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한 “날
좀 그냥 내버려 둬”를 쓴 베라 브로스골의 책 <아냐의 유령>이다. 아냐가 늙으면 할머니와 같은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큰
눈동자에 심통스러운 표정이 비슷하다. 표지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아냐의 머리카락과 그 속에 그림자처럼 존재하는 ‘누군가’였다. 머리카락은 사람이
죽은 후에도 여전히 자라기 때문에 고대로부터 내면의 강인함과 힘의 상징으로 여겼다. 자연스럽게 자라는 머리카락은 의식하지 않고 저절로 나오는
무의식적 생각을 뜻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곤두선 머리카락은 마력, 신들린 상태, 공포를 뜻하는데 표지 속 아냐의 머리카락은 표지의 반 이상을
차지하며 일렁이고 있다. 아냐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 생긴 것일까.
영상에서도 볼 수 있듯 아냐의 일상은 신통치 않다. (십 대들의 일상이 만족스러웠던 적이 있었던가!) 러시아에서 이민 와서 산지 오래지만 여전히 러시아에 살던 방법을 고수하는 뚱뚱한
엄마. 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눈엣가시 같은 남동생. 친구라고는 담배나 피우고 다니는 불량스러운 소반뿐이다. 그렇지만 아냐의 일상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못생기고 뚱뚱해서 남자 친구가 없는 바로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