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단어 (기프트 에디션)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삶은 순간의 합이라는 말에 동의하신다면
찬란한 순간을 잡으세요
나의 선택을 옳게 만드세요
여러분의 현재를 믿으세요
순간순간 의미를 부여하면
내 삶은 의미 있는 삶이 되는 겁니다.

'책은 도끼다'의 박웅현.  박웅현이라는 이름보다 어디선가 한 번쯤 듣고 보았던 광고 카피로 더욱 유명한 사람. 그의 강의를 담은 <여덟 단어 기프트 에디션>이 나왔다.  '책은 도끼다'부터 여덟 강의로 나눈 이유가 궁금했다. 그 후 나온 '여덟 단어'라는 책은 아예 '여덟'이라는 숫자를 제목까지 끌어올린다.  그가 가진 '여덟'이라는 숫자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왜 그는 여덟이라는 숫자를 택했을까. 

8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숫자로 알려져 있다. 8은 지속, 반복, 무한대를 의미하며, 제8일은 예수가 부활한 날로 신생, 재생의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다. 주역은 8괘로 이루어져 있고, 불교에서 팔정도는 열반에 이르기 위한 8가지 올바른 길을 말한다. 한반도는 팔도로 이루어져 있고,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비율을 팔등신이라 칭한다. 태양계는 8개의 행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그의 '여덟 단어'는 박웅현이라는 작은 소우주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 준 단어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를 반짝이게 만들어준 단어는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 인생이다.  자존은 중심점을 내 안에 찍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며, 본질은 더하기 보다 빼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는 것이다. 고전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짜 아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며, 견(見)은 흘려보지 않고 깊이 보는 것이다.  삶은 순간의 합이라서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고, 강한 것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옳은 것이 이기는 것을 믿는 것이 권위다. 나만의 언어의 집을 만들고 보편적인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소통이며, 차선에서 최선을 찾아내는 것이 인생이다.

책 속 글들은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과자처럼 쉽고 빠르게 사라졌다. 그래도 사람을 향한다는 그의 광고 문구처럼 몇몇 문장은 가슴속에 그대로 남았다. 간단한 화장품과 휴대 전화만 들어가는 여성들의 작은 가방에도 들어갈 수 있을만한 두께의 분리된 책들은 인문학도 주전부리처럼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이쯤 되면 여성과 남성의 장점만을 모아 중성화를 지향한다는 그의 말은 허튼소리가 아닌듯하다.  <여덟 단어 기프트 에디션>은 많은 지식을 아는 것보다 내게 맞는 지식을 찾는 선택지를 준 느낌이다.

나만의 단어를 쓸 수 있는 노트를 펼쳐 나도 한 마디 적어 넣었다. '운명'. 정해진 운명이 있다고 믿는 것은 삶을 어떻게 바라보게 만들까.  성향이 전혀 다른 두 아이를 보며 세상이 만들어 놓은 '엄마'라는 굴레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비로소 내 인생은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롯이 나로 비롯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뒤늦게 인생의 의미를 찾아 나선 것이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나만의 빛을 찾기를 바란다. 나의 길을 무시하지 않고 나만의 빛을 따라 사는 것이 진짜 행복한 것이다.

삶이 순간의 합이라면 우리는 정해진 내 삶 속에서 매 순간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을 조화롭게 가져가는 법을 스스로 찾고 깨달아야 한다.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 등장하는 기쁨은 어릴 때는 노란색 한 가지였다. 그러나 주인공의 성장에 따라 기쁨 속에는 노란색만 있는 것이 아니라 파란색 슬픔도 함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는 여덟 강의로 독자 스스로 자신의 빛을 찾아 만들어 가는 법을 쉽고 친절하게 알려 준다.  그리고 여러 책들에서 그가 인용한 많은 글귀는 삶이라는 배를 이끌어 주는 가장 좋은 나침반은 책이라는 점을 넌지시 드러낸다.  우리가 그의 글을 다시 찾는 이유는 여전히 찾지 못한 나를 찾기 위해서다. 그래서 그의 책은 늘 강력 추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깥은 여름>이라는 제목은 보이지 않는 경계의 대치로 인한 팽팽한 긴장감을 준다. 두 개의 방 문이 있는 공간에서 문 너머 다른 공간으로 들어가는 여인의 뒷모습은 늘 그래왔다는 듯 스스럼없다. 문득 대중목욕탕의 냉탕과 온탕을 자유롭게 들락거리는 어른들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나이 들어 이미 무감각해져버린 감각 세포는 차가움과 뜨거움을 구별하지 못한다.  어린아이였던 나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른이 된 나는 그 들락거림을 이해할 수 있다.

