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보이 - 젠더 경계를 거부하는 한 소녀의 진지하고 유쾌한 성장기
리즈 프린스 지음, 윤영 옮김 / 윌컴퍼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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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섹스(SEX)가 생물학적인 의미의 성을 뜻한다면, 젠더는 사회적인 의미의 성을 의미한다. 사회에서 여성은 이러이러하고, 남성은 이러이러하다고 정의 내린 개념이 젠더다. 성 역할과 비슷하다. 젠더의 사용은 타고난 신체의 차이로 여성과 남성을 구분해 남녀 차별적인 성격을 갖고 있던 섹스보다 대등한 남녀관계를 내포해 사회적으로 모두 동등한 인간임을 시사했다는데 의미가 있었다. 젠더 개념은 성소수자 운동이 본격화하면서 논의되기 시작해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걸맞은 사회적 지위를 얻고자 하는 트랜스젠더들이 양지로 쏟아져 나오며 젠더 개념의 중요성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이 책 <TOMBOY>는 젠더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한 아이, 리즈가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 만화책이다. 외국 작가의 책이라 담배나 마약, 섹스를 접하는 부분에서 조금 머뭇거렸지만 2차 성징기가 시작될 무렵이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보았던 자신의 성 역할의 문제를 만화라는 수단으로 담백하게 담아냈다.

 

이 책의 주인공 리즈 프린스는 어릴 때부터 치마는 끔찍했고 긴 머리는 질색해서 주변에서 톰보이라 불리던 소녀다. 어릴 때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남자로 착각했지만 그다지 상관없었지만, 여섯 살 때 지내던 곳을 떠나자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다른 아이들 눈에 그녀는 좀 괴짜 같은 아이였다. 그래도 자신과 비슷한 아이들(톰보이)을 만나 힘든 학창시절을 견뎌낸다. 그리고 여성과 남성의 차이는 무엇일까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생물학적 차이를 제외한 여자와 남자의 차이는 겉모습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생물학적인 차이가 아무렇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곳은 어김없이 남자아이들 세상이었고, 그들과 다르다는 것은 묘한 이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여자도 남자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된 것이다.

그녀에게도 사춘기가 찾아온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지만 언제나 인기남 옆에는 사랑스럽고 예쁜 인기녀가 있기 마련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본래 내 모습을 감추고 사랑받는 여성의 모습으로 바꿔볼까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렇지만 리즈는 외모가 아닌 자신의 예술적 재능과 재미있는 성격을 좋아해 주는 아이가 있을 거라 믿는다. 리즈의 생리가 처음 시작된 날, 그날부터 리즈는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매번 몸으로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몸의 성장만큼 마음도 같이 성장한다. 리즈 같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미국적 정서가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을 제외하면 아이들이 읽어도 좋은 내용이 많다. 그래도 중학생은 되어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뭐, 이미 호기심 많은 녀석이 읽었을지도 모르지만.

무엇이 남자와 여자를 규정짓는지에 대한 깊은 고찰이 이 만화의 주제다. 그녀에게 '톰보이'라는 것은 남성과 같은 옷을 입는다는 의미를 넘어 자신이 만들어간 자신만의 생활방식이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는다. 톰보이 스타일인 첫째 아이는 모험하는 모든 놀이를 즐기고 괴상하고 끔찍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아이가 자랄수록 아이 취향에 맞춰 무엇인가 사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 되었다. 아이가 원하는 스타일은 모두 '남아용'이라는 표가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비옷이나 장화에 남아용 여아용이 구분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가 거부하지 않았다면 무심코 선택했을 정형화된 세계를 이제는 다시 한번 들여다본다. 전혀 다른 두 명의 여자아이를 키우며 늘 생각하는 영상이 있다. 위스퍼 광고로 제작된 비디오 영상이다. "여성스럽게 뛰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라는 물음에 아이들과 성인들이 보여준 차이점과 마지막에 한 여성이 나답게 뛰면 된다고 했던 말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 그리고 내가 배웠던 잣대로 아이를 바라볼 때마다 되뇐다.  “그냥 너답게 하면 돼. 그거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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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과 잘 지내는 법
토마스 에릭손 지음, 김고명 옮김 / 시목(始木)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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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 빠진다. 오늘 정말 힘들었어."

