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과 잘 지내는 법
토마스 에릭손 지음, 김고명 옮김 / 시목(始木)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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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 빠진다. 오늘 정말 힘들었어."

도무지 내 맘 같지 않은, 별별 사람이 넘쳐나는 세상 속. 서로 몸과 마음을 부딪히며 사는 것은 상당한 힘이 필요하다. 이 책 내용의 기반이 된 DISC 성격유형 진단 검사는 세계적인 기업에서 팀워크 강화와 서비스 응대, 교육 관련해서 쓰이고 있다. 성격유형 진단 검사하면 떠오르는 MBTI 기법이 ‘내’ 성격을 알아보는 것이라면, DISC 검사는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는 방법에 가깝다. 독서지도사 공부할 때 성격유형별로 지도 방법이 달라야 한다고 공부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을 펼쳤다면 당신은 이제 관계의 첫 단추 하나를 끼운 것이다.

 

인터넷에서도 손쉽게 자신의 유형을 알 수 있지만 책 속에는 24가지 문항에 대한 답으로 유형을 분류하도록 해 두었다. 그리고 유형별 특징과 잘 맞는 유형과 잘 맞지 않는 유형으로 분류해 살펴보도록 했다. 여기까지는 그냥 평범한 심리학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은 각 유형별로 피드백을 하는 방법에 대한 부분이 매우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특히 저자의 웃음을 유발하는 유머 코드로 인해 유형별 단점을 서술하는 부분에서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어쩌면 나는 블루 타입이라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정보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각 유형이 쓰는 이메일 부분에서는 너무 공감되어 웃느라 지하철에서 책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나는 블루 타입이라 별로 웃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위 그림은 각 유형별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방법을 물건에 빗대어 표현한 것을 그림으로 옮겨 본 것이다. 일단 레드는 사소한 일에도 화를 잘 낸다. 샷 글라스에 스트레스를 담아 마구 엎지르는 양상을 떠올리면 되겠다. 하지만 글라스 잔이 작은 만큼 화는 오래가지 않고 금방 처리할 수 있다. 옐로는 스트레스를 우유 잔에 담는다. 보기에도 레드보다는 엎질렀을 때 수습하고 처리해야 할 양이 많다. 그래도 둘 다 쌓아두는 유형은 아니다. 그런데 그린은 맥주 통에 스트레스를 꾹꾹 눌러 담아둔다. 그러다 나중에 터지면 수습불가. 블루도 쌓아두는 편인데 다행히 작은 수도꼭지가 있어 매일 조금씩 투덜대며 스트레스를 흘려보낸다. 그래서 그린처럼 폭발의 위험은 없다. 이렇게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훌륭한 비유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 좀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감이 오는 것 같았다.

아는 사람들에게 모두 셀프 테스트 사진을 보내고 그 사람이 어떤 유형의 사람일까 예측해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거의 예측이 맞았다. 성격은 나를 바라보는 상대의 판단이라는 생각에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아무리 내 안에 다른 유형이 존재해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행동들이 가장 자연스럽게 나를 표현하는 것이며, 그것은 나의 기질을 대표한다. 가장 극단적이어서 재밌었던 레드를 분석해 둔 글을 읽으며 결혼 생활 십 년 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남편의 행동을 모두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절대로 하지 못했던 일을 드디어 하게 되었다. 책 속에 레드 타입을 분석해 둔 ‘팩폭’글과 레드 생각을 담은 문장을 읽어주었다.  "이거 '내' 방식대로 할래, 아니면 틀려먹은 방식대로 할래?" 늘 그렇게 얘기하던 남편에게 화내지 않고 고스란히 되돌려 주었더니 정말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 후련했다. (그는 처음으로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생각에 잠겼다)
 
유치원 아이들 베스트셀러 중에 <공룡 유치원>시리즈가 있다. 책 속의 공룡들은 제각각 다른 색처럼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공룡들의 성격이 설명된 색과 잘 맞아떨어졌다. 상대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것은 빠른 시간 안에 이룰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처음으로 다양한 성격의 아이들을 만나면서 서로 부딪히며 성장한다. 제대로 된 연습 없이 성인이 되면 자아는 더욱 강해져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외면하거나 회피하게 된다. 하지만 직장에서 만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모두 내가 선택할 수 없다. 내가 선택한 사람, 내 뱃속에서 나온 사람들도 다 각자 고유의 유형을 갖고 있다. 그 속에서 상대의 진의를 파악하고 장점을 잘 이용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효과적인 소통의 방법이 또 있을까. 늘 자신의 주변에 모두 꼴통들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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