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성교육 사전 세트 : 여자아이 몸 + 마음 - 전2권 - 초등 여자아이가 꼭 알아야 할 53가지 성교육 이야기 아홉 살 성교육 사전
손경이 지음, 원정민 그림 / 다산에듀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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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을 키우는 엄마라서 머리로만 알고 있고 실제로 익숙하지 않은 젠더 감성을 어떻게 가르쳐 줘야 할지 늘 고민이었다. 다들 그런 고민을 하는지 요즘에는 젠더 감성을 키워주는 책도 나오고 있는데 성교육에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 대해 얘기한 책을 보니 반가웠다. 드디어 성교육도 마음교육까지 하게 되는구나 안도했다.

젠더 교육에 중요한 것은 너와 내가 다르지 않으면서도 나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책에서는 자기다움, 성 역할, 자기결정권, 우정과 사랑이라는 네 가지 틀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고민할 만한 내용으로 설명한다. 저학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말로 썼는데 각 장의 끝부분에는 '방과 후 활동'을 실어서 아이들과 실제로 활동해 볼 수 있어 좋다.

아이는 자기다움에 대한 부분을 가장 좋아했다. 부모로서 가장 아이에게 알려 주고 싶었던 부분은 자기결정권에 대한 내용이었다. 지금의 부모들이 아이였던 환경은 혈연 중심의 대가족 사회였다. 그래서 아직은 어린아이들이 자기결정권을 갖는다는 것을 낯설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아이가 예쁘다는 이유로 과한 애정표현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어릴 때 뚱뚱하다고 놀림당했던 기억을 딸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아 가끔 '이렇게 살찌면 예쁜 옷 못 입어'라고 말했던 적이 있는데 사소한 말도 고정관념을 심어주니 조심해야겠다 생각했다. 자칫 잘못 사용하면 혐오 발언이 될 수 있으니 함께 이야기 나누며 바꿔가야겠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도 함께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가족 역할 분담을 설명하면서 예전과 다르게 맞벌이를 하는 가정이 늘어나서 집안일을 분담해야 한다는 식으로 설명한 부분이다. 엄마가 전업주부라면 집안일은 분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가족 모두가 집안일을 나누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조금 부족하다. 사람은 스스로 자신을 돌보는 일을 해야 한다. 어릴 때는 부모가 도움을 주지만 성장하면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몸에 대한 성교육은 여전히 힘든 부분이다. 요즘 아이들은 와이 책이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처럼 만화로 된 지식책으로 성에 대한 지식을 일찍부터 습득하는 것 같다. 큰 아이가 4학년 즈음 사달라고 해서 어떤 내용이 있나 살펴보려고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방대한 지식만을 다루고 있어 아이들이 이것까지 알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당한 지식과 그림이 있는 책을 찾았지만 당시엔 많지 않았다.

외국 책은 우리나라의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구입하고 실패한 책들이 많았다. 아홉 살 성교육 사전 그림체는 거부감 없이 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요즘에는 빠르면 초등학교 3학년에도 초경을 시작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몸'에 대한 책은 그 즈음 엄마랑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몸과 임신과 출산, 사춘기 부분으로 나누어 기초 지식을 담았는데 방과 후 활동지에서 OX 퀴즈 형식으로 읽었던 내용을 복습할 수 있어 좋다. 초등학교 저학년도 읽을 수 있도록 쉬운 글로 간단하게 쓰여있어 개념 정리에 도움이 된다. 생리에 대해 좀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생리를 시작한 너에게>도 함께 보면 좋겠다.

