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부모 수업 - 흔들리는 우리 아이 단단하게 붙잡아주는
장희윤 지음 / 보랏빛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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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자연스러운 시대다. 사람도 태어나면서 많은 변화를 거쳐 어른이 된다. 부모라면 아이가 처음 기었을 때, 잡고 섰을 때, 말을 하기 시작했을 때의 희열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내 뱃속에서 태어났지만 아이는 늘 새롭다. 기적 같은 시간을 거쳐 겨우 사람 모습과 비슷해져 이야기가 통한다 싶었을 때 다시 아이가 낯설게 느껴지는 시간이 사춘기인듯하다.

 

아이를 키우며 힘들지 않은 순간은 단 한순간도 없다. 양육자가 좀 적응하다 싶으면 아이는 또 다른 과제를 내어주며 아이의 성장과 발맞춰 자라게 한다. 아이가 본격적으로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하자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 밖에서는 인사도 잘하고 싹싹한듯한데, 집에 오면 오만상을 찌푸리고 매사 짜증을 낸다. 어릴 때 수없이 많은 육아책을 읽으며 그 시절을 보냈듯 부모 수업이 필요한 때가 찾아온 것이다. <사춘기 부모 수업>은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와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비법이 담긴 책이다.

 

 

원래 부모 수업 효력은 최대 3일 정도라서 제목처럼 뻔하지 않는 내용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 강연이나 수업에서 듣고 느꼈던 희열은 아이의 버릇없음과 말대답에 순식간에 우르르 무너지기 십상이다. 쉽고 재미있게 기억하기 내용이라면 더더욱 환영! 한 가지라도 실생활에 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 정도로 읽기 시작했다. 아이들 마음을 읽어내는 부분에서 기억에 남는 몇 가지 문장을 써 본다.

 

 

"자녀를 배려하는 것과 모든 것을 맞추는 것은 차이가 있다. 자녀가 원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신경을 써주는 것은 '배려'요, 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맞춰주는 것은 '헌신'이다. 필요하면 아이는 직접 부모에게 요청할 것이다. 물론 부탁을 들어줘도 되지만 모두 들어줄 필요는 없다." p. 73

 

"아이들이 삐딱하게 말을 할 때 어른들은 아이들의 진심이 무엇인지를 빨리 파악해야 한다. 사춘기 아이들은 아몰랑 화법을 쓰며 김첨지 말투를 쓰는 경향이 있다." p. 81

 

“아이들은 감정을 절제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른이란 이런 존재구나 하는 감정을 느낀다. 자신이 잘못한 것은 아이들이 더욱 잘 안다. 그런데 마치 잘 모르는 것처럼 우긴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솔직하게 얘기하면 지는 것 같고 알면서도 그려냐며 어른들이 화를 낼 것 같기 때문이다.” p. 89

 

 

헌신하면 헌신짝처럼 된다는 얘기는 육아에서도 통용되는 문장인가 보다. 늘 형제, 자매 사이에서 치열하게 내 것을 획득하며 살았던 다둥이 세대였던 우리 세대에게는 생소한 얘기다. 부모님은 먹고살기 바빠 아이들에게 신경 쓰지 못했고 형제자매 사이에서 내 몫은 내가 챙겨야 했던 시절.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그런 결핍이 인간의 성장에 꼭 필요한 것이었음을 생각하게 된다. 조금 모자란 듯 키워야 건강한 아이로 자란다는 것을.

 

 

아몰랑 화법과 김첨지 말투는 모든 아이들의 공통된 화법인 것 같다. 이제 어른이 된 척 ‘내게도 신경을 써주세요’라고 대놓고 말은 못 하지만,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어린애 같은 마음을 숨기는 것이다. 아이들의 진심을 알기 위해서는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마음에 박혔던 문장은 감정을 절제하는 사람을 어른으로 받아들인다는 말이었다. 일반 성인들이 경지에 다다른 도인의 모습을 볼 때 경외심을 갖는 것처럼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부모라서 존경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존경할 만한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열심히 본 부분은 사춘기 아이들과 잘 지내는 비범이 담긴 대화법과 내면 코칭 편이었다. 전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내용이었지만 실제로 아이와 대화할 때 책대로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첫째, 설교 대신 대화하기. 일방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자녀가 답을 찾아가는 대화를 유도한다는 것이 포인트다. 둘째, 감정적이 될 때 한 걸음 물러서기. 메시지보다 감정에 집중하는 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 칭찬보다 인정하기. 넷째, 감시자가 아닌 안내자가 되기. 알지 못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고 스스로 실천해 볼만한 것은 마지막 장에 나온 말이었다. "가정에서 엄마가 사춘기 자녀와 함께 성장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꿈을 가지는 것이다. 엄마가 꿈을 가지는 순간, 놀랍게도 자녀의 삶과 엄마의 삶은 완벽하게 분리된다. 이를 통해 엄마와 자녀의 관계가 재정립될 수 있다." 아이들 육아에 치여 스스로 잊고 있었던 꿈을 찾는다는 것은 즐겁게 시도해볼 만하지 않을까. 꿈을 찾으며 양육자는 자식에게 쏟는 에너지를 분산시킬 수 있고, 과도한 관심과 감시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는 틈이 생길 것이다.

 

 

길을 잃고 방황하는 것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다. 마흔을 넘기고 중년이 되면 남은 인생의 반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삶에 진지한 물음을 던져야 하는 시기가 온다. 그 물음에 대한 답 속에 아이들이 전부가 된다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아이를 보며 울부짖는 드라마 속 주인공의 모습이 내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아이가 짊어져야 하는 몫은 온전히 아이에게 넘겨주고, 양육자는 인내하며 기다리는 역할에 충실할 때 사춘기의 험난한 파도를 현명하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다 알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일들을 책을 읽으며 다시금 마음에 새겨 넣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쏟는 에너지의 반을 내 꿈을 위해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파도를 한 물결이 되어 유연하게 넘는 비법은 각자의 꿈을 향해 달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춘기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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