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냐의 유령 에프 그래픽 컬렉션
베라 브로스골 지음, 원지인 옮김 / F(에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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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스너 상 수상작

<뉴욕타임스> 추천도서

<혼북> 선정 최고의 그래픽 노블

 

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한 “날 좀 그냥 내버려 둬”를 쓴 베라 브로스골의 책 <아냐의 유령>이다. 아냐가 늙으면 할머니와 같은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큰 눈동자에 심통스러운 표정이 비슷하다. 표지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아냐의 머리카락과 그 속에 그림자처럼 존재하는 ‘누군가’였다. 머리카락은 사람이 죽은 후에도 여전히 자라기 때문에 고대로부터 내면의 강인함과 힘의 상징으로 여겼다. 자연스럽게 자라는 머리카락은 의식하지 않고 저절로 나오는 무의식적 생각을 뜻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곤두선 머리카락은 마력, 신들린 상태, 공포를 뜻하는데 표지 속 아냐의 머리카락은 표지의 반 이상을 차지하며 일렁이고 있다. 아냐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 생긴 것일까.

 

영상에서도 볼 수 있듯 아냐의 일상은 신통치 않다. (십 대들의 일상이 만족스러웠던 적이 있었던가!) 러시아에서 이민 와서 산지 오래지만 여전히 러시아에 살던 방법을 고수하는 뚱뚱한 엄마. 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눈엣가시 같은 남동생. 친구라고는 담배나 피우고 다니는 불량스러운 소반뿐이다. 그렇지만 아냐의 일상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못생기고 뚱뚱해서 남자 친구가 없는 바로 ‘나’였다.

 

학창시절 소위 잘 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니키의 <도크 다이어리>에 등장하는 ‘짱족’들처럼 잘 사는 부모와 예쁜 얼굴은 기본, 추종자라 불리는 아이들까지 거느리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대부분 아이들은 그 부류에 속하지 못한다. 대신 그들과 자신을 끝없이 비교하며 고통의 구렁텅이에 빠져 우울해하기 십상이다. 내가 가진 것은 보잘것없고 남이 가진 것은 위대해 보이는 것이 그때 그 시절 내가 겪었고 지금 아냐 또래의 아이들이 겪고 있는 최고의 고통일 것이다. 

 

 

<아냐의 유령>에서는 우연히 빠진 구덩이에서 만난 유령이 아냐의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는 ‘욕망’을 드러내고 실현시켜 준다. 아냐는 유령 덕분에 공부하지 않아도 좋은 성적을 얻게 되고 선망의 대상이었던 남자아이와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그러나 욕망은 꿈꿀 때만 아름다운 것이라 했던가. 마음속 욕망은 겉으로 드러낼수록 조금씩 더 강해진다. 짧은 머리카락을 가진 꼬마의 모습에서 담배를 피우며 머리를 기른 유령의 변화는 욕망이 발톱을 드러내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성장해 스스로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자라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욕망은

