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인간 윤봉구 2 : 버킷리스트 - 제5회 스토리킹 수상작 후속작 복제인간 윤봉구 2
임은하 지음, 정용환 그림 / 비룡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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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 내가 어릴 때 개미를 가지고 많이 하던 장난이 개미 더듬이를 자르는 일이었다. 집을 향해 열심히 기어가던 개미는 더듬이를 잘리면 갑자기 갈 곳을 잃는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는 걸 지켜보는 게 재미있었다. 그 개미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갈 곳을 모른다는 것, 그리고 집을 찾아갈 수 없다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일인 줄 알았다면 나는 그런 장난을 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때 개미들에게 미안했다. 나는 지금 더듬이 잘린 개미가 되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개미 말이다. 1권 125

어린이 심사위원 100명이 선택한 제5회 스토리킹 수상작 <복제 인간 윤봉구>다. 내가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점은 무엇일까. 형과 똑같이 생긴 봉구처럼 누군가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다면, 내 존재는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 '복제 인간'이라는 참신한 소재도 좋았지만, 읽는 내내 '나'라는 존재에 대한 물음표가 생기는 책이었다. 인간은 어떤 이유를 갖고 태어났든 표면적으로는 남자와 여자의 사랑의 결실로 '자연스럽게' 잉태된 것처럼 보인다. 복제 인간 봉구는 뛰어난 과학자였던 어머니의 새로운 지식에 대한 열망이라는 '목적으로' 태어난 아이다. 1권에서 봉구는 스스로 삶에 어떤 목적성을 부여하도 전에 타인의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복제 인간이라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고 방황한다.

개인의 자아 정체감은 행동이나 사고, 느낌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내가 누구인가를 일관되게 인식하는 것이다. 봉구가 좋아하는 짜장면을 열심히 만드는 것은 그저 형의 유전자가 복사된 '피조물'이 아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행위였다. 그가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일반 청소년들이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정체감을 쌓아가던 봉구에게 끊임없이 나타나는 방해꾼은 “나는 네가 복제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라는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이었다. 다름을 인정받기도 전에 정체감이 거세되어 버릴 것 같은 불안감은 고립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봉구는 아파서 병원에 입원한 형에게서 도망친다. 사랑하는 형이라도 자신의 심장을 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봉구는 자신의 심장을 지키기 위해 수련을 하던 식당 '진짜루'에 숨어들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한다는 두려움에 비로소 재채기가 아닌 '진짜' 눈물을 흘리게 된다.

1권이 인간의 목적성과 정체성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다면 2권은 삶의 유한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아 정체감이 어느 정도 수립되었으니 인생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 생각을 촉발시키는 존재는 1권 마지막에서 봉구의 정체를 알고 있다고 편지를 보낸 새로운 인물, 양서준이었다. 그녀는(그렇다. 여성이다. 여성은 늘 생명의 유한성을 남성보다 일찍 깨닫는다. 아이를 낳고 먹이고 기르며 존재에 민감성을 갖기 때문이다) 간신히 자리 잡은 뽀글 머리 봉구의 자아정체성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 지근지근 밟아 튼튼하게 다지는 역할을 한다. (새로운 엄마 역할인가?) 그리고 보통 양보다 수명이 훨씬 짧은 복제 양 돌리를 예를 들며, 복제 인간인 봉구도 일반 사람보다 수명이 짧을 것이라는 그럴듯한 논리로 봉구의 마음을 다시 수렁에 집어넣는다.

 
“엄마는 신도 아니면서 왜 나를 만들어서는 나에게 이런 운명을 준 걸까. 아니다. 이런 나를 만든 것도 엄마의 운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럼 그 운명은 누가 정한 거지?” 2권 p.47

아이들은 늘 현재를 위해 존재한다. 지금 사주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악다구니를 쓰고,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현재만을 사는 아이들에게 죽음이란 멀고 먼 남의 나라 이야기다. 그렇지만 천하무적 무한한 삶을 즐기던 아이들에게도 천청 벽력같은 현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 다가온다. 그리고 그 순간은 좀 더 나은 삶을 살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갖게 한다. 보통 인간보다 훨씬 빨리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봉구는 죽을 때 죽더라도 남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아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들게 된다.
 
