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줄 초등 글쓰기의 기적 - 아이의 마음과 생각이 크게 자라는 하루 3줄
윤희솔 지음 / 청림Life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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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열풍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개인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나'를 잘 표현하는 글 쓰는 능력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하루 3줄 초등 글쓰기의 기적>은 다른 글쓰기 책과 다른 매력 세 가지가 있었다. 첫째, 책날개에 기재된 저자 이력 중 영국 리즈대학교에서 교육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는 점이다. 글쓰기는 서로 떨어져 있는 낱말을 체계적인 구조와 내용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작업이다. 교육공학은 교육에 첨단 과학 기술이나 심리학, 경영학, 커뮤니케이션 이론 등 다양한 이론을 접목시켜 교육 환경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현재 교사로 재직 중인 것을 감안하면 실험적인 연구와 경험을 통해 차별화된 글쓰기 노하우가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했다.

둘째, 목차와 본문을 훑어보니 본문에 첨부된 아이들 글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두 아들의 엄마라 소개하는 글을 보면 분명 글을 쓴 아이는 남자아이다. 엄마표를 온전히 수행할 수 없는 직장맘으로 남아들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활동성과 호기심을 길들이는 법이 궁금했다.

셋째, 이 책의 글쓰기 비법은 공감과 느낌 언어를 글쓰기에 접목시킨 방법이었다. 저자는 <아홉 살 마음 사전>과 <아홉 살 느낌 사전>에 나온 감정과 느낌 표현을 글쓰기 활동에 사용했다. 자기중심적인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글쓰기로 알게 됨과 동시에 타인의 감정과 느낌까지 알게 되었다. 책 읽기가 문자를 이해하는 수동적인 입장이라면 아이들의 자기중심성을 적극 활용한 '3줄 글쓰기'는 나를 표현하는 글을 찾는 능동적인 활동이었다.

다독은 나와 비슷한 상황 속에 놓인 주인공을 통해 자신이 마음 상태가 어떤 것인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는 아이들과 부딪히는 문제의 근원이 마음에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자신의 감정을 알게 하는 심리학적 접근법으로 초등학생 글쓰기 방법을 소개한다. 수많은 아이들과 만나면서 감정 상태를 제대로 알고 표현할 수 있다면 자존감과 창의성 발달, 갈등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신념을 아이들과 실제로 글쓰기를 해보며 확신했다.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만나 이해하고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 글쓰기이고, 이것이 곧 아이들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p.30라는 말속에서 글쓰기의 본질을 엿볼 수 있다. 성적이나 논술이 목적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힘을 길러주기 때문에 글을 써야 한다는 말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편지를 쓰고 싶어지고 억울한 일이 생기면 탄원서를 쓰게 된다. 아이들도 억울하거나 슬프거나 원망스러운 일이 있을 때 글을 쓰고 싶어한다고 한다.

본격적인 글쓰기 비법은 2장부터 6장까지 1단계부터 5단계로 구분해 서술했다. 입학을 기다리는 예비 학부모가 주의 깊게 볼 내용은 1장과 2장이다. 기본기가 없으면 창의성은 꿈꿀 수 없다. 글쓰기도 운필력과 기본자세가 중요하다. 첫째 아이를 기르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 부분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라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하지만 책 읽기에 대한 보상은 보상 자체에 관심이 없는 아이에게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며 득보다 실이 될 수 있으니 아이의 성향에 따르는 것이 좋다. 책 읽기의 가장 큰 보상은 책을 읽는 재미 그 자체에 있다. 7주 습관 달력은 기질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2장은 본격 학교생활에서 등장하는 글쓰기, 받아쓰기와 일기 쓰기에 대한 내용이다. 받아쓰기 문제를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했는데 모든 지문은 교과서에서 찾는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교과서를 가지고 다니지 않으니 디지털 교과서를 참고하여 아이와 함께 문제를 만들어 준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엄마표라고 나온 책들이 소개하는 활동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편인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아이와 함께 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받아쓰기 시험을 중 눈에 띄는 부분은 틀린 부분을 아이들과 토의해 보는 점이었다. 어떤 점이 어려웠는지 함께 고민하며 나만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유도해 자신감을 지켜주는 좋은 방법이었다. 토의한 후에는 도전 문제 맞히기 활동으로 다시 한번 어려운 부분을 짚어 주는 점도 좋았다. 시험이 아이들에게 스트레스가 되는 이유는 과정이 아닌 결과만으로 등수가 매겨지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는 공감의 당근과 성장의 채찍 두 가지 모두 필요하다. 일기 쓰기 글감 찾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세한 가이드가 제시되어 있다. 가족 게시판이 있다면 인쇄해 붙여두고 가족과 함께 하루 일과를 얘기 나누며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초등학교 중학년 이상의 부모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4장과 5장이다. 저자는 아홉 살 마음 사전, 아홉 살 느낌 사전으로 먼저 아이들의 속마음을 헤아리며 글쓰기에 접근했다. 감정 단어를 활용한 글쓰기 방법을 살펴보면 '아이 마음 들여다보기' 가 나온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며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이다. 하지만 평소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부모라면 먼저 아이와 공감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라 말하고 싶다. 선생님에게 얘기하는 것과 부모에게 털어놓는 것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