처음에 문을 열어달라고 간청하다가

어느덧 손님이 되고

곧 마음의 주인이 된다

- 톨스토이-

그러나 아냐는 유령의 달콤한 속삭임에 넘어가지 않고 유령의 비밀을 혼자 찾아 나선다. 그리고 벗어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욕망을 뚫고 자신의 삶을 원래의 일상으로 돌려놓는다. 다시 유령이 없는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아냐의 일상은 조금씩 달라진다. 다른 사람을 흉내 내고 멋있어 보이기 위한 행동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바라보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스스로 유령을 만났던 구덩이를 메우는 것은 유혹을 이겨내고 한 단계 성장한 아냐의 모습을 뜻하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1984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다섯 살이 되던 해 미국으로 이민 간 저자의 이력 탓인지 아냐의 욕망의 근원은 자신의 뿌리를 찾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민자로 살면서 어릴 때부터 FOB(Fresh Off the Boat)라 불리며 자신의 출신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자신의 뿌리를 찾는 모습은 <날 좀 그냥 내버려 둬>에서는 핏줄을 뜻하는 빨간 털실로, <아냐의 유령>에서는 뼛조각으로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그 뿌리가 늘 자신의 발목을 잡고 유령처럼 어른거렸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냐처럼 지금 자신의 환경에 적응하며 진정한 나다움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 것을 깨닫고 그녀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화해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책을 보며 러시아 대 문호 톨스토이가 계속 떠올랐다.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소설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던 그는 유복한 환경 속에서도 평생 왜 사는지에 대해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내린 결론은 사람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거부하려는 심리가 있지만 그 변화를 끌어안을 때 비로소 인간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두운 욕망의 구덩이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 구멍 속에 사는 욕망을 잠재우고 새로운 길에 들어서는 아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이전의 아냐는 아닐 것이다. (이미 담배를 끊은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 장에 나오는 쇼반의 말처럼 평범해 보이지만 개개인들에게는 남과 다른 나만의 무엇이 반드시 존재한다. 이제 자신만의 매력에 눈 뜬 아냐.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게 된 아냐의 새 출발을 환영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모든 친구들의 새 출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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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 - 나태함을 깨우는 철학의 날 선 물음들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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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 공부를 하면서 주인공이 겪는 시련 중에 빨래를 하는 문장에 대해 사람들과 얘기 나눈 적이 있었다. '흰 빨래는 검게 빨고, 검은 빨래는 희게 빨아야 한다'라는 말은 언뜻 들어보면 정말 이상한 말인데도 주인공은 그 말에 따라 흰 것은 검게 빨고, 검은 것은 희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여러 시험 끝에 자신이 원하던 일을 성취한다. 인간에게는 자신의 태도나 관점을 바꿈으로써 자신의 인생뿐만 아니라 세상까지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옛이야기는 말하고 있었다.

저자가 서문에서도 밝혔듯 철학자들은 당연해 보이는 것에 대해 끊임없는 의문을 던짐으로써 세상을 변화시켜 왔다. 창의적인 발상은 남들이 하지 않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틀을 깨뜨리고 내 안에서 한 발자국 나왔을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철학은 일상이라는 사실을 몸소 가르치며 실천하고 계신 안광복 선생님의 새로운 책 <나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는 어제와 같은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는 묵직한 질문들이 가득했다.

 

책은 목차는 있지만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되는 구성이다. '나는 도대체 왜 살고 있나?'라는 존재 의미를 묻는 질문에서부터 인간 존엄성과 정의, 진리, 환경보호까지 다양한 질문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고등학교 철학 선생님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부드러운 어조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며 스스로 생각하기를 유도한다. ‘소크라테스 대화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던 이력을 책 쓰는데 적극 활용한 것 같다. 그래서 생각하려 애쓰지 않아도 읽다 보면 머리를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책을 읽을수록 선생이라는 직업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책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책표지와 더불어 첫 문장은 책의 매력에 종지부를 찍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의 첫 물음은 어떤 것일까 궁금했는데 여지없이 '나'라는 인간의 존재 이유를 묻는 질문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도대체 왜 살고 있나?'라고 자문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그 대답을 찾은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대의 위대함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문장에는 자신의 존재 의미에 끝없는 의문을 갖는 인간의 본모습이 숨어 있다. 결국 삶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긴 여정이다. 그래서 그의 첫 물음은 이 책을 끝까지 읽고 싶은 이유가 되었다.

글쓰기 수업을 수강하면서 인연을 맺게 된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의 임승수 작가가 자신의 강의 평가를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메일을 보내왔다. 팍팍한 현실을 몸으로 겪고 있는 20대 청년층의 사상적 보수화를 직접 느끼고 있다는 글에서 ‘나 혼자 잘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여전히 만연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조차 연대와 혁명을 통해 무엇인가 이루어 보지 못한 세대로써 함께 무엇인가 만들어 간다는 것에 충분히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서 이 책의 여러 질문 중 가장 눈에 띄었던 질문이 "일 안 하고 돈만 받는 사람은 비겁한가?"였던 것 같다.

