸는데 작은 삼각형 두 개로 표현한 인간의 형상이 졸라맨을 연상시켰다. 한 장의 그림에 서사를 표현한 점이 특징이었다. 결혼식에 대한 그림을 그린다면 결혼식 준비와 진행 과정, 결혼식 후 피로연 모습과 일상의 모습까지 모두 표현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서사가 들어있지만 계획되지 않는 구성은 시작과 끝을 짐작할 수 없어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삶을 연상시킨다.


왈리 그림에서 빠지지 않는 사람, 나무, 동물은 그들의 삶에 가장 소중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신을 숭배하고 자연과 조화롭게 지내는 모습은 평화로움과 안정감을 주었다. 결혼식 하루 전날 부부가 살 집의 부엌 벽에 그려진 벽화는 몇 달 후면 지워져버린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림 속 파라가타 신이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겸손한 마음으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가장 인간다운 모습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마지막 장 '왈리의 옛날이야기'는 우리의 옛이야기와 비교하며 가장 재밌게 읽었던 부분이다. 가난한 남자에게 언제든 필요한 양만큼의 곡식을 얻게 해 주는 <마술 항아리>가 부잣집에 가서는 온갖 징그러운 벌레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부분에서 흥부와 놀부가 박을 타던 모습이 떠올랐다. 어두운 숲속에서 귀신을 만났지만 농부의 기지로 살아남은 <귀신과 농부>와 친절한 호랑이의 꾀임에 빠져서 잡아먹힐 뻔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목숨을 건진 거북이 이야기 <욕심 많은 호랑이>에서는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는 얘기를 생각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달라도 이야기 속에 숨은 뜻은 같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인도 민화 속 사람의 형상은 주인공이라기보다 한 부분으로 다가왔다. 한치의 여백을 허용하지 않고 빽빽이 채운 공간 속에서 인간도 하나의 점이나 선, 면이었다. 그림은 대부분 좌우 대칭형으로 안정감과 균형감을 보여준다. 신과 인간과 자연이 균형을 이루던 삶을 그림으로 마주하니 마음이 평안했다. 현대 인류가 불행한 것은 이런 균형감각을 상실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때 인도 여행이 붐처럼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바쁜 현대인의 삶과는 동떨어진 세계에 대한 동경이 민화를 보며 다시 꿈틀거렸다. 문명이 들어서기 전 온전한 신의 세계와 글자가 사라진 곳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그림의 힘을 인도 민화에서 보았다. 좀 더 많은 옛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문자에 익숙해진 문명인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뒷부분에 부록으로 수록된 왈리 그림 따라 그리기도 재미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며 자유롭게 그려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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