저자 이름으로 유튜브를 검색해보니 여러 강의가 나오는데 성폭력과 가정폭력의 경험을 스스럼없이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웠다. 관계의 555법칙과 성관계도 인간관계와 다르지 않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이 몸과 마음을 공부하는 것도 결국에는 나를 잘 알아야 나와 다른 사람들과 잘 관계 맺어 살 수 있다. 수동적인 자세로 내 몸만 보호하기 위한 성교육이 아니라 나의 욕구와 타인의 욕구를 알고 서로 존중할 수 있는 넓은 의미의 관계 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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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가 돋보이는 구도 일러스트 포즈집 - 시선을 사로잡는 구도 설정의 비밀 일러스트 포즈집
하비재팬 편집부 지음, 문성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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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신선한 충격을 준 만화를 꼽으라면 당연 <슬램덩크>다. 당시 농구 붐이라 재밌기도 했지만 만화책에서 튀어나올 듯한 입체적인 구도가 눈을 사로잡았다. 평면적인 만화가 줄 수 있는 입체적인 변화는 칸칸이 나눠진 공간뿐이다. <캐릭터가 돋보이는 구도 일러스트 포즈집>은 나눠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시선을 사로잡는 구도와 200개에 달하는 컷을 수록한 책으로 미래의 만화가나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좋은 자료를 제공한다.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었던 엄마의 꿈을 이어 받았는지 아이는 방 안에서 그림만 붙들고 있다. 열심히 그리는 것 같은데 늘 아쉬운 부분이 많다. 자존심 상할까 직접 조언해 주기도 어려워 그림 그리는 기법에 대한 책을 사주는 편이다. 기존의 책들이 캐릭터 중심이어서 구도만 중점적으로 다룬 책이 그림에 어떤 변화를 줄지 기대되었다. 캐릭터를 잘 살리기 위한 기본 구도부터 두 명이 있는 구도, 3~4명이 있는 구도, 다수가 등장하는 구도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효과적인 구도를 설명한다.

영상 매체 활용이 다변화되면서 편집의 중요성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한 컷에 들어가는 그림처럼 영상의 한 컷으로 생각해보면 구도를 다양한 부분에서 활용할 수 있다. 사람이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는 황금비 1:1.618은 어디서나 공통된 비율이니까 말이다.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 좋은 작품을 많이 봐야 하듯 좋은 구도를 익히기 위해서는 좋은 구도와 나쁜 구도의 비교는 필수적인데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3분할, 파이 그리드, 레일맨 구도는 책표지나 유튜브 편집 메인으로 구성하기에 좋을 것 같다.

1장 1명 구도 액션 부분에서 하강하는 모습을 응용했다. 다리 부분을 자르지 말고 전부 그렸으면 하강의 느낌이 더 강했을 것 같다. 처음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시도한 점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아이가 가장 집중해서 보았던 부분은 4장 다수가 등장하는 드라마틱 구조 부분이다. 요즘 아이돌 그룹에 빠져 그룹 그림을 주로 그리는데 아주 유용했다. 책에 설명된 부분과 그림 변화를 살펴보니 나열된 수평 구성에서 안정되면서도 역동적으로 변한 부분이 한눈에 들어왔다.

 

부록으로 다양한 컷이 담긴 cd가 있어 컴퓨터 작업 시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책에 수록된 포즈 컷의 파일명을 수록하여 일러스트레이터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구성도 돋보인다. 미래의 꿈이 만화가라면 닮고 싶은 작가는 하나쯤 있으니 말이다. 트위터 주소도 함께 기재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작가라면 팔로우 고고~ 책을 보는 대상 연령층이 성인이라면 상관없으나 아이들이 보기에 부적절해 보이는 1인 구도와 2인 구도가 있으니 초등 고학년 이상이나 중학생에게 권한다. 그림 그리는 기법 소개하는 책들은 모두 일본풍 그림이라 포즈에 수위 조절이 안 된 책이 대부분인데 어린아이들이 참고할 수 있는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잡지 그림에서 동세를 파악하며 그림을 그렸다. 좋아하던 슬램덩크도 미국 MBA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그대로 뽑아 쓴 컷이 다수 있었다. 책의 구도를 훑어보고 요즘 나오는 만화책 표지를 보니 구도 법칙을 쓰지 않는 장면은 드물었다. 관심과 열의만 있다면 어떤 자료든 활용할 수 있다. 여러 컷으로 구현되어야 하는 애니메이션에 비해 평면적인 만화는 구도만 조금 바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캐릭터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구도 연습으로 담에 나올 멋진 작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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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 생각 : 살아간다는 건 뭘까 인생그림책 2
브리타 테켄트럽 지음, 김서정 옮김 / 길벗어린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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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나? 어른을 위한 그림책 같다. 간결하게 나열된 글과 그림을 들춰보며 잠시 다른 공간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다음 장을 넘긴다. 일반 소설책 두께의 그림책은 소설책도 그림책도 아닌 어떤 이의 인생 폴더를 열어 보는 듯했다. 두께에 놀랐다가 무겁지도 가볍지 않은 메시지에 또 놀란다. 무작위로 이곳저곳 펼쳐보다 각기 다른 상념으로 빠져들었다. 책 제목처럼.