그동안 인간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게 됨으로써 생산제를 소비할 여력이 줄어드는 계층이 늘어나 '기본소득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학자들의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을 하지 않는데도 소득의 일정 부분을 보존해 주는 ‘기본소득제’를 실시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어떤 입장을 취할까?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청년수당’이라는 명목으로 청년들에게 일정 금액을 지원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일하지도 않는데 돈을 줘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실정이다. 스위스 국민들이 기본소득제를 반대해서 실행하지 못했다는 것과 현시대의 청년들의 보수화는 여러 가지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 밖에도 "모두에게 올바른 역사란 과연 가능할까?"에서는 유시민 작가의 <역사의 역사>가 떠올랐다. 그가 사실만 기록해야 하는 랑케의 역사관보다 사실에 해석을 덧붙인 카의 역사관을 더 좋아하는 이유도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인간의 삶과 사회의 변화 과정 자체가 역사라면 역사는 작게는 나의 이야기이지만, 크게는 너와 나,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다시 옛이야기의 빨래 이야기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주인공이 자신의 틀을 깨고 나와 모험을 선택하게 된 '이유'와 모험 끝에 성취하게 될 '지향점'을 만들어 가는 것이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나오는 불편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생각하며 나만의 답을 써 내려가다 보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도가 어느 정도 그려질 것이다. 평소 자신이 의문을 가졌던 문제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생각이 만든 지도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름길을 가르쳐주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길을 헤매지 않도록 도와주는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자라는 만큼 지도를 계속 수정하고 쉬어가는 갓길을 만들어가는 것은 오롯이 내 몫이 될 것이다.

지금 불편한 질문들에 마주하지 않으면 누가 봐도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정작 자신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이자 아이들을 가르치는 안광복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진다. 나의 존재 이유에 대해 조금 더 일찍 자문해봤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장점은 읽어야 할 책의 분량이 적다는 것이지만, 활자를 읽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생각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을 미리 얘기해 둔다. 하지만 몰입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처럼 시간을 들일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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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속에서 태어나는 용기 - 오페라에 담긴 진리의 가르침
맥스 하인델 지음, 윤민.남기종 옮김 / 마름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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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읽으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나 신화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절망 속에서 태어나는 용기>에 등장하는 다섯 편의 오페라는 고대의 전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동화 속에는 삶의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난관과 모험 과제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순수하고 착한 마음씨를 갖고 있는 주인공이 모험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며 인격이 성숙되고 발전되어 가듯 고대의 전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오페라 속 주인공들도 동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 보다 성숙한 인격으로 거듭난다. 이 책은 우리가 삶에서 지켜야 할 진리가 무엇인지 오페라 속 이야기로 쉽게 설명하고 있다.

파우스트는 깨달음에 대한 강한 열망으로 악마에게 영혼을 넘겨주는 어리석은 거래를 하고 주변 사람들의 삶을 고통 속으로 밀어 넣었지만 결국 구원 받는다. 순수하다 못해 바보스러운 파르지팔은 지식이 뒷받침되지 않은 순수함은 오히려 인생에 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유혹에 굴복했을 경우에도 대가를 치르고 인격적으로 성숙해져야 함을 보여준다. 두려울 것이 없었던 지크프리트는 진리를 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물질 세상으로 내려와 모든 기억을 상실한 채 또다시 인생의 시험대에 오른다. 인간의 인격은 소멸과 부활을 거듭하며 보다 농밀해진다. 유혹에 굴복하지 않은 사람보다 굴복했지만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사람이 진리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오페라 다섯 편 중 네 편이 바그너의 작품이다. 수많은 오페라 중에서 왜 그의 작품이 이 책에 인용되었을까. 일반적으로 악극을 창시한 음악가로만 알려져 있지만 남의 아내를 빼앗거나, 빚을 지고 갚지 않고 도망 다니는 불량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나 바그너처럼 구원이 무엇인가에 대해 처절하게 고민한 사람도 드물었다고 한다. 그는 사망하기 일 년 전 팔레르모에서 <파르지팔>을 완성한다. 방탕한 삶을 살았던 바그너에게 구원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아니면 시작할 수 있는 기회였을 것이다. 신의 존재를 부정하며 방탕한 삶을 살다 결국 삶이 끝날 무렵에서야 예술로 승화된 구원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성배 의식을 행할 때마다 고통스러웠던 암포르타스처럼 구원을 찾아 끊임없이 갈구하는 사람들에게 삶이란 영원한 고통으로 인식될 뿐이다.

바그너의 일생과 더불어 <니벨룽의 반지>를 통해 북유럽 신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독일 동화의 근간이 된 그림형제의 잔혹함은 북유럽 신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잔인하고 염세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북유럽 쪽 사람들은 다른 게르만 종족보다 더 늦게 그리스도로 개종해서 더 많은 신화를 남길 수 있었다고 한다. 북유럽 신화는 신의 종말을 이야기하지 않았던 그리스 신화에 비해 '라그나로크'라는 명백한 신의 죽음을 이야기함으로써 음울한 분위기를 풍기며, 신이라고는 하지만 능력이나 신체적으로 불완전한 신의 모습들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책을 읽기 전에 북유럽 신화에 대해 개략적으로 이해하고 읽으면 좋을 듯하다.