서준이는 치매에 걸려 몸이 아픈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아이들에게 돈을 빌린다. 봉구는 서준이와 함께 서울행을 선택하고 결정하면서 자랑스러운 기분을 느낀다. 서울로 가는 버스는 나이 듦과 죽음을 미리 경험해보는 여행이기도 했다. 현재에 살며 꿈을 갖고 미래를 꿈꾸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있는 '젊을 때'의 모습이었지 자신들도 나이 들고 죽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지는 못했던 것이다. '진짜루'를 계승하는 것을 그만두고 ‘진짜’ 자신의 일을 찾아 서울로 간 소라의 아버지 덕분에 아이들은 간신히 자신들의 세계로 돌아온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삶의 유한성을 깨닫는 것은 슬픈 일이다. 하지만 유한한 삶은 평범했던 삶의 무게와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는 깨달음을 준다. 다시 자신의 세계로 돌아오는 버스 안, 칠흑같이 어두운 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봉구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런데 사장님. 너무 답답해요. 그게 언제일지 몰라서요. 차라리 내일이다, 한 달 뒤다, 열다섯 살까지다. 누가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넌 진짜 인간들보다 오래 살지는 못해, 그런데 언제인지는 몰라. 이건 너무하잖아요?"

"봉구야. 우린 다 죽어. 너뿐 아니다. 나도 죽고, 회장님도 그렇고, 소라도, 엄마도 마찬가지야. 누구도 언제가 끝인지 모른 채 살아가잖아. 나도 내일 교통사고를 당할지도 모르는데. 그럼 그냥 사라질 수도 있는 거다."
'진짜루'에서 춘장의 맛을 지키려 노력하는 회장님이 만들어 내는 짜장면에는 직접 만든 춘장이 들어간다. 1년산, 2년산, 3년산으로 구별된 춘장은 인간이 성숙해 가는 모습과 같다. 천재 과학자라는 화려한 간판에 가려져 있던 봉구 엄마의 지식에 대한 무한한 열망과 호기심은 봉구의 심장소리에 무너졌다. 그녀는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봉구의 심장소리를 듣고 깨닫는다. 그리고 봉구를 키우는데 전념하는 평범한 엄마로 돌아간다. 봉구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복제인간'이라는 특종으로 화려한 복귀를 꿈꾸었던 소라 아빠도 '진짜루'에서 회장님께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던 것을 그만두고 자신이 원하던 기자 일을 하러 서울로 올라간다. 모든 인간이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성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유한한 삶 속에서 스스로 찾아야 할 일이 무엇이며,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지는 오롯이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이다.

봉구의 버킷리스트는 어떻게 되었을까. 봉구는 4번을 제외한 모든 항목을 이룬다. 예상했겠지만 서준이는 봉구에게 인생의 유한함만 가르쳐주려 나타난 존재는 아니었다는 것을 살짝 보여주며 2권은 끝난다. 1권부터 등장한 소라에게는 미안하지만 인생이란 원래 그렇다. 먼저 시작했다고 먼저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미움이 사랑으로 바뀌기도 하는, 모두에게 공평하지도 않고 일반적인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엄마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순간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순간부터다. 3권이 나온다면 ‘복제인간 사랑 쟁탈전’이 아닐까. 인생의 단맛 쓴맛을 알게 되는 봉구의 달콤 쌉싸름한 첫사랑 이야기도 출간되기를 기대해 본다.

