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의 의미 - MBTI는 과학인가?
박철용 지음 / 하움출판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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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활동보다 디지털 활동이 익숙한 MZ세대에게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상대를 진득이 탐색할 여유가 없어 몇 가지 사실만으로 상대를 파악했다 생각하지 않을까? 감염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대면활동이 힘들어진 코로나 세대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세대는 MBTI로 서로를 이해하는 것 같다.

MBTI 성격유형검사란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로 캐서린 브릭스와 이사벨 마이어스 모녀가 칼 융의 ‘심리 유형론’을 이론적 기반으로 하여 개발한 성격유형이다. 최근 아이들 독서지도와 관련해 MBTI를 배우며 관련 자료를 찾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대인 관계에서 상대를 파악할 때 MBTI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진로나 취업 문제로 검사했던 터라 언제 적 MBTI인가 생각했지만 인터넷에서 쉽게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 편리하고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준다는 장점으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16가지 유형으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아보자는 마음에 책을 읽게 되었다.

1. 유형은 없다: 사실 외향형 내향형부터 잘못 알고 있었다..

MBTI 관련 강의를 들어보면 외향형 내향형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인식 기능과 판단 기능을 자세히 설명하는 편이다. 외향형은 활발하고 사교적이며 내향형은 조용하고 얌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검사 결과에서 내향형이 외향형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궁금하던 찰나, 쾌의 감정이 보상의 순환고리를 만들고 연결 고리가 강한 사람이 외향적인 사람이 된다는 현대 심리학자들의 의견을 읽고 외향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인간 자체가 좋다기보다는 관계에서 오고 가는 칭찬이나 인정의 보상에 쾌의 감정을 강하게 느끼는 것이었다! 내향형은 보상에서 자유로운 유형으로 보상을 위해 행동하는 경향이 덜했다. 내가 MBTI를 제대로 알고 있었던 것일까. 갈 길이 멀었다.

2. 부록 A의 신선함: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고, 직관 없는 개념은 공허하다'

이 책이 여느 책들과 다른 점은 칼 융의 '심리유형론'과 과학적인 '현대 심리학'에 철학. 인식론에 기반한 이론서라는 점이다. 저자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과 심리유형론의 감각-직관-사고의 과정과 유사하다는 것에서 출발하여 칸트의 인식론과 융의 유형론이 두 종류의 이성을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 밖에도 인간이 도덕률을 선험적으로 알고 있으며, 그것을 따르려는 무조건적인 의지를 융의 추상적 감정의 이성적 기능과 공통분모라 보았다.

MBTI가 철학자들의 사상과 공통분모가 있다는 점이 유형 속에 갇힌 시야를 넓혀주었다. 감각이 사고로 연결되는 과정을 통해 그동안 분철되고 고착된 16가지 유형의 특징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각자 분리되어 고유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전보다 선명해졌다.

3. MBTI의 개선에 관한 제언: 다섯째 지표 추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사고형(T)이다. '사고'라는 말로 정서가 부족하고 딱딱한 사람이라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 훨씬 정서적인데 결과지의 평가는 내 감정을 왜곡하는 기분이었다. 마이어스와 선더는 편안-불안 척도를 발달 수준이라 생각해 유형지표로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심리 문제는 정서적 불안정성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고 기질상 불안을 타고난 사람도 정말 많다! 그래서 신경성(정서적 불안정성)에 관한 내용을 다섯 번째 지표로 추가하는 것이 좋겠다는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어떤 규칙이나 법칙에 새로운 제언을 한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반박의 여지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방대한 자료와 지식에 박수를 보낸다. 저자의 모든 제언에 지지를 보내고 싶다.

4. 감각형을 만족시키는 그래픽: 평이하고 지루한 편집은 트릭이었다?

이 책의 편집은 단조롭고 지루한 편이다. 매일 유튜브의 현란한 영상물을 보고 이해하기 쉽게 편집된 책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매우 딱딱하게 느껴질 것이다. MBTI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볼 수 있는 책이라 했지만 내용도 쉽다고 말하긴 어려워 더욱 그런 기분이다. 하지만 16가지 유형을 설명하는 원형 그래프를 보니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각각의 유형이 무엇을, 어떤 비중으로 담고 있는지 한눈에 들어왔다. 함축적인 단어로 나타내거나 상징적인 그림으로 표현하는 책은 보았지만 언어나 그림은 쓸데없이 확장되고 상상해 왜곡하는 한계점을 갖고 있다. 원형의 그래프와 색의 비중으로 표현한 유형은 눈으로 직접 보고 느끼는 감각형인 사람에게 최적의 설명이었다.

 

5. MBTI는 과학적이지 않다: 그래도 MBTI!

MBTI는 과학적이지 않다는 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어떤 대상을 보고 우리는 과학적이다고 정의할까? 과학적이라는 것은 절대 뒤집어질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실험을 통해 검증하고 수정할 수 있고 비판을 수용할 수 있을 때 과학적이다고 말한다. MBTI는 사람들을 일정 범주로 유형화해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논리적으로 논박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에 과학적이다 말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적이지 않기에 혈액형으로 성격을 판단하는 류의 가십거리 콘텐츠로 폄하되는 것은 안타깝다. 현대 심리학과 철학의 공통분모를 찾고 수정사항을 제언한 저자의 노력은 MBTI가 가진 장점을 성격심리학과 함께 진일보 시키고 싶은 바람일 것이다.

책 내용이 방대해 이 책이 가진 인상적인 내용만 몇 가지 간략하게 서술해 보았다. 사실 MBTI의 과학성 여부를 떠나 하나의 결과를 토대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성격 특성을 내 성격으로 간주하려는 바넘효과일 수도 있고, 이성적이고 지적인 분석을 통해 문제를 대처하려는 주지화의 방어기제를 강화시킨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간단한 검사를 통해 사람의 선호도를 범주화할 수 있는 것은 굉장한 일이다. 상대의 생각을 추정하고 기대하며 쓰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어 잘 활용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적의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에 관련 영상만 찾아봐도 수없이 많은 자료가 나오지만 수박 겉핥기 식의 편협한 시각이 아니라 나만의 언어로 MBTI를 소화하기 원한다면 기본서 하나쯤 가지고 있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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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2022-02-10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와 정리 잘 하셨네용!! 소통하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