전설이나 신화가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이유는 세상이 변하고 발전되었지만 여전히 삶에서 추구하는 것은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깨달음을 얻고자 노력했던 파우스트는 구원을 받았을까?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간이 힘든 과오의 길로부터 보다 나은 것을 지향함으로써 구원받았다."(믿음사 세계문학전집)는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인간은 수없이 많은 유혹에 넘어간다. 그러나 다시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사람이 되고자 노력함으로써 이전보다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성장의 역행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복구할 수 있다는 것도 삶의 법칙과 같다. 모든 인생은 뿌린 대로 거두게 되며, 그 길목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진리는 찾는 자에게만 보인다. 삶의 진리를 의심하지 않은 것이 모든 구도자의 첫걸음이라는 것도 잊지 말자.

#파우스트

중단 없이 흘러나오는 영원한 하모니가 기쁨을 안겨줄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제아무리 완벽한 하모니라도 끝없이 이어지면 견디기 어려운 단조로움으로 변한다. 중간중간 불협화음이 끼어들지 않으면 음악의 매력이 떨어진다. 작곡가가 불협화음을 악보에 직접 표시하지 않고 은밀하게 삽입했을 때 감상자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최고의 걸작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천체의 음악도 마찬가지다. 신성한 불협화음이 존재하지 않으면 자기 성찰을 통해 진리를 깨우치고 참 나를 발견하는 영적 성장을 이룰 수 없다. 28

#파르지팔

지식이 뒷받침되지 않은 느낌과 감정은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 구도자의 영혼은 남을 해치려는 마음도 없고 지극히 순수하기 때문에 오히려 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나의 약점을 인지하고 영적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혹의 시험을 받고 통과해야 한다. 유혹 앞에서 굴복하면 암포르타스처럼 고통을 받지만, 그 고통을 통해 양심이 계발되고 죄를 미워하는 마음이 솟아나게 된다. 유혹에 대한 내성이 강해지는 것이다. 세상 모든 아이가 순수한 이유는 아직 유혹을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도덕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유혹을 받고도 넘어가지 않거나, 유혹에 굴복한 후 대가를 치르고,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야만 한다. 따라서 바보처럼 순수한 파르지팔은 진정으로 도덕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유혹의 시험을 치러야 한다. 112

#니벨룽의 반지

나보다 더 자유로운 자가 나타날 때까지 너는 결코 잠에서 깨어날 수 없으리라. 176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박해에 맞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진리의 전사는 상처 하나 없이 승리를 거둘 수 있다. 비겁하게 등을 돌렸을 때 적대자들이 약점을 타격하여 우리를 쓰러트리는 것이다. 204

물질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분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고 보이지 않는 끈이 모두를 연결하고 있다. 206

동물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기가 필요한 것을 취한다. 동물은 죄를 범하지 않으며, 행동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그런 것들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식에 '나의 것'과 '너의 것'에 대한 관념이 자리를 잡는 순간, 행동에 대한 책임이 뒤따른다. 아는 것이 많아지면 책임도 이에 비례하여 커진다. 영적으로 많이 성장한 사람은 선과 악에 대한 분별력도 더 향상된다. 일상에서도 사람의 인격에 따라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의 기준이 각각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221

#탄호이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유혹에 넘어가 죄를 범하더라도 그 대가로 고통을 받으며 죗값을 치르고, 죄인의 운명은 험난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도덕의 길로 인생 항로를 수정함으로써 전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277

#로엔그린

믿음이 없는 자는 결코 깨달음을 성취할 수 없다.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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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머리를 완성하는 초등 독서법
남미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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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시험의 변천을 살펴보면 21세기가 원하는 인재상은 지식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알고 있는 지식으로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느냐로 판가름 되는 추세다. 수학 능력 평가시험에서 학생부 종합 전형이라는 세부 내역서가 첨부되어야 한다는 사실만 달라졌을 뿐, 미래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은 변함이 없다. 2030년이면 완성 궤도에 접어든다고 하는 무인기계화 사회는 지금 시대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공부머리를 완성하는 초등 독서법>이라는 제목만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극성스러운 헬리콥터맘을 연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독서는 공부머리만 좋게 하는 것이 아니다. 1장 '세상은 알고 있는 어휘만큼 보인다'라는 소제목만 봐도 아이들에게 문자를 읽고 생각하는 활동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보게 한다. 자신의 삶을 리드할 수 있으려면 반드시 책을 읽는 (Reader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쐐기를 박게 해 준 책이다.