 

커다란 두상이 마주 보고 있는 장에서 멈추었다.

 

예측되는 생각과 행동은 재미없다. 늘 나와 다른 사람을 쫓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대의 반응은 삶에 활기를 주었다. 때때로 그런 반응에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다시 나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 별을 간직하고 있는 깜깜한 네 머릿속과 스산한 바람이 부는 내 머릿속은 참 다르구나.

 

엄마는 내가 태어날 때 마당에 천리향을 함께 심었다고 했다. 이사 다닐 때마다 옮겨 심었는데 아파트에는 끝내 가져오지 못했다. 한동안 옛날 집 앞 대문 틈 사이로 나무가 잘 있는지 확인하러 갔었다. 무덤에서 나무가 자란다면 그 사람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 같이 태어나기도 하니까.

미치도록 꿈꾸고 싶다. 모든 것들이 사실이 되는 꿈속에서 잠시 놀다 오고 싶다. 지금은 꿈꾸지 못한다. 꿈을 꾸면서도 이건 꿈이라는 생각이 먼저 드니까. 모든 것들이 사실처럼 느껴지는 꿈을 꾸고 싶다. 내내 꿈이었으면 좋겠다. 내내 깨어나지 않는 꿈.

 

지금, 여기가 가장 중요하다. 아무 효용도 쓸모도 없을 것 같은 상상이 하늘을 날게 한다. 밟고 있는 땅이 외줄인 줄도 모르겠지. 맨땅 위에서도 매일 외줄 타는 듯 살아가는 이유는 뭘까. 그래! 발밑만 내려다보지 않으면 돼.

짧은 상념들이 겹겹이 쌓여 인생을 만들어 간다. 책 속 그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블랙홀처럼 빠지게 되는 생각이 오랫동안 상상 속에 머무르게 했다. 아이가 처음 자기가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을 때 어떤 대답을 해줘야 할지 몰라 당황했었다. 아이도 그런 생각을 하는가 싶어서. 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지만 아이처럼 이내 잊어버렸을 것이다. 어그래서 허튼 생각이 허튼 생각이 아니라 말해주고 싶다. 맘껏 허튼 생각에 빠져 보라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빨간 벽'에서 보았던 벽도 보이고 지문이 덧입혀진 것처럼 색이 겹치는 모습이 몽환적인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볼로냐 라가치 상과 케이트 그리너웨이 상 후보에 오른 다수의 작품 속에서 볼 수 있었던 느낌이 전해진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서로 가진 장점을 버무려 이야기 이상의 것을 보여 준다 생각했는데 이번 책을 보며 다른 생각이 든다. 표지 그림에서처럼 이야기가 아닌 생각이 다음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느낌이랄까. 그대로 머물러 있을 수 없는 것은 아이들뿐만이 아니겠지.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시리즈가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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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반야심경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리즈
야마나 테츠시 지음, 최성현 옮김 / 불광출판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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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뭘까. 틈날 때마다 유튜브에서 법륜스님 즉문즉설 강의를 듣는다. 개개인의 갈등과 괴로움의 모습은 가지각색인데 스님의 해법은 늘 같다. 자주 듣다 보면 입으로는 해법이 술술 나온다. 그런데 막상 문제가 내 것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고민을 털어놓았던 사람들처럼 좀처럼 내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 행복은 괴로움이 없는 상태라는데 고작 그런 상태가 행복이라면 조금 허무했다.