도무지 내 맘 같지 않은, 별별 사람이 넘쳐나는 세상 속. 서로 몸과 마음을 부딪히며 사는 것은 상당한 힘이 필요하다. 이 책 내용의 기반이 된 DISC 성격유형 진단 검사는 세계적인 기업에서 팀워크 강화와 서비스 응대, 교육 관련해서 쓰이고 있다. 성격유형 진단 검사하면 떠오르는 MBTI 기법이 ‘내’ 성격을 알아보는 것이라면, DISC 검사는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는 방법에 가깝다. 독서지도사 공부할 때 성격유형별로 지도 방법이 달라야 한다고 공부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을 펼쳤다면 당신은 이제 관계의 첫 단추 하나를 끼운 것이다.

 

인터넷에서도 손쉽게 자신의 유형을 알 수 있지만 책 속에는 24가지 문항에 대한 답으로 유형을 분류하도록 해 두었다. 그리고 유형별 특징과 잘 맞는 유형과 잘 맞지 않는 유형으로 분류해 살펴보도록 했다. 여기까지는 그냥 평범한 심리학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은 각 유형별로 피드백을 하는 방법에 대한 부분이 매우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특히 저자의 웃음을 유발하는 유머 코드로 인해 유형별 단점을 서술하는 부분에서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어쩌면 나는 블루 타입이라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정보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각 유형이 쓰는 이메일 부분에서는 너무 공감되어 웃느라 지하철에서 책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나는 블루 타입이라 별로 웃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위 그림은 각 유형별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방법을 물건에 빗대어 표현한 것을 그림으로 옮겨 본 것이다. 일단 레드는 사소한 일에도 화를 잘 낸다. 샷 글라스에 스트레스를 담아 마구 엎지르는 양상을 떠올리면 되겠다. 하지만 글라스 잔이 작은 만큼 화는 오래가지 않고 금방 처리할 수 있다. 옐로는 스트레스를 우유 잔에 담는다. 보기에도 레드보다는 엎질렀을 때 수습하고 처리해야 할 양이 많다. 그래도 둘 다 쌓아두는 유형은 아니다. 그런데 그린은 맥주 통에 스트레스를 꾹꾹 눌러 담아둔다. 그러다 나중에 터지면 수습불가. 블루도 쌓아두는 편인데 다행히 작은 수도꼭지가 있어 매일 조금씩 투덜대며 스트레스를 흘려보낸다. 그래서 그린처럼 폭발의 위험은 없다. 이렇게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훌륭한 비유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 좀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감이 오는 것 같았다.

아는 사람들에게 모두 셀프 테스트 사진을 보내고 그 사람이 어떤 유형의 사람일까 예측해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거의 예측이 맞았다. 성격은 나를 바라보는 상대의 판단이라는 생각에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아무리 내 안에 다른 유형이 존재해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행동들이 가장 자연스럽게 나를 표현하는 것이며, 그것은 나의 기질을 대표한다. 가장 극단적이어서 재밌었던 레드를 분석해 둔 글을 읽으며 결혼 생활 십 년 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남편의 행동을 모두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절대로 하지 못했던 일을 드디어 하게 되었다. 책 속에 레드 타입을 분석해 둔 ‘팩폭’글과 레드 생각을 담은 문장을 읽어주었다.  "이거 '내' 방식대로 할래, 아니면 틀려먹은 방식대로 할래?" 늘 그렇게 얘기하던 남편에게 화내지 않고 고스란히 되돌려 주었더니 정말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 후련했다. (그는 처음으로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생각에 잠겼다)
 
