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츠와 고양이 책이 좋아 1단계 6
히코 다나카 지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고향옥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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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코 다나카 작가와 요시타케 신스케가 다시 만났다. <아이라서 어른이라서>,<아홉 살 첫사랑>에 이어 세 번째 만남이다. 요시타케 신스케 작품 속 인물 표정을 좋아한다. 몇 개의 선과 점 만으로 여러 가지 표정을 만들어낸다. 히코 다나카 작가는 아이들의 언어로 글을 쓴다. 그냥 아이들이 하는 얘기를 늘어놓는 느낌이다. <레츠와 고양이>는 지금 일곱 살인 레츠가 다섯 살 때를 기억하며 쓴 책이다. 앞으로 6살, 7살 이야기가 차례로 출간 예정이라 점점 자라는 레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일곱 살은 좋고 싫음이 분명해지는 나이다. 하루 생활이 익숙해져 스스로 행동할 수 있다. 그리고 자아가 형성된다. 일곱 살의 눈에는 다섯 살이 '아주아주 오래전'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레츠가 아주 오래오래 전, 다섯 살 때 가장 큰 사건은 고양이가 생긴 일이었다. 엄마는 길에서 고양이를 주워왔다. 레츠가 처음 고양이를 보았을 때 까만 덩어리의 눈이 초록빛으로 빛났다. 엄마는 레츠에게 이 동물은 '고양이'라고 가르쳐준다. 레츠에게 처음 고양이로 인식된 동물을 엄마는 '까망이'라 부르자고 한다. 레츠는 ‘얘는 고양이지 까망이가 아니야’라고 생각한다.

고양이는 레츠의 손가락을 문다. 그런데 그 느낌이 싫지 않다. 그래서 싫어하는 사람을 무는 버릇을 고친다. 고양이는 좋아하는 사람을 무는데 싫어하는 사람이 좋아한다고 오해하면 안 되니까. 그렇지만 좋아한다고 무는 것도 안되는 일이었다. 고양이는 이제 더 이상 깨물지 않고 볼을 핥아준다. 그렇지만 고양이 혀는 아프다. 레츠는 자신의 혀도 아픈지 시험해 보고 아프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후 좋아하는 친구들을 핥아주기로 한다.

 

다섯 살이었던 레츠는 장난감 방이 자기 방이 될 줄 몰랐다. 장난감이 있는 방은 언제까지나 장난감 방이라고만 생각했다. 그저 장난감 방이었던 방이 내 방이 되었을 때 다른 의미가 되는 것처럼, 고양이도 레츠의 고양이가 되었을 때 다른 의미가 되는 것이었다. "큐우리(오이)"라고 이름을 짓는 모습에서 까만 덩어리에 오이 같은 눈빛을 가진 고양이와 첫 만남을 떠올렸다.  "고양이는 오늘부터 고양이를 그만둡니다. 까망이도 그만둡니다. 이제 큐우리입니다."라는 선언은 누군가의 무엇이 되어 이름이 불리는 순간이었다. 반전은 엄마는 '큐우리'가 아니라 '키위'로 들었다는 것!!!  
 
아무리 고양이라 불러도 대답이 없는 고양이를 보고 이름을 떠올리는 레츠의 모습은 존재론적 의미를 떠올리게 했다. 내 이름이 없다면, 타인이 인식하는 나를 표현하는 말이 없다면, 나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얘, 쟤, 걔가 아닌 키위로 불러주는 순간, 그 고양이는 진짜 ‘레츠의 고양이’가 된다. 김춘수 님의 ‘꽃’이 떠오른다. 누군가의 무엇이 되는 것은 소유격이 아닌 주격이 완성된 후라는 것.
 
레츠가 꿈꾸는 방처럼 레츠의 고양이 키위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갈 것이다. 높은 캣타워, 그물망, 대롱거리는 쥐 인형이 있는 멋진 공간을. 그 혼자만의 공간에 누군가의 침입을 허용하고, 어울리고 그로 인해 마음 아프고 눈물짓게 되는 것이 인생이겠지. 레츠의 여섯 살, 일곱 살의 공간에는 무엇이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요즘에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어린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다섯 살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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