불교에 관심을 갖고 여러 강의를 듣다 유튜브 관심 카테고리에 반야심경 강의를 듣게 되었다. 불교 경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한 번씩 암송하는 기본 경전으로 반야심경을 꼽는다고 한다. 262자로 짧아 외우기 쉽지만 그 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도 적다하니 제대로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경전 글귀는 해석 방법에 따라 이해력이 천차만별인데 이 책은 쉽게 읽히고 쉽게 이해되었다. 불교 용어 해석보다 전하려 하는 의미를 중심을 두고 썼다. 내지 첫 장에는 반야심경 해석 글이 두 페이지에 실려 있다. 본문이 시작되는 속지에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는 행복에 관하여'라는 문구를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불교에서 말하는 '공(空)'을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누구나 우리의 감정을 일으키는 원인이 바깥 세계에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래서 뭔가 불쾌한 느낌이 들 때 반사적으로 바깥 상황이나 다른 이의 행동이 원인이라 느낍니다. 그렇게 받아들입니다. 이것은 의식적으로, 머리로 판단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닙니다. 무의식적으로, 거의 자동적으로 몸이 그렇게 판단해 버립니다. 그리고 원인을 만들었다고 보이는 사람이나 일에 대해 ‘화’가 나는 것입니다. P.102

모든 감각은 뇌가 느끼는 것이라 했을 때 놀랐던 기억이 화가 일어나는 과정에 오버랩되었다. 가시에 찔리면 피부가 아픔을 느끼는 게 아니라 뇌에서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서 아프다 느끼는 것처럼 괴로움이 생기는 과정도 같았다. 실제 일어난 사건이나 상황이 괴로움을 주는 게 아니라 뇌에서 괴롭다 느끼면 괴로움이 생긴다. 역으로 뇌에서 괴롭다 느끼지 않으면 어떤 상황 속에서도 괴롭지 않을 수 있었다. 책에서는 “바깥 세계에 대한 나의 반응이 바뀌면 바깥 세계 자체가 바뀐다”라고 설명한다.

돌이켜보면 바깥 세계의 정보에 대한 나의 반응 방식이 나의 삶이 되어 있었다. 반응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이전과 같은 삶을 살 것이다. 괴로움에 대한 반응 방식을 바꾸어 괴로움이 없는 상태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8 정도를 소개하고 있다. 매 순간 자동화된 기계처럼 반응하는 내 모습을 알아차리는 정념(正念)과 과거에 만들어진 상을 풀어내는 정정(正定)을 중요하게 다루었다.

바깥과 연결된 존재라 생각하면 자유롭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나 연결되어 있으니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듯 남도 받아들일 수 있으며 나에게 하듯 남에게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여전히 타인과 대면하면 자동화된 프로그램처럼 이전과 똑같이 반응하지만, 지금은 때때로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알아채는 수준은 되었다. 가끔 마음에 여력이 있을 때는 “그러게~” 수긍하며 대꾸한다. 그러면 상대도 힘이 빠져 더는 실랑이하지 않는다.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은 스스로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자신에 대한 집착을 버렸을 때 비로소 남에 대한 집착도 버릴 수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남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집착하지 않을 수 있는 겁니다. 남에게 뭔가를 하는 것과 나에게 하는 것은 같습니다. 남에게 잔혹한 사람은 자신에게도 잔혹합니다.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p.152

행복은 흑백텔레비전에서 컬러텔레비전으로 바뀌며 색을 보여주었을 때의 감흥과 비슷한 것 같다. 이미 보았던 장면이 색이 주는 아름다움으로 다른 느낌을 갖게 되는. 지금 내 눈에 비치는 모습이이 전부가 아닐 것이라 매일 생각한다. 자신의 의지 없이 자동화된 프로그램으로 운영된 세상에 진짜 색은 없을 듯하다. 실제로 행복해지지 않는다면 모든 종교는 무의미하다. 유의미한 세상을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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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높새바람 46
주나무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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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자마자 사과 상자에 버려져 수녀원에서 자라야 했던 ‘조이’. 사과 상자에 담겨 수녀원에 버려진 조이가 어디에서 왔을까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마구간에서 태어난 예수도 엄마가 있었는데 그마저도 없었다. 조이는 부모의 부재 속에서 자신을 찾기 위해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낸다. 조이에게 말하는 것을 참는 것은 달리는 기차를 막는 것이었으며 오줌을 참는 것과 같았다.

