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에서 태어나는 용기 - 오페라에 담긴 진리의 가르침
맥스 하인델 지음, 윤민.남기종 옮김 / 마름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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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읽으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나 신화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절망 속에서 태어나는 용기>에 등장하는 다섯 편의 오페라는 고대의 전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동화 속에는 삶의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난관과 모험 과제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순수하고 착한 마음씨를 갖고 있는 주인공이 모험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며 인격이 성숙되고 발전되어 가듯 고대의 전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오페라 속 주인공들도 동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 보다 성숙한 인격으로 거듭난다. 이 책은 우리가 삶에서 지켜야 할 진리가 무엇인지 오페라 속 이야기로 쉽게 설명하고 있다.

파우스트는 깨달음에 대한 강한 열망으로 악마에게 영혼을 넘겨주는 어리석은 거래를 하고 주변 사람들의 삶을 고통 속으로 밀어 넣었지만 결국 구원 받는다. 순수하다 못해 바보스러운 파르지팔은 지식이 뒷받침되지 않은 순수함은 오히려 인생에 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유혹에 굴복했을 경우에도 대가를 치르고 인격적으로 성숙해져야 함을 보여준다. 두려울 것이 없었던 지크프리트는 진리를 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물질 세상으로 내려와 모든 기억을 상실한 채 또다시 인생의 시험대에 오른다. 인간의 인격은 소멸과 부활을 거듭하며 보다 농밀해진다. 유혹에 굴복하지 않은 사람보다 굴복했지만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사람이 진리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오페라 다섯 편 중 네 편이 바그너의 작품이다. 수많은 오페라 중에서 왜 그의 작품이 이 책에 인용되었을까. 일반적으로 악극을 창시한 음악가로만 알려져 있지만 남의 아내를 빼앗거나, 빚을 지고 갚지 않고 도망 다니는 불량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나 바그너처럼 구원이 무엇인가에 대해 처절하게 고민한 사람도 드물었다고 한다. 그는 사망하기 일 년 전 팔레르모에서 <파르지팔>을 완성한다. 방탕한 삶을 살았던 바그너에게 구원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아니면 시작할 수 있는 기회였을 것이다. 신의 존재를 부정하며 방탕한 삶을 살다 결국 삶이 끝날 무렵에서야 예술로 승화된 구원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성배 의식을 행할 때마다 고통스러웠던 암포르타스처럼 구원을 찾아 끊임없이 갈구하는 사람들에게 삶이란 영원한 고통으로 인식될 뿐이다.

바그너의 일생과 더불어 <니벨룽의 반지>를 통해 북유럽 신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독일 동화의 근간이 된 그림형제의 잔혹함은 북유럽 신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잔인하고 염세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북유럽 쪽 사람들은 다른 게르만 종족보다 더 늦게 그리스도로 개종해서 더 많은 신화를 남길 수 있었다고 한다. 북유럽 신화는 신의 종말을 이야기하지 않았던 그리스 신화에 비해 '라그나로크'라는 명백한 신의 죽음을 이야기함으로써 음울한 분위기를 풍기며, 신이라고는 하지만 능력이나 신체적으로 불완전한 신의 모습들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책을 읽기 전에 북유럽 신화에 대해 개략적으로 이해하고 읽으면 좋을 듯하다.

전설이나 신화가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이유는 세상이 변하고 발전되었지만 여전히 삶에서 추구하는 것은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깨달음을 얻고자 노력했던 파우스트는 구원을 받았을까?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간이 힘든 과오의 길로부터 보다 나은 것을 지향함으로써 구원받았다."(믿음사 세계문학전집)는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인간은 수없이 많은 유혹에 넘어간다. 그러나 다시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사람이 되고자 노력함으로써 이전보다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성장의 역행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복구할 수 있다는 것도 삶의 법칙과 같다. 모든 인생은 뿌린 대로 거두게 되며, 그 길목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진리는 찾는 자에게만 보인다. 삶의 진리를 의심하지 않은 것이 모든 구도자의 첫걸음이라는 것도 잊지 말자.

#파우스트

중단 없이 흘러나오는 영원한 하모니가 기쁨을 안겨줄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제아무리 완벽한 하모니라도 끝없이 이어지면 견디기 어려운 단조로움으로 변한다. 중간중간 불협화음이 끼어들지 않으면 음악의 매력이 떨어진다. 작곡가가 불협화음을 악보에 직접 표시하지 않고 은밀하게 삽입했을 때 감상자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최고의 걸작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천체의 음악도 마찬가지다. 신성한 불협화음이 존재하지 않으면 자기 성찰을 통해 진리를 깨우치고 참 나를 발견하는 영적 성장을 이룰 수 없다. 28

#파르지팔

지식이 뒷받침되지 않은 느낌과 감정은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 구도자의 영혼은 남을 해치려는 마음도 없고 지극히 순수하기 때문에 오히려 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나의 약점을 인지하고 영적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혹의 시험을 받고 통과해야 한다. 유혹 앞에서 굴복하면 암포르타스처럼 고통을 받지만, 그 고통을 통해 양심이 계발되고 죄를 미워하는 마음이 솟아나게 된다. 유혹에 대한 내성이 강해지는 것이다. 세상 모든 아이가 순수한 이유는 아직 유혹을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도덕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유혹을 받고도 넘어가지 않거나, 유혹에 굴복한 후 대가를 치르고,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야만 한다. 따라서 바보처럼 순수한 파르지팔은 진정으로 도덕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유혹의 시험을 치러야 한다. 112

#니벨룽의 반지

나보다 더 자유로운 자가 나타날 때까지 너는 결코 잠에서 깨어날 수 없으리라. 176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박해에 맞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진리의 전사는 상처 하나 없이 승리를 거둘 수 있다. 비겁하게 등을 돌렸을 때 적대자들이 약점을 타격하여 우리를 쓰러트리는 것이다. 204

물질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분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고 보이지 않는 끈이 모두를 연결하고 있다. 206

동물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기가 필요한 것을 취한다. 동물은 죄를 범하지 않으며, 행동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그런 것들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식에 '나의 것'과 '너의 것'에 대한 관념이 자리를 잡는 순간, 행동에 대한 책임이 뒤따른다. 아는 것이 많아지면 책임도 이에 비례하여 커진다. 영적으로 많이 성장한 사람은 선과 악에 대한 분별력도 더 향상된다. 일상에서도 사람의 인격에 따라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의 기준이 각각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221

#탄호이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유혹에 넘어가 죄를 범하더라도 그 대가로 고통을 받으며 죗값을 치르고, 죄인의 운명은 험난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도덕의 길로 인생 항로를 수정함으로써 전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277

#로엔그린

믿음이 없는 자는 결코 깨달음을 성취할 수 없다.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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