 

한참 동안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인테리어는 거실을 서재처럼 책으로 빽빽하게 채우는 것이었다. 책이 차고 넘치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의 독서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독서지도사 공부를 할 때 아이들 독서능력 측정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던 부분이 책 속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었다. 굳이 논술학원에 등록해서 알아보지 않아도 측정항목을 보면 집에서 아이 연령에 맞는 책 한 권을 선택해서 직접 측정해 볼 수 있다.

3장 독서전략 2단계에 나오는 책 읽기가 즐거운 독서 습관 들이는 법은 짧지만 유용한 내용이 많았다. 요즘 옛이야기의 중요성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서인지 기승전결과 선과 악의 구도가 명확한 전래동화 읽기나 매력적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책을 읽어주라는 얘기에 상당히 공감했다. 책 읽기의 가장 큰 즐거움은 주인공과 동일시하며 느끼는 다양한 감정의 공유와 카타르시스에 있다. 상상할 여백을 남겨두며 관찰하듯 서술한 책으로 언어적 추측 게임을 하는 법도 좋은 방법이다.

 

쉬운듯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책 읽기의 정수를 알려준 4장은 책 읽기를 공부가 아닌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나와있었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사탕을 핥아먹듯 한 번 쓰윽 훑어보고 읽는다든지, 꽃그늘 아래서 느긋하게 읽는 방법 등 색다른 책 읽기 방법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사려 깊은 독자가 되기 위한 노하우는 살짝 메모해 두었다가 아이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주의할 점은 아이보다 의욕이 앞서 지나치게 줄거리나 책 내용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독서는 스스로 즐거울 때 빛을 발한다.


 

인터넷에는 한 권의 책보다 더 많은 정보가 들어있다. 하지만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빠르게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올해부터 초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한 한기에 한 책 읽기는 인공지능에 맞서 살아야 할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순수한 동기의 호기심이 지금의 지식 기반 사회를 만들었다. 어느 누구의 방법이 아닌 나만의 방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은 내가 가진 호기심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공부머리를 완성한다'라는 말은 공부를 잘하게 만든다는 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호기심과 열정을 이어갈 수 있는 기초를 만든다는 뜻으로 이해되었다. 책을 읽고 이 책에 소개된 방법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책 내용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자. 비싼 논술 과외보다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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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부모 수업 - 흔들리는 우리 아이 단단하게 붙잡아주는
장희윤 지음 / 보랏빛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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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자연스러운 시대다. 사람도 태어나면서 많은 변화를 거쳐 어른이 된다. 부모라면 아이가 처음 기었을 때, 잡고 섰을 때, 말을 하기 시작했을 때의 희열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내 뱃속에서 태어났지만 아이는 늘 새롭다. 기적 같은 시간을 거쳐 겨우 사람 모습과 비슷해져 이야기가 통한다 싶었을 때 다시 아이가 낯설게 느껴지는 시간이 사춘기인듯하다.

 

아이를 키우며 힘들지 않은 순간은 단 한순간도 없다. 양육자가 좀 적응하다 싶으면 아이는 또 다른 과제를 내어주며 아이의 성장과 발맞춰 자라게 한다. 아이가 본격적으로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하자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 밖에서는 인사도 잘하고 싹싹한듯한데, 집에 오면 오만상을 찌푸리고 매사 짜증을 낸다. 어릴 때 수없이 많은 육아책을 읽으며 그 시절을 보냈듯 부모 수업이 필요한 때가 찾아온 것이다. <사춘기 부모 수업>은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와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비법이 담긴 책이다.

 

 

원래 부모 수업 효력은 최대 3일 정도라서 제목처럼 뻔하지 않는 내용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 강연이나 수업에서 듣고 느꼈던 희열은 아이의 버릇없음과 말대답에 순식간에 우르르 무너지기 십상이다. 쉽고 재미있게 기억하기 내용이라면 더더욱 환영! 한 가지라도 실생활에 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 정도로 읽기 시작했다. 아이들 마음을 읽어내는 부분에서 기억에 남는 몇 가지 문장을 써 본다.