제목에서 느꼈던 경계의 대치는 글 속에서도 계속된다. '그들은 잊어버리기 위해 애도했다. 멸시하기 위해 치켜세웠고, 죽여버리기 위해 기념했다.' (침묵의 미래 p.132), '걱정을 가장한 흥미의 형태로, 죄책감을 동반한 즐거움의 방식으로' (건너편 p.92),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함께 살았다는 안도' (풍경의 쓸모), 배신감이 아닌 안도감(건너편) 등 그녀는 인간의 이중성을 비틀어 그 안에 내재된 연약한 슬픔을 드러낸다.

슬픔의 근원은 무엇일까. 모두가 행복했던 에덴동산에서 뱀의 유혹에 빠져 금단의 열매를 먹고, 자신이 벗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아담과 하와. 그들은 비로소 부끄러움을 알고 자신의 몸을 가린다.  인간은 살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는 삶을 지속해야 한다. 인간의 슬픔은 잠결에 흔들리는 실오라기 같은 양심이다. 저자는 그 틈새를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 속에 섬뜩한 칼날을 보이며 인간의 원죄를 드러낸다.

글을 읽는 내내 조바심이 났다. 암에 걸린 에반의 안락사를 위해 찬성이가 모았던 돈을 조금씩 헐게 만든 휴대 전화는 정작 통화할 상대가 없었으니까. 정착의 사실을 실감하기 위해 매 순간 공들였던 아파트는 주인을 잃고 의미를 상실했으니까. 임용 전화를 기다리는 중에 무시했던 아버지의 전화는 부고 통지를 알려주었고, 모르는 번호라 받지 않았던 전화는 내게 가장 필요했던 위로였으니까. 얼마나 많은 순간 삶과 삶 비슷한 것의 경계를 냉탕과 온탕을 들락거리듯 넘나들었을까.

개인적으로 책 편집 디자인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책을 펼치면 닫힌 문과 작은 글씨체가 있고 다음 장에 열린 문과 큰 글씨체가 나타난다. 문을 열면 보게 되는 사실 너머 진실. 나는 문을 열고 들여다 볼 자신이 있는지 되묻는다. 각 이야기 제목이 실린 간지 부분에  작은 구멍으로 보이는 드넓은 밤 하늘.  작은 구멍은 나의 시야였다. 딱 보고 싶은 면만 보고 사는. 

 

인터넷 포털 창에 ‘김애란’을 입력하니 여러 개의 연관 검색어가 뜬다. <두근두근 내 인생>을 제외하고 모두 낯선 책 들이다. 2017년 소설가들이 뽑았던 올해의 소설. 그녀의 이름을 기억해 둔다. 내 마음을 가리고 싶어질 때, 한 번씩 꺼내어 사그라들었던 양심의 불씨를 당기고 싶어질 때를 위해. 영원히 절대로 죽지 않을 것처럼 살고 있는 내 모습을 볼 때 그녀의 이름이 생각나기를. 바깥은 여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언자
칼릴 지브란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망이 없는 인생은 어둠이고,
지식이 없는 열망은 맹목이며,
일하지 않는 지식은 헛된 것이고,
사랑이 없는 일은 무의미하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는 그가 40세가 되던 1923년 10월에 크노프 출판사에서 드디어 세상에 빛을 보게 된다. 그리고 처음 출간된 이후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절판된 적 없이 5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20세기에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 되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물심양면 지원한 그의 정신적 동반자 메리 해스켈의 안목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그의 작품이 후대에 널리 읽히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녀는 그의 그림과 작품들을 그의 고향 베샤레로 보내 지브란 기념관을 세우게 하고 지금도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고 한다.  


칼릴 지브란의 글은 어디에선가 한 구절이라도 읽어보았기에 책에서는 그의 그림이 유독 눈에 띄었다. 글 쓰는 사람으로 알았지 미술을 배우고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알몸의 남녀,  날아가는 새, 희뿌연 배경에 무표정 얼굴과 몸들이 뒤엉킨 그림으로 그의 글은 마음속을 유영하며 부유한다. 부드러운 색채와 선으로 이루어진 그림 속에서 들리는 절규는 작은 울림이 되어 마음을 뒤흔들었다. 광활한 황무지에 깃털 한 오라기 없이 알몸으로 던져진 몸은 세상에 태어난 인간의 영혼의 모습과도 같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27가지 가르침 중에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되새김질해 본다.  자기를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영혼은 하나의 길만을 걷는 것도 아니고, 갈대처럼 자라는 것이 아니라 했다. 무한 잎새의 연꽃처럼 저 자신을 연다고 했다. 연꽃은 꽃잎이 분리되어 있으면서 또한 한 곳에 붙어 있다. 내가 발견한 진리가 전부가 아니며, 내가 발견한 길이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한 몸인 것이다. 연꽃은 꽃을 피움과 동시에 열매를 맺는다.


