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너리 오코너 -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 외 30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2
플래너리 오코너 지음, 고정아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소설의 제목을 보고 온갖 상상과 결론을 짓곤 한다^^; 언젠가는 독서토론에서 제목과 전혀 다른 결말로 등골이 오싹한 적도 있다. 이 소설의 제목 '좋은 시골 사람들' 은 거의 예상에 맞을 듯... '좋다'라는 의미의 범위는 어디까지 인가? 그리고 시골 사람들? 시골 사람들이 좋다면 도시 사람들은 나쁘다는 것인가? 이 소설의 메인 캐릭터인 호프웰은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전형적인 인물이다. 그녀의 말들은 모두 타당하다. 그러나 시간과 장소에 따라 의미의 변화가 생긴다. 겉으로는 원만한 인격을 가진 것 같지만 딸인 '헐가'를 '조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지만 딸에 대한 애정이나 배려심은 없다. 또한 딸에 대해 온갖 몹쓸 짓을 한 시골 청년에 대해 순진하다고 말하는 그녀. 자기 사고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호프웰은 현재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시골 청년의 위선은 더욱 두드러진다.


짧은 글이었지만 긴 감동이 마음에 닿는다. 또한 나에게도 그런 모습이 많이 있지 않았나 되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유연한 사고방식'이 중요함을 인식하는 시간이 되었다. 루푸스란 병으로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진한 감동의 소설을 그려낸 플래너리 오코너와 변역해 주신 고정아 님께도 깊은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다른 단편들도 일독해야 겠다.

2020.1.14.화

'완벽한 건 없다'는 것은 호프웰 부인이 좋아하는 말 가운데 하나였다. 또 하나는 '그런 게 인생이다!'라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또 하나는 '사람들 생각은 다 다른 법이다'였다. 부인은 이런 말을 주로 식탁에서 했고, 그럴 때 부인의 목소리는 자기 말고 누구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처럼 부드럽지만 집요했다.(p368)

호프웰 부인은 사물의 밝은 면을 보는 사람들은 실제로는 예쁘지 않아도 예쁘게 보인다고 말했다.(p372)

"좋은 시골 사람은 세상의 소금이에요! 게다가 우리는 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요.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사람이 있는 법이에요. 그게 인생이에요!" (중략) "저는 이 세상에 좋은 시골 사람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세상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부인이 흥분해서 말했다.(p377)

"세상에는 온갖 사람이 필요한 법이니까. 우리가 저마다 다른 것도 좋은 일이야." 호프웰 부인이 말했다.(382)

"내 다리 내놔.“ 그녀가 말했다.
그는 발로 의족을 더 멀리 말더니 구슬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왜 이래. 이제 재미있게 놀아야지. 우리는 아직 서로를 잘 모르잖아.” “내 다리 내놔!” 그녀가 소리치고 그리 몸을 던지려고 했지만 그는 손쉽게 그녀를 찍어 눌렀다.
“갑자기 왜 그래?” 그가 말하고 찌푸린 얼굴로 술병을 닫아서 얼른 성경 책 안쪽에 넣었다. “넌 조금 전까지 아무것도 안 믿는다고 했잖아. 그래서 대단한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자주색 얼굴이 되어 소리쳤다. “너는 기독교인이야! 훌륭한 기독교인! 그 사람들하고 똑같이 말과 행동이 달라. 아주 완벽한 기독교인이야. 너는...”

청년이 분노로 입이 일그러뜨리더니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내가 그런 헛소리를 믿는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내가 성경 책을 팔러 다닐지는 모르지만, 나는 바보도 아니고 어린애도 아니고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p.393)

호프웰 부인과 프리먼 부인은 뒤편 목초지에서 양파를 캐다가 그가 잠시 후 숲에서 나와서 초원을 지나 간선도로 쪽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 “저 사람은 어제 우리 집에 성경 책을 팔러 온 그 착하고 멍청한 젊은이 같은걸” 호프웰 부인이 눈을 찌푸리고 말했다. “저쪽에 사는 깜둥이들한테 성경을 팔러 갔던 모양이야. 순진하기도 하지. 그래도 우리 모두가 저렇게 순진하다면 세상이 훨씬 좋아질 거야.”
프리먼 부인이 앞쪽을 이리저리 찾다가 그가 언덕 아래로 사라지는 모습을 간신히 보았다. 그러더니 다시 