<복제 인간 윤봉구>는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 넘어가는 아이들이 한 번쯤 고민해 봤을만한 정체성과 삶의 유한성 문제를 복제인간 봉구를 통해 생각해 보게 한다. 인간이 언젠가 죽는다는 것은 모두에게 주어진 공통된 운명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살아갈지는 모두 다르다. 복제 인간이었던 봉구가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듯 모든 아이들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탐구와 의문을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문득 아이들에게 '나는 네가 00임을 알고 있다'라는 편지를 보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에 호기심을 더해 주고 힘을 주며 위로해주는 역할에 엄마만 한 사람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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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실망시키기 - 터키 소녀의 진짜 진로탐험기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오즈게 사만즈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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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를 걱정해야 하는 청소년기는 아니지만, 앞으로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은 그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더 이상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나이도 아니고, 기본적인 생계를 위해 '억지로' 직업을 가졌을 때와 다른 선택의 기준이 생겼기 때문이다. <당당하게 실망시키기>는 터키에서 나고 자란 한 소녀의 진로 탐험기를 만화로 엮은 책이다. 청소년들의 진로 선택을 위해 만들어진 책인데도 터키의 지역적 시대적 특징이 우리나라와 닮은 점이 많아 전혀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마흔이 넘은 아줌마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책 속에는 주인공 오즈게의 살아 숨 쉬는 인생의 콜라주가 가득하다. 그녀의 이야기는 인생에서 겪게 되는 모든 선택의 어려움과 난관을 꾸밈없이 보여 준다. 오즈게는 언니가 다니던 학교를 동경하다 ‘분홍자’사건이 보여준 집단 체벌을 경험하였고, 그것은 인생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거부하는 시작이 된다. 나라의 상황과 공무원인 부모의 상황에 따라 묘하게 달라지는 선택의 기준을 보며 처음에는 조금 씁쓸한 기분이었다.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지 않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내 의지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떠한 제한된 상황에서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고 해서 그 끝이 늘 마음먹은 대로 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좋지 않은 결과는 외면했던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한다. 이 책은 그녀가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찾게 된 이루고 싶었던 일부분이기도 하다.
 
질풍노도의 청소년기가 지나면 이미 성장한 몸의 여기저기에서 고장 신호가 들려온다. 내 몸이 내는 목소리에 처음으로 귀 기울이게 된 것이다. 인생의 절반을 지나고 나서야 겨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되었는데 오즈게는 좀 더 일찍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 듯하다. 언니의 시행착오를 보며 성장한 둘째의 장점이기도 하다. 책의 주인공 오즈게 사만즈의 모습은 앞으로 청소년들이 진로를 선택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말해준다. 자신의 진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인생 후반기에 접어들 때 가장 슬픈 일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조차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즈게 사만즈의 진로탐험기를 읽기 전에 배경이 되는 터키에 대해 알면 더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다. 터키는 한국전쟁에 UN 군 파병 규모 4위로 참전해 흔히 '형제의 나라'라고 불린다. 아시아와 유럽 대륙에 걸쳐있는 유일한 나라이며, 지정학적인 특성으로 동서양의 사고방식이나 생활양식을 갖고 있다. 터키어는 한국어와 말의 어순이 같고, 터키 역사 책엔 오스만투르크제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서 돌궐 시절 고구려의 우방국에 대한 설명이 아주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터키의 정치권력은 국민당 당수 케말 파샤(Kemal Pasha)가 이끄는 민족독립운동에 귀속된다. 케말 아타튀르크(Kemal Atatürk: 케말 파샤의 다른 이름)는 터키 공화국 선포 후 초대 대통령으로 추대되어 종래의 이슬람 전통을 탈피한 개혁을 단행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중립을 지키다가 연합군에 가담하였으며, 전후에는 소련의 세력 팽창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에 동참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경제 분야의 정부 통제 완화, 사기업과 농업 발전 정책 등을 통해서 집권 초기에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1950년대 후반에 이르러 재정 적자와 무역 적자가 심화되고, 정권의 정치적 탄압과 종교적 성향이 강해지면서 1960년 5월 27일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가 민간에게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군부의 정치 개입의 전례가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가끔 아이의 얼굴에서 배시시 웃음이 나오는 때가 있다. 그 순간을 유심히 지켜본다. 내가 잃어버린 순간들. 난 어떤 때 가장 행복했을까. 지금은 사회 속에서 세뇌된 행복들이 많아 헷갈린다. 내가 진짜 원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일들도 많았고, 인정받기 위해 완벽하게 잘 할 수 있는 일에만 매달리기도 했다. 공부 잘하는 언니처럼 되고 싶었던 모습도, 둘 다 놓칠 수 없어 무리하게 애쓰는 모습도 한 번쯤 해봤던 일들이라 오즈게의 일상에 공감이 되었다. 주변의 기대에 가려진 나의 소망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가정이나 사회에서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보다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깊은 물속에 빠진 것처럼 미래가 막막하게만 느껴지는 청소년들에게 읽어보기를 권한다. 내 선택에 책임질 용기만 있다면 누구의 기대에 휘둘리며 살지 않아도 된다. 겹겹이 붙여진 욕망 뒤에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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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강민호 지음 / 턴어라운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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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것은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다