아이들이 재잘거림이 한 밤의 고운 숨결로 잦아들고, 밀려드는 일들에서 벗어나 작은방 안 구석에 스탠드를 켤  때 나는 자유롭다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낮에 근심이 없고 밤에 욕망과 슬픔이 없을 때 진정으로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한다. 모든 것이 내 삶에 휘감겨도 그것들을 벗어던지고 얽매임 없이 일어설 때 진정으로 자유롭다 한다. 누구의 간섭도 방해도 없이 비로소 작은 몸을 누울 시간이 되어도 머릿속은 여전히 근심, 걱정, 두려움, 불안한 미래로 자유롭지 못하다.나의 자유는 그의 말처럼 족쇄에서 벗어나는 순간 더 큰 자유의 족쇄가 되었다. 모든 것의 시작은 '나'다.

막 태어난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어머니의 젖을 힘차게 빨기 시작한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부모는 희망을 꿈꾼다. 그 꿈속에 영원으로 가는 문이 숨겨져 있다. 침묵의 강물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산꼭대기에서 오르기 시작하고, 대지가 팔다리를 가져갈 때 진정으로 춤추게 된다는 말은 죽음에 이르러서야 삶의 소중함을 알고 진정 삶을 사랑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매 순간 삶 속에서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영원으로 갈 수 있는 비법이다. 삶의 한가운데서 죽음을 찾지 않고서는 발견할 수 없는 죽음의 의미. 죽음의 의미를 찾기 위해 나는 삶 속으로 더욱 정진해야 한다.  


<예언자>의 성공 뒤에 더 뛰어난 작품을 내지 못해 불안해했다는 그의 인생에서 삶의 아이러니를 느낀다. 그리고 그도 나와 같은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자각한다. 진정 인간은 욕망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는 것인가. 자유롭지만 자유로울 수 없는 인생의 딜레마.  죽음으로 의식이 소멸되면 그 고통의 짐은 사라질까. 죽음을 꿈꾸지 않아도 죽음의 문으로 하루 하루 가까워지는 인생에 누가 노예를 자처하는가.  망설임 없이 어미의 젖을 빨고 그 품 안에서 안정감을 느꼈을 때 아이는 그것으로 행복했을 것이다. 태어날 때 인생의 모든 지혜는 우리에게 주어졌다. 우리는 태어날 때 누구나 예언자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1주년 한정 리커버 특별판) - 나, 타인, 세계를 이어주는 40가지 눈부신 이야기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다른 사람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경험에 돈을 쓰세요.
밖으로 나가 자연을 느끼고,
음악을 듣고,
반려견을 껴안고,
친구들과 얘기하고,
살기 위해 일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매일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27살에 인생을 마친 한 미국인이 남긴 유언이다. 죽기 전에 우리는 무엇을 가장 아쉬워하며 삶을 돌아보게 될까. 나와 관계 맺었던 수많은 인연들, 가족들의 얼굴이 파노라마처럼 스칠 것이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갈 세상에 나는 무엇을 남겼는지 죽음의 문턱에 다다라서야 나라는 존재가 어디서 왔고 또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궁금증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나와 타인, 세계를 이어주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별을 알기 위해 세모, 네모, 동그라미를 배워야 한다는 일화는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히 보여준다. 나를 알기 위해서 나의 내면뿐만 아니라 타인, 세계를 살펴봐야 나를 알 수 있다는 뜻으로 다가왔다. 나와 연결된 관계를 살펴보면 나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철학 이야기를 타인, 세계, 도구, 의미의 네 장으로 나눠 채사장만의 그림과 언어로 설명한다.

나는 무엇인가. 그리고 너는 무엇인가. 몸과 생각은 존재하지만 나를 인식하는 대상이 없다면 나란 존재는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나를 담아낼 세계라는 공간이 없다면 나는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내 안에 관조자가 '자아'라면 자아는 나를 완전히 대변할 수 있는 것일까. 타자에 의해 인식된 나와 내면의 자아와의 괴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 책을 다 읽어도 의문에 대한 충분한 해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내 배움의 단계가 아직 거기까지다.