돌이켜보면 어릴 때 썼던 일기 속에 내 감정을 담았던 때는 사춘기 이후였던 것 같다. 어릴 때 일기장에는 좋고 행복한 일만 썼다. 솔직한 감정이 담긴 일기는 누가 볼까 창피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감정 단어를 사용해 토론하며 글을 써보는 것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처리하는 법도 배우게 되어 일석이조다.

"가끔 숨이 찰 때면 초등학교 운동회 때 결승선을 향해 달리던 기억이 납니다. 모기 터지라고 응원하면서 두 팔을 벌려 저를 안아줄 준비를 하고 있던 부모님과 할머니가 보이고, 운동장 울타리 밖에서 팔던 달콤한 솜사탕 냄새가 납니다. 힘들고 괴롭기만 한 숨이 찬 느낌이 가족과의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게 해 저에게 살아갈 힘을 주게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아이의 감각에 사랑을 담아주세요. 아이가 앞으로 살면서 느끼게 될 수많은 느낌이 단순한 감각적 자극이 아니라 가족들의 추억이 담긴 선물로 느껴지고, 아이가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가꾸어나갈 힘을 갖게 될 것입니다." 168

감각 단어를 활용한 글쓰기에서는 다양한 어휘가 어떻게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지 재현해 볼 수 있다. 어휘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어휘만 따로 학습하는 것은 문장 이해에만 도움이 될 뿐 글쓰기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 위 지문은 느낌이 글에 어떤 힘을 주는지 설명해 준다. 상황에 따른 느낌을 찾고 그 느낌을 다시 글로 표현해 보는 작업이다. 작가들이 글 속에 무엇을 담고 싶어 하는지 머릿속을 잠시 들여다보는 비법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은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학교는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공간이다. 처음 글이 생겨났을 때를 상상해 보면 누군가와 소통을 위해 생겼을 것이다. 내 마음을 알고 표현할 수 있으면 타인의 마음도 잘 볼 수 있게 된다. 결국 글쓰기도 사람과의 관계에 필요한 것이다. '3줄 글쓰기 방법'은 자신과의 관계에서 타인과의 관계로 물꼬를 트는 적극적인 소통의 방법이었다. 글을 쓰는 이유와 목적에 대해 누구보다 분명하고 쉽게 이야기한 책이다. 추천 책 목록 기억하기 싫은 분, 아이와 함께 하루 10분 이내 할 수 있는 글쓰기 활동 찾는 분, 아이 마음과 글 쓰는 법까지 알고 싶은 학부모에게 강력 추천한다.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다크 <소설처럼>

무엇을 어떻게 읽든 침해할 수 없는 독자의 권리 열 가지 독서 권리 장전

첫째, 책을 읽지 않을 권리

둘째, 건너뛰며 읽을 권리

셋째,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넷째, 책을 다시 읽을 권리

다섯째,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여섯째, 보바리슴(Bovarysme, 마음대로 상상하며 빠져들 권리)을 누릴 권리

일곱째, 아무 데서나 읽을 권리

여덟째,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

아홉째, 소리 내서 읽을 권리

열째,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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