"모두 특별하다는 말은 아무도 특별하지 않다는 말과 같다"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자신이 남들과 다른 특별함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에게 '특별함'이란 더 이상 특별함이 될 수 없는, 그저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다. 똑같은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모두를 위한 선택은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결정의 순간에 더 많은 사람에게 선택받기 위해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이 책의 첫 번째 깨달음은 자신만의 특별함이 무엇인지 되돌이켜 생각해 보라는 것이었다. 나와 타인을 구별하는 기준은 특별함 외에 지속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두 번째 깨달음은 인간은 끊임없이 인간적인 것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기계로 측정할 수 있는 수많은 데이터의 정보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마지노선은 '인간성'이었다. 얼굴 근육의 미세한 변화나 목소리만으로도 감지할 수 있는 인간의 동물적 본능은 내게 득이 될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할 때 지식이 아닌 인간성에 기대어 결정한다.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철학은 거시적으로는 한 나라의 이념과 정책을 결정하는 것에서부터 미시적으로는 기업의 주력 상품의 결정, 더 세분화하면 가정 경영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개인의 가치와 철학은 자신의 삶에서 무언가를 제외하고 포기할 것인지 결정하면서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거래보다 관계, 유행보다 기본, 현상보다 본질이라는 기본을 강조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가장 마음에 와닿은 마지막 깨달음은 책 속 한 문장을 그대로 가져와 써 본다. " 누군가를 사랑할 때, 단 한 번이라도 사랑하는 대상의 단점이 비교적 적다는 이유로 사랑해보신 적이 있나요? 단점이 상대적으로 적은, 덜 나쁜 상품으로 서비스로 고객을 사랑에 빠지게 만들 수 있을까요? 지금 가지고 있는 강점과 기회에 집중하세요.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문제가 아니라 기회, 단점이 아니라 강점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던 문장이었다. 잠시 남편과 결혼에 이르게 했던 순간을 기억해 보았다. 수많은 단점 중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던 강점 때문에 그를 선택했었다. 그의 강점은 수많은 단점들보다 단연 돋보였다. 강점은 선택을 쉽게 한다.그리고  놀랍게도 인생의 큰 결정은 늘 강점에 집중하며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세계는 지금도 쉬지 않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 앞에 자신이 다른 것을 포기하면서 지켜야 할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이 이 책이 남겨준 숙제다. 수요가 공급에 미치지 못하는 지금, 무엇을 선택할 때 우리는 내 안에 없는 무엇인가를 선택한 것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욕망하는가. 그 질문의 답이 숙제를 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다. 내가 끝까지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나는 내가 지키고 싶은 (  )을 위해 결정하고 선택한다.  마케팅 책이라기 보다 인문학 책에 가깝다는 평가는 과언이 아니었다. 책을 읽는 독자들도 빈칸을 꼭 채워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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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 Studioplus
존 클라센 그림, 맥 버넷 글,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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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떻게 됐을까요.
네모는 세모를
어떻게 골탕 먹였을 것 같나요?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보면 볼수록
네모가 처한 상황이 재밌어요.
아이들은
세모처럼 '깨득깨득' 웃네요.
서로 장난치는 모습이 재밌다고 말이죠.