유치원 아이들 베스트셀러 중에 <공룡 유치원>시리즈가 있다. 책 속의 공룡들은 제각각 다른 색처럼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공룡들의 성격이 설명된 색과 잘 맞아떨어졌다. 상대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것은 빠른 시간 안에 이룰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처음으로 다양한 성격의 아이들을 만나면서 서로 부딪히며 성장한다. 제대로 된 연습 없이 성인이 되면 자아는 더욱 강해져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외면하거나 회피하게 된다. 하지만 직장에서 만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모두 내가 선택할 수 없다. 내가 선택한 사람, 내 뱃속에서 나온 사람들도 다 각자 고유의 유형을 갖고 있다. 그 속에서 상대의 진의를 파악하고 장점을 잘 이용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효과적인 소통의 방법이 또 있을까. 늘 자신의 주변에 모두 꼴통들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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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로 어필하라 - 스피치 3주 완성 프로젝트
정보영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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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으로 이야기하는 시대다. 이제 영상은 눈으로 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듣는 소리에 집중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누구나 같은 얼굴을 가진 강남 미인 시대에 나만의 매력으로 어필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은 아마 목소리가 아닐까. 요즘 같은 1인 미디어 시대에 목소리는 다른 사람과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요소다. <목소리로 어필하라>는 전 MBC 아나운서의 자신만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비결을 담은 책이다. 그녀는 현재 정보영 스피치 대표로 여러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데 자신의 목소리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해 낭송 인문학 수업을 듣고 꾸준히 낭송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제대로 된 발성 연습을 위한 책을 많이 찾아 보았다. 그러나 책 내용이 좋고 나쁨은 차지하고, 목소리를 제대로 내는 ‘연습 영상’이 있어야 제대로 된 연습을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점이 매우 아쉬웠다. 그래서 낭독 실전 편이 나왔으면 했는데 바로 ‘딱’ 원하던 스타일의 책이다. 큐알코드를 찍으면 나오는 연습 영상을 따라 집에서도 손쉽게 목소리 지도를 받을 수 있다. 더 이상의 이론은 그만! 우리는 실전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는 엄마 뱃속에서 나올 때 울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신의 목소리를 갖는다. 그리고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며 내 목소리를 내고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내 목소리가 진짜 목소리가 아니라면? 내 목소리를 찾고 싶지 않은가. 낭독 인문학 수업에서도 직접 낭독했던 영상을 서로 녹화해서 평소 의식하지 못했던 부분을 고치는 연습을 계속했다. 꾸미지 않은 목소리가 가장 듣기 좋고 편안한 목소리다. 그런데 충분히 복식 호흡 연습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울림통이 큰 소리가 나지 않는다. 책 속에는 울림통을 키우고 정확한 발음을 할 수 있는 매일 따라 할 수 있는 3주 완성법이 담겨 있다. 연습 영상을 녹화해서 들어보았는데 어떤 점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확실한 차이를 보였다.

 

코스 요리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나중에 나오는 것처럼 3주 완성 프로젝트의 백미는 마지막 주, 목소리에 매력을 더하는 부분이었다. 여자들이 분위기에 따라 다른 옷을 입고 화장을 하는 것처럼 때로는 청순하게, 시크하게, 지적으로 목소리에 옷을 입히고 화장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들어있다. 목소리를 꾸며내서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라는 말이 아니다. 자기만의 스피치는 자신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얹어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나타내는 것이다. 유창한 말투가 아니라도 신뢰감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은 사람이다. 자신의 말에 확신을 하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려면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감동적이었던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를 글로 읽고 낭독해 보는 것도 좋았다. 이제 남은 것은 연습, 또 연습. 유튜브에 있는 연습 영상을 따라 연습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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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츠와 고양이 책이 좋아 1단계 6
히코 다나카 지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고향옥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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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코 다나카 작가와 요시타케 신스케가 다시 만났다. <아이라서 어른이라서>,<아홉 살 첫사랑>에 이어 세 번째 만남이다. 요시타케 신스케 작품 속 인물 표정을 좋아한다. 몇 개의 선과 점 만으로 여러 가지 표정을 만들어낸다. 히코 다나카 작가는 아이들의 언어로 글을 쓴다. 그냥 아이들이 하는 얘기를 늘어놓는 느낌이다. <레츠와 고양이>는 지금 일곱 살인 레츠가 다섯 살 때를 기억하며 쓴 책이다. 앞으로 6살, 7살 이야기가 차례로 출간 예정이라 점점 자라는 레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일곱 살은 좋고 싫음이 분명해지는 나이다. 하루 생활이 익숙해져 스스로 행동할 수 있다. 그리고 자아가 형성된다. 일곱 살의 눈에는 다섯 살이 '아주아주 오래전'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레츠가 아주 오래오래 전, 다섯 살 때 가장 큰 사건은 고양이가 생긴 일이었다. 엄마는 길에서 고양이를 주워왔다. 레츠가 처음 고양이를 보았을 때 까만 덩어리의 눈이 초록빛으로 빛났다. 엄마는 레츠에게 이 동물은 '고양이'라고 가르쳐준다. 레츠에게 처음 고양이로 인식된 동물을 엄마는 '까망이'라 부르자고 한다. 레츠는 ‘얘는 고양이지 까망이가 아니야’라고 생각한다.

고양이는 레츠의 손가락을 문다. 그런데 그 느낌이 싫지 않다. 그래서 싫어하는 사람을 무는 버릇을 고친다. 고양이는 좋아하는 사람을 무는데 싫어하는 사람이 좋아한다고 오해하면 안 되니까. 그렇지만 좋아한다고 무는 것도 안되는 일이었다. 고양이는 이제 더 이상 깨물지 않고 볼을 핥아준다. 그렇지만 고양이 혀는 아프다. 레츠는 자신의 혀도 아픈지 시험해 보고 아프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후 좋아하는 친구들을 핥아주기로 한다.