“세상의 모든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진 00아, 오늘은 웃자."  고등학교 때 반 아이들과 나눠 적었던 롤링페이퍼에 담임 선생님 글씨로 보이는 글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애늙은이라고 불렸던, 일찍 세상을 알아버린 어린아이가 짊어지고 다녔던 짐이, 숙명이, 사명감이 그의 글을 통해 되살아났다. 보이지 않는 세계와 관계 맺으려 하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현실적인 문제였지만 그것은 내 삶을 움켜쥐고 옭아맸다. 그리고 여전히 숙명처럼 나의 내면에 존재한다. 그것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었을 때 나는 나라는 세계에서 나와 좀 더 넓은 세계와의 관계를 꿈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지키고 있는 낡은 벤치는 어떤 것일까. 나로부터 떠날 때 비로소 나에게 정착할 수 있는 것인지도.

별 모양의 지식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별 모양의 지식이 담겨진 책을 읽으면 될까요? 한 번에 읽으면 안 될 것 같으니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보는 거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방법으로는 별이라는 지식을 얻을 수 없어요. 지식은 그런 방법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다른 책을 펴야 해요. 삼각형이 그려진 책, 원이 그려진 책, 이런 책들을 다양하게 읽었을 때, 삼각형과 사각형과 원이 내 머릿속에 들어와 비로소 별을 만드는 것입니다.

당신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문제일수록 사회는 그것을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26

관계의 아득함. 소통의 노력이 온갖 오해로 점철될 수밖에 없다는 확고한 이해. 이것이 외로움의 본질이다. 28

집착 때문이다. 나의 신체와 내가 가진 것에 마음이 쏠려 한시도 잊지 못하고 매달리기 때문이다. 나의 몸과 나에게 연결된 것들은 너무나 소중하고 유일한 것이라서 그것이 어찌 될까 봐 조마조마해 하고, 움켜쥐려 하고, 끝내 감싸 안으려 하기 때문이다. 95

떠날 때야 비로소 정착하는 건지 모른다. 126

나이가 든다는 건 다행이다. 어린 날의 들뜸과 격정은 가라앉고, 섬세함은 무뎌지고, 무거움은 가벼워진다. 죄책감은 줄어가고, 헛된 희망은 사라지고, 안타까움은 오래가지 않는다. 128

통증은 자아와 신체가 관계 맺고 있는 방식이고, 동시에 자아와 신체는 통증으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136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이야기는 유익한 도구인 동시에 까다로운 도구이며, 만들어내는 동시에 숨기고 가리는 도구임을. 163

말과 글은 간결해도 충분하다. 꾸미거나 덧붙일 필요가 없다. 수식어를 걷어내고 정갈하게 정돈된 언어를 정확히 구사한다면 인위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나의 언어는 타인의 가슴에 강렬하게 박힌다. 172

책을 펴고 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한글을 깨쳐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앞선 체험이 필요하다. 독서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한글이 아니라 선체험이다. 우리는 책에서 무언가를 배운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우리가 앞서 체험한 경험이 책을 통해 정리되고 이해될 뿐이다. 176

꿈을 꾼다는 것은 피로한 동시에 설레는 일이다. 200

죽음이 안타까운 건 그것이 개체의 소멸이기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관계의 끊어짐 때문이리라. 206

모든 보는 존재는 충분하고 완벽한 세계를 자기 내면으로 갖고 있고, 그 내면의 빛은 그 존재를 부족함 없이 사로잡는다. 25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아시스터즈의 판타지 모험 4 - 일곱 장미의 비밀을 찾아 꽃피오리토 세계로 테아시스터즈의 판타지 모험 4
테아 스틸턴 지음, 이승수 옮김 / 사파리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테아 시스터즈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서로 다른 다섯 명의 친구들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사건의 흐름이다. 바이올렛은 두려움이 많았지만 지하수에 빠진 파멜라를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 용기를 낸다. 다섯 명의 아이들은 서로를 돕고 의지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고개 돌리는 수선화 길에서도 알 수 있었듯이 순수한 마음만이 닫힌 마음을 열 수 있는 열쇠가 된다.

책 속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믿음’, ‘사랑’이다. 이것은 장차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게 될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사회를 구성하고 규칙에 따르는 것은 암묵적인 믿음이 바탕이 되어 있는 것이다. 아직 타인에 대해 믿음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아이들은 연속되는 사건을 통해 세상은 혼자서 살 수 없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진지하게 읽다가 웃음이 터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메말라지아’ 마녀가 등장했던 부분이었다. 갈등이 고조되고 긴장을 해야 하는 부분인데 '메말라지아'라는 이름에서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원작을 읽지 않아서 원래 이름은 무엇이었는지 잘 모르지만 한국어로 번역된 이름은 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책읽는 즐거움을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