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
칼릴 지브란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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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망이 없는 인생은 어둠이고,
지식이 없는 열망은 맹목이며,
일하지 않는 지식은 헛된 것이고,
사랑이 없는 일은 무의미하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는 그가 40세가 되던 1923년 10월에 크노프 출판사에서 드디어 세상에 빛을 보게 된다. 그리고 처음 출간된 이후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절판된 적 없이 5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20세기에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 되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물심양면 지원한 그의 정신적 동반자 메리 해스켈의 안목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그의 작품이 후대에 널리 읽히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녀는 그의 그림과 작품들을 그의 고향 베샤레로 보내 지브란 기념관을 세우게 하고 지금도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고 한다.  


칼릴 지브란의 글은 어디에선가 한 구절이라도 읽어보았기에 책에서는 그의 그림이 유독 눈에 띄었다. 글 쓰는 사람으로 알았지 미술을 배우고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알몸의 남녀,  날아가는 새, 희뿌연 배경에 무표정 얼굴과 몸들이 뒤엉킨 그림으로 그의 글은 마음속을 유영하며 부유한다. 부드러운 색채와 선으로 이루어진 그림 속에서 들리는 절규는 작은 울림이 되어 마음을 뒤흔들었다. 광활한 황무지에 깃털 한 오라기 없이 알몸으로 던져진 몸은 세상에 태어난 인간의 영혼의 모습과도 같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27가지 가르침 중에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되새김질해 본다.  자기를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영혼은 하나의 길만을 걷는 것도 아니고, 갈대처럼 자라는 것이 아니라 했다. 무한 잎새의 연꽃처럼 저 자신을 연다고 했다. 연꽃은 꽃잎이 분리되어 있으면서 또한 한 곳에 붙어 있다. 내가 발견한 진리가 전부가 아니며, 내가 발견한 길이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한 몸인 것이다. 연꽃은 꽃을 피움과 동시에 열매를 맺는다.


아이들이 재잘거림이 한 밤의 고운 숨결로 잦아들고, 밀려드는 일들에서 벗어나 작은방 안 구석에 스탠드를 켤  때 나는 자유롭다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낮에 근심이 없고 밤에 욕망과 슬픔이 없을 때 진정으로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한다. 모든 것이 내 삶에 휘감겨도 그것들을 벗어던지고 얽매임 없이 일어설 때 진정으로 자유롭다 한다. 누구의 간섭도 방해도 없이 비로소 작은 몸을 누울 시간이 되어도 머릿속은 여전히 근심, 걱정, 두려움, 불안한 미래로 자유롭지 못하다.나의 자유는 그의 말처럼 족쇄에서 벗어나는 순간 더 큰 자유의 족쇄가 되었다. 모든 것의 시작은 '나'다.

막 태어난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어머니의 젖을 힘차게 빨기 시작한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부모는 희망을 꿈꾼다. 그 꿈속에 영원으로 가는 문이 숨겨져 있다. 침묵의 강물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산꼭대기에서 오르기 시작하고, 대지가 팔다리를 가져갈 때 진정으로 춤추게 된다는 말은 죽음에 이르러서야 삶의 소중함을 알고 진정 삶을 사랑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매 순간 삶 속에서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영원으로 갈 수 있는 비법이다. 삶의 한가운데서 죽음을 찾지 않고서는 발견할 수 없는 죽음의 의미. 죽음의 의미를 찾기 위해 나는 삶 속으로 더욱 정진해야 한다.  


<예언자>의 성공 뒤에 더 뛰어난 작품을 내지 못해 불안해했다는 그의 인생에서 삶의 아이러니를 느낀다. 그리고 그도 나와 같은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자각한다. 진정 인간은 욕망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는 것인가. 자유롭지만 자유로울 수 없는 인생의 딜레마.  죽음으로 의식이 소멸되면 그 고통의 짐은 사라질까. 죽음을 꿈꾸지 않아도 죽음의 문으로 하루 하루 가까워지는 인생에 누가 노예를 자처하는가.  망설임 없이 어미의 젖을 빨고 그 품 안에서 안정감을 느꼈을 때 아이는 그것으로 행복했을 것이다. 태어날 때 인생의 모든 지혜는 우리에게 주어졌다. 우리는 태어날 때 누구나 예언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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