 

다섯 살이었던 레츠는 장난감 방이 자기 방이 될 줄 몰랐다. 장난감이 있는 방은 언제까지나 장난감 방이라고만 생각했다. 그저 장난감 방이었던 방이 내 방이 되었을 때 다른 의미가 되는 것처럼, 고양이도 레츠의 고양이가 되었을 때 다른 의미가 되는 것이었다. "큐우리(오이)"라고 이름을 짓는 모습에서 까만 덩어리에 오이 같은 눈빛을 가진 고양이와 첫 만남을 떠올렸다.  "고양이는 오늘부터 고양이를 그만둡니다. 까망이도 그만둡니다. 이제 큐우리입니다."라는 선언은 누군가의 무엇이 되어 이름이 불리는 순간이었다. 반전은 엄마는 '큐우리'가 아니라 '키위'로 들었다는 것!!!  
 
아무리 고양이라 불러도 대답이 없는 고양이를 보고 이름을 떠올리는 레츠의 모습은 존재론적 의미를 떠올리게 했다. 내 이름이 없다면, 타인이 인식하는 나를 표현하는 말이 없다면, 나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얘, 쟤, 걔가 아닌 키위로 불러주는 순간, 그 고양이는 진짜 ‘레츠의 고양이’가 된다. 김춘수 님의 ‘꽃’이 떠오른다. 누군가의 무엇이 되는 것은 소유격이 아닌 주격이 완성된 후라는 것.
 
레츠가 꿈꾸는 방처럼 레츠의 고양이 키위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갈 것이다. 높은 캣타워, 그물망, 대롱거리는 쥐 인형이 있는 멋진 공간을. 그 혼자만의 공간에 누군가의 침입을 허용하고, 어울리고 그로 인해 마음 아프고 눈물짓게 되는 것이 인생이겠지. 레츠의 여섯 살, 일곱 살의 공간에는 무엇이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요즘에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어린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다섯 살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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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칸의 대단한 모험 탐정 칸
하민석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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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아이 꿈은 웹툰 작가다. 학교 도서관 사서 봉사를 하면 단연 인기 있는 책은 만화책들이다. 와이 시리즈, 그리스 로마신화, 윔피키드 등 이런 책들은 겉장이 제대로 붙어있는 책이 없을 정도다. 종이책뿐만 아니라 컴퓨터나 휴대 전화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많은 아이들이 빠르게 인터넷 만화 세계를 접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우리 창작 만화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탐정 칸의 대단한 모험>은 도깨비가 훔쳐 간 옛이야기, 안녕, 전우치?, 정신 차려 맹맹꽁 등을 그린 하민석 작가의 창작 만화다. 그는 <개똥이네 놀이터>에 어린이 창작 만화 '두근두근 탐험대'의 김홍모 작가와 독자 엽서 1,2위를 다투는 인기 작가다. 탐정 칸의 대단한 모험은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유명한 어린이 잡지 <고래가 그랬어>에 연재 중인 단편을 모아 출판한 책이다.


"어이없는 것 같지만 논리적이네." 단숨에 앉은 자리에서 읽어버린 아이가 책을 덮으며 얘기한 말이다. 키득거리는 아이와 다르게 나는 좀 심심한 느낌이었다. 아마도 이미 현란한 일본 애니메이션에 익숙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림의 인상은 고바우 영감의 4컷 만화 느낌이었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만화가들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작가들이 피고름으로 글을 쓰듯 자신들도 뼈를 깎아 그림을 힘들게 그린다고 하는데 정말 쉽게 그린 느낌이다. 게다가 다른 만화를 찾아봤는데 같은 작가의 그림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탐정 칸의 대단한 모험>은 첫째, 자극적인 말투나 그림이 없다. 둘째, 아이들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아이들에게 직접 사건을 해결하고 싶은 욕구를 갖게 한다. 셋째, 작은 단편들 속에 있는 작은 실마리가 다음 사건과 연결되어 단편이면서도 장편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아이들이 만화를 꼼꼼히 보면서 앞 뒤 개연성과 맥락을 글처럼 추리하는 재미가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종이 질감과 색감, 그리고 글씨체였다. 옛날 문방구 앞에서 사 먹던 껌 만화책이 생각났다. 그거 모으려고 껌을 샀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 아이들은 그런 재미를 모르겠지? 아이들이 우리 창작 만화를 많이 읽고 우리만의 감성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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