 

어머~!!
처음 봤을 땐 몰랐었는데
오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살펴보니
얘네들 팔이 있었네요!!!
서로 다른 방향에
솟아오른 팔처럼
다른 모양인 서로를 바라보며
우정도 자라날 것 같아요.
연둣빛 면지는
왠지 이제 갓 피어난 새싹 같은 느낌이에요.

세모를 읽고 <개구리와 두꺼비는 친구>에서
'개구리'가 떠올랐어요.
개구리는 늘 두꺼비에게 뭔가 제안을 하죠.
놀고 싶어 겨울잠을 깨우기도 하면서요.
그래도 두꺼비는 개구리를
싫어하지 않고 잘 받아줍니다.
서로 좋아하는 것이 다른 데도
늘 함께 있지요.

세모가 총총걸음으로 네모에게 장난을 치러 갈 때는
개구리의 힘찬 발걸음이 떠올랐어요.
오늘은 두꺼비와 무엇을 하고 놀까하는,
그야말로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는 기분이죠.
원문에는 총총걸음이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지 궁금하네요.
무엇인가 일이 생겨야 움직이는 네모의 발걸음은
우다다다... 도망치는 건지, 쫓아가는 건지.
뭔가 안절부절하고 긴박한 기분.

유투브 영상을 살펴보면 앞으로 나올 책들을 살짝 볼 수 있어요.
네모는 역시 눈치가 꽝이네요.
세 번째 책에 등장할 동그라미도 살짝 보여요.
얘는 다리가 없고 둥둥 떠다니는군요!!
네모와 동그라미 이야기도 궁금해서
아마 다른 시리즈도 모을 것 같아요.
다른 존 클라센 책처럼요.
책을 읽는 시간에 나도 모르게
아이가 되어버리는 마법 같은 그림책.

모양 친구들 3부작 첫 번째 책!
<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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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잡지 - 18~19세기 서울 양반의 취향
진경환 지음 / 소소의책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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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득공은 조선 후기 북학파 계열의 실학자로, 경도잡지는 그가 기록한 조선의 세시풍속 책이다. 상권에는 의복·음식·주택·시화 등 풍속을 19항으로 나누어 기술하고, 하권에서는 서울 지방의 세시를 19항으로 분류하여 기록했다. 저자는 현재 한국 전통문화대학교 교양기초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경도잡지를 강독하며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많이 보게 되어 이 책을 기획했다고 했다. 2003년부터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으나 그동안 빛을 보지 못하다가 그중 풍속 편을 중심으로 엮어 <조선의 잡지>라는 이름으로 출간했다.

잡지라고 했을 때 떠올리는 모습은 가판대에 진열된 종이책이었다.  <조선의 잡지>라는 제목 때문에 책을 선택한 사람도 적지 않을 듯하다. 만화에서 나올법한 '조선 월간지'를 기대했다면 실망했을 수도 있지만, 조선시대 음악과 춤, 음식, 의복의 유행을 알려준다는 의미로는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다. 한국사에 18~19세기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사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은 때였다. 신분제가 변화하고 개인의 행복이 중요하게 생각되면서 변화하는 세상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계층은 아무래도 여유가 있었던 양반들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18~19세기 서울 양반의 취향’이라는 부제는 그 시절에 유행을 선도했던 '셀러브리티'들의 일상일 수도 있는 것이다.

