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높새바람 46
주나무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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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자마자 사과 상자에 버려져 수녀원에서 자라야 했던 ‘조이’. 사과 상자에 담겨 수녀원에 버려진 조이가 어디에서 왔을까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마구간에서 태어난 예수도 엄마가 있었는데 그마저도 없었다. 조이는 부모의 부재 속에서 자신을 찾기 위해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낸다. 조이에게 말하는 것을 참는 것은 달리는 기차를 막는 것이었으며 오줌을 참는 것과 같았다.

조이는 부모의 이혼으로 잠시 수녀원에 머물게 된 은채의 등장으로 삶의 본능과 의지를 바꿔야 할 상황에 직면한다. 은채는 이혼한 부모 때문에 임시로 머무는 수녀원 생활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 수녀원에서 함께 생활하는 조이가 반 친구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알릴까 두려워 불편하기만 하다. 은채와 달리 조이는 처음으로 함께 살게 된 또래 친구와 친하게 지내고 싶다. 그래서 혹여 실수로 은채의 비밀을 말할까 걱정되어 태어난 순간부터 닫힐 줄 몰랐던 입을 꾹- 닫아 버린다.

조이가 힘겹게 입술 붙이기를 하며 비밀을 지키고 있었지만, 은채의 비밀은 의외의 사건으로 드러난다. 친구들 앞에서 모든 비밀이 드러난 은채는 학교에서 조퇴 후 수녀원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조이는 은채가 갈만한 곳을 생각하니 순간 떠오르는 곳이 있었다. 넘어진 달리기 시합에서 일 등할 수 있게 도와준 바람 거인은 이번에도 조이를 도울 수 있을까. 조이와 은채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살다 보면 거짓말을 하게 된다. 거짓말하는 이유는 뭘까. 초등학교 고학년 첫째 아이는 위기 상황이 닥치면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그럼 친구 사이는 위기 상황도 아닌데 왜 거짓말을 하게 되지?” 하고 되물어 보니 “돋보이고 싶으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거짓말까지 하면서 돋보여야 할 이유는 알 것 같다. ‘세상에서 네가 최고야’라는 말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거짓말은 나와 타인을 구별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다.

거짓말은 조이가 오징어네 집에 놀러 가서 숨바꼭질할 때 숨어 들어갔던 멋진 공간과 같다. 두 번 다시 숨바꼭질을 못 한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멋진 곳이라 생각하고 들어가지만, 결국 혼자 남아 있어야 하는 곳이다. 아무리 멋진 곳이라 해도 누구도 찾을 수 없는 공간에 홀로 남아 있는 것처럼 외롭고, 무섭고, 쓸쓸한 일이 또 있을까. 조이는 자신의 힘으로 그곳을 탈출한다.

처음에는 어른아이처럼 보이는 조이가 싫었다. 부모도, 형제도, 집도 없으면서 당당한 모습이 판타지 소설 주인공 같았다. 그러나 조이는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싶었던 때 갈등하면서 자신을 드러내는 연습을 하고, 한 번도 보지 못한 부모의 존재를 자신의 모습에서 찾아 상상한다. 조이의 담대함은 매일 멋진 공간만 찾아 숨어들던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거짓말은 엉킨 머리칼을 더 엉키게 만들지만 참말은 엉킨 머리칼을 찰랑찰랑하게 해주는 것 같더구나. 빗질을 하듯이 말이야.” (‘조이’ p.146) 잠자고 일어나면 부스스 엉킨 머리칼이 영 못마땅하지만 엉킨 머리카락을 계속 숨기다 보면 결국 잘라내야 할지도 모른다. 엉킨 머리카락을 붙잡고 있는 것보단 열심히 빗질하는 편이 낫다. 진실을 향해 달음박질하다 코가 깨지더라도 그 힘으로 성장해 나간다는 것을, 조이는 몸소 보여준다. “고마워! 조이.”

수녀원에 두고 간 사과 상자 안에 한 아기.

지금은 열두 살 소녀가 된 남조이.

누구나 두려움을 갖고 태어나지만

넌 조금 더 일찍 그 상자를 깨고 나온 거야.

남들과 다른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감추면

두려움은 점점 자라나 나의 주인이 돼.

드러내. 드러낼수록 가벼워져.

남들에게도 내가 가진 두려움이 있어.

그들도 참고 있을 뿐이란다.

두려움을 정돈하는 삶의 빗질을 잊지 않을게.

찰랑찰랑 물결치는 삶의 환희.

오늘 나의 삶이 어제보다는 용감하길.

두려움 뒤에 있는 기쁨을 알게 해준 ‘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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