 

 

"자녀를 배려하는 것과 모든 것을 맞추는 것은 차이가 있다. 자녀가 원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신경을 써주는 것은 '배려'요, 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맞춰주는 것은 '헌신'이다. 필요하면 아이는 직접 부모에게 요청할 것이다. 물론 부탁을 들어줘도 되지만 모두 들어줄 필요는 없다." p. 73

 

"아이들이 삐딱하게 말을 할 때 어른들은 아이들의 진심이 무엇인지를 빨리 파악해야 한다. 사춘기 아이들은 아몰랑 화법을 쓰며 김첨지 말투를 쓰는 경향이 있다." p. 81

 

“아이들은 감정을 절제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른이란 이런 존재구나 하는 감정을 느낀다. 자신이 잘못한 것은 아이들이 더욱 잘 안다. 그런데 마치 잘 모르는 것처럼 우긴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솔직하게 얘기하면 지는 것 같고 알면서도 그려냐며 어른들이 화를 낼 것 같기 때문이다.” p. 89

 

 

헌신하면 헌신짝처럼 된다는 얘기는 육아에서도 통용되는 문장인가 보다. 늘 형제, 자매 사이에서 치열하게 내 것을 획득하며 살았던 다둥이 세대였던 우리 세대에게는 생소한 얘기다. 부모님은 먹고살기 바빠 아이들에게 신경 쓰지 못했고 형제자매 사이에서 내 몫은 내가 챙겨야 했던 시절.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그런 결핍이 인간의 성장에 꼭 필요한 것이었음을 생각하게 된다. 조금 모자란 듯 키워야 건강한 아이로 자란다는 것을.

 

 

아몰랑 화법과 김첨지 말투는 모든 아이들의 공통된 화법인 것 같다. 이제 어른이 된 척 ‘내게도 신경을 써주세요’라고 대놓고 말은 못 하지만,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어린애 같은 마음을 숨기는 것이다. 아이들의 진심을 알기 위해서는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마음에 박혔던 문장은 감정을 절제하는 사람을 어른으로 받아들인다는 말이었다. 일반 성인들이 경지에 다다른 도인의 모습을 볼 때 경외심을 갖는 것처럼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부모라서 존경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존경할 만한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열심히 본 부분은 사춘기 아이들과 잘 지내는 비범이 담긴 대화법과 내면 코칭 편이었다. 전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내용이었지만 실제로 아이와 대화할 때 책대로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첫째, 설교 대신 대화하기. 일방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자녀가 답을 찾아가는 대화를 유도한다는 것이 포인트다. 둘째, 감정적이 될 때 한 걸음 물러서기. 메시지보다 감정에 집중하는 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 칭찬보다 인정하기. 넷째, 감시자가 아닌 안내자가 되기. 알지 못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고 스스로 실천해 볼만한 것은 마지막 장에 나온 말이었다. "가정에서 엄마가 사춘기 자녀와 함께 성장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꿈을 가지는 것이다. 엄마가 꿈을 가지는 순간, 놀랍게도 자녀의 삶과 엄마의 삶은 완벽하게 분리된다. 이를 통해 엄마와 자녀의 관계가 재정립될 수 있다." 아이들 육아에 치여 스스로 잊고 있었던 꿈을 찾는다는 것은 즐겁게 시도해볼 만하지 않을까. 꿈을 찾으며 양육자는 자식에게 쏟는 에너지를 분산시킬 수 있고, 과도한 관심과 감시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는 틈이 생길 것이다.

 

 

길을 잃고 방황하는 것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다. 마흔을 넘기고 중년이 되면 남은 인생의 반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삶에 진지한 물음을 던져야 하는 시기가 온다. 그 물음에 대한 답 속에 아이들이 전부가 된다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아이를 보며 울부짖는 드라마 속 주인공의 모습이 내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아이가 짊어져야 하는 몫은 온전히 아이에게 넘겨주고, 양육자는 인내하며 기다리는 역할에 충실할 때 사춘기의 험난한 파도를 현명하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다 알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일들을 책을 읽으며 다시금 마음에 새겨 넣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쏟는 에너지의 반을 내 꿈을 위해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파도를 한 물결이 되어 유연하게 넘는 비법은 각자의 꿈을 향해 달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춘기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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