조이는 부모의 이혼으로 잠시 수녀원에 머물게 된 은채의 등장으로 삶의 본능과 의지를 바꿔야 할 상황에 직면한다. 은채는 이혼한 부모 때문에 임시로 머무는 수녀원 생활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 수녀원에서 함께 생활하는 조이가 반 친구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알릴까 두려워 불편하기만 하다. 은채와 달리 조이는 처음으로 함께 살게 된 또래 친구와 친하게 지내고 싶다. 그래서 혹여 실수로 은채의 비밀을 말할까 걱정되어 태어난 순간부터 닫힐 줄 몰랐던 입을 꾹- 닫아 버린다.

조이가 힘겹게 입술 붙이기를 하며 비밀을 지키고 있었지만, 은채의 비밀은 의외의 사건으로 드러난다. 친구들 앞에서 모든 비밀이 드러난 은채는 학교에서 조퇴 후 수녀원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조이는 은채가 갈만한 곳을 생각하니 순간 떠오르는 곳이 있었다. 넘어진 달리기 시합에서 일 등할 수 있게 도와준 바람 거인은 이번에도 조이를 도울 수 있을까. 조이와 은채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살다 보면 거짓말을 하게 된다. 거짓말하는 이유는 뭘까. 초등학교 고학년 첫째 아이는 위기 상황이 닥치면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그럼 친구 사이는 위기 상황도 아닌데 왜 거짓말을 하게 되지?” 하고 되물어 보니 “돋보이고 싶으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거짓말까지 하면서 돋보여야 할 이유는 알 것 같다. ‘세상에서 네가 최고야’라는 말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거짓말은 나와 타인을 구별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다.

거짓말은 조이가 오징어네 집에 놀러 가서 숨바꼭질할 때 숨어 들어갔던 멋진 공간과 같다. 두 번 다시 숨바꼭질을 못 한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멋진 곳이라 생각하고 들어가지만, 결국 혼자 남아 있어야 하는 곳이다. 아무리 멋진 곳이라 해도 누구도 찾을 수 없는 공간에 홀로 남아 있는 것처럼 외롭고, 무섭고, 쓸쓸한 일이 또 있을까. 조이는 자신의 힘으로 그곳을 탈출한다.

처음에는 어른아이처럼 보이는 조이가 싫었다. 부모도, 형제도, 집도 없으면서 당당한 모습이 판타지 소설 주인공 같았다. 그러나 조이는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싶었던 때 갈등하면서 자신을 드러내는 연습을 하고, 한 번도 보지 못한 부모의 존재를 자신의 모습에서 찾아 상상한다. 조이의 담대함은 매일 멋진 공간만 찾아 숨어들던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거짓말은 엉킨 머리칼을 더 엉키게 만들지만 참말은 엉킨 머리칼을 찰랑찰랑하게 해주는 것 같더구나. 빗질을 하듯이 말이야.” (‘조이’ p.146) 잠자고 일어나면 부스스 엉킨 머리칼이 영 못마땅하지만 엉킨 머리카락을 계속 숨기다 보면 결국 잘라내야 할지도 모른다. 엉킨 머리카락을 붙잡고 있는 것보단 열심히 빗질하는 편이 낫다. 진실을 향해 달음박질하다 코가 깨지더라도 그 힘으로 성장해 나간다는 것을, 조이는 몸소 보여준다. “고마워! 조이.”

수녀원에 두고 간 사과 상자 안에 한 아기.

지금은 열두 살 소녀가 된 남조이.

누구나 두려움을 갖고 태어나지만

넌 조금 더 일찍 그 상자를 깨고 나온 거야.

남들과 다른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감추면

두려움은 점점 자라나 나의 주인이 돼.

드러내. 드러낼수록 가벼워져.

남들에게도 내가 가진 두려움이 있어.

그들도 참고 있을 뿐이란다.

두려움을 정돈하는 삶의 빗질을 잊지 않을게.

찰랑찰랑 물결치는 삶의 환희.

오늘 나의 삶이 어제보다는 용감하길.

두려움 뒤에 있는 기쁨을 알게 해준 ‘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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