유득공이 핵심만 기술한 내용을 저자는 자신이 수집한 자료를 덧붙이고 이야깃거리를 보충해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눈여겨볼 특징은 <경도잡지>의 원전 내용을 그대로 읽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역사 토론하듯 원전 글을 함께 읽고 새로운 사실을 찾고 싶은 저자의 소망이 담겼다고 생각한다.  천 원짜리 지폐에 등장하는 퇴계 이황이 쓴 복건은 역사적 고증과는 다르다는 의견처럼 사람들에게 흔히 알려진 것과 다른 내용을 바로잡고 싶은 마음도 함께 담았다고 했다. 그러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읽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책이었다. 수년 동안 수집한 풍부한 도감과  관련 자료를 보는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가독력을 떨어뜨리는 한자 병기가 익숙하지 않았지만, 뜻을 전달하기 위해 불가피한 일이라 생각했다.   

책을 읽고 알게 된 바로잡고 싶었던 부분 중에 일상적으로 쓰면서도 알지 못했던 결혼과 혼인의 차이는 조금 충격이었다. '혼인'에는 신랑은 장가들고, 신부는 시집 간다는 의미가 들어있지만, 결혼에는 그저 신랑이 장가 간다는 표현만 들어있다고 한다. 왜 혼인이라는 말보다 결혼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게 되었는지는 나와있지 않아 알 수 없으나 이제부터라도 구별해 쓰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릴 때 할아버지 앞에서 회초리를 맞아 가며 배웠던 천자문은 문장 구성이 시적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법을 구사하고 있어 단순한 한자 학습을 위한 교재 정도가 아니라는 점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신참자를 골탕 먹이는 신고식의 유래는 상당히 오래되었다. 고려 말, 실력으로 정당하게 합격하지 않고 소위 '빽'으로 합격한 귀족 자제들의 버르장머리를 잡는 데서 시작되었는데,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신고식의 시작은 좋았으나 요즘에는 새내기 대학생들이 신고식을 치르다 죽음에 이르렀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보게 된다. 좋은 의도로 시작된 것이 현대에는 그 뜻이 오용되고 있는 점이 아쉽다.

 
남들보다 더 고급스럽고 특별한 것을 갖고자 하는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 모습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꺼려 해 소박한 척 꾸미려 단순하고 초라해 보이지만 실은 값비싼 물건들을 선호했다고 한다. 겉으로 보이는 것을 중하게 여겼던 풍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닌 모양이다. 시대만 달라졌을 뿐 그대로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허세의 뿌리는 생각보다 깊었다. 말을 끄는 견마 잡이들도 덩달아 허세를 부렸다. 더 좋은 고삐를 가지려 한 나머지 매끈한 가죽으로 고삐를 만들어 거들먹거렸는데 ‘거덜 났다’라는 말이 여기서 생겨났다고 한다. 늘 쓰고 있는 말이었는데 어원을 알게 되니 더욱 재미있었다.  
 
근대화의 바람을 타고 등장한 개인화 현상은 각종 마니아를 양상 했다고 한다. 화훼 재배와 정원 경영은 지금도 골수 마니아가 있는 편이라 이해했는데, 비둘기를 위해  여덟 칸짜리 '용대장'을 지었다는 얘기는 정말 놀라웠다. 먹을 수 있는 달걀 하나 낳지 못하는 비둘기에 대한 비판으로 유행은 금세 사그라들었지만, 지금 거리에서 쓰레기를 주워 먹는 비둘기의 삶을 보니 인생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시대에 태어나는지는 동물도 예외가 없는 모양이다.  
 
책은 이처럼 조선 후기 양반들의 취향을 엿보며 사람 사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별반 다를 것 없는 세상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있고, 사라진 것이 있다. 그것은 좋고 나쁨, 옳고 그름에 따라 취하고 버려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누리는 모든 것에는 욕망이 깃들어 있다.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욕망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나날이 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보이지 않는 계층 간의 갈등과 각자가 누리는 삶의 격차는 옛날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그래도 예전에는 양반들이 누리는 호사를 곁눈질이라도 하며 꿈꿔 보기라도 했을 텐데, 이제는 갈수록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이라 생각하니 책을 다 읽은 뒤에도 뒷맛은 왠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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