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반야심경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리즈
야마나 테츠시 지음, 최성현 옮김 / 불광출판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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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뭘까. 틈날 때마다 유튜브에서 법륜스님 즉문즉설 강의를 듣는다. 개개인의 갈등과 괴로움의 모습은 가지각색인데 스님의 해법은 늘 같다. 자주 듣다 보면 입으로는 해법이 술술 나온다. 그런데 막상 문제가 내 것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고민을 털어놓았던 사람들처럼 좀처럼 내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 행복은 괴로움이 없는 상태라는데 고작 그런 상태가 행복이라면 조금 허무했다.

불교에 관심을 갖고 여러 강의를 듣다 유튜브 관심 카테고리에 반야심경 강의를 듣게 되었다. 불교 경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한 번씩 암송하는 기본 경전으로 반야심경을 꼽는다고 한다. 262자로 짧아 외우기 쉽지만 그 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도 적다하니 제대로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경전 글귀는 해석 방법에 따라 이해력이 천차만별인데 이 책은 쉽게 읽히고 쉽게 이해되었다. 불교 용어 해석보다 전하려 하는 의미를 중심을 두고 썼다. 내지 첫 장에는 반야심경 해석 글이 두 페이지에 실려 있다. 본문이 시작되는 속지에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는 행복에 관하여'라는 문구를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불교에서 말하는 '공(空)'을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누구나 우리의 감정을 일으키는 원인이 바깥 세계에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래서 뭔가 불쾌한 느낌이 들 때 반사적으로 바깥 상황이나 다른 이의 행동이 원인이라 느낍니다. 그렇게 받아들입니다. 이것은 의식적으로, 머리로 판단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닙니다. 무의식적으로, 거의 자동적으로 몸이 그렇게 판단해 버립니다. 그리고 원인을 만들었다고 보이는 사람이나 일에 대해 ‘화’가 나는 것입니다. P.102

모든 감각은 뇌가 느끼는 것이라 했을 때 놀랐던 기억이 화가 일어나는 과정에 오버랩되었다. 가시에 찔리면 피부가 아픔을 느끼는 게 아니라 뇌에서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서 아프다 느끼는 것처럼 괴로움이 생기는 과정도 같았다. 실제 일어난 사건이나 상황이 괴로움을 주는 게 아니라 뇌에서 괴롭다 느끼면 괴로움이 생긴다. 역으로 뇌에서 괴롭다 느끼지 않으면 어떤 상황 속에서도 괴롭지 않을 수 있었다. 책에서는 “바깥 세계에 대한 나의 반응이 바뀌면 바깥 세계 자체가 바뀐다”라고 설명한다.

돌이켜보면 바깥 세계의 정보에 대한 나의 반응 방식이 나의 삶이 되어 있었다. 반응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이전과 같은 삶을 살 것이다. 괴로움에 대한 반응 방식을 바꾸어 괴로움이 없는 상태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8 정도를 소개하고 있다. 매 순간 자동화된 기계처럼 반응하는 내 모습을 알아차리는 정념(正念)과 과거에 만들어진 상을 풀어내는 정정(正定)을 중요하게 다루었다.

바깥과 연결된 존재라 생각하면 자유롭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나 연결되어 있으니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듯 남도 받아들일 수 있으며 나에게 하듯 남에게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여전히 타인과 대면하면 자동화된 프로그램처럼 이전과 똑같이 반응하지만, 지금은 때때로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알아채는 수준은 되었다. 가끔 마음에 여력이 있을 때는 “그러게~” 수긍하며 대꾸한다. 그러면 상대도 힘이 빠져 더는 실랑이하지 않는다.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은 스스로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자신에 대한 집착을 버렸을 때 비로소 남에 대한 집착도 버릴 수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남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집착하지 않을 수 있는 겁니다. 남에게 뭔가를 하는 것과 나에게 하는 것은 같습니다. 남에게 잔혹한 사람은 자신에게도 잔혹합니다.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p.152

행복은 흑백텔레비전에서 컬러텔레비전으로 바뀌며 색을 보여주었을 때의 감흥과 비슷한 것 같다. 이미 보았던 장면이 색이 주는 아름다움으로 다른 느낌을 갖게 되는. 지금 내 눈에 비치는 모습이이 전부가 아닐 것이라 매일 생각한다. 자신의 의지 없이 자동화된 프로그램으로 운영된 세상에 진짜 색은 없을 듯하다. 실제로 행복해지지 않는다면 모든 종교는 무의미하다. 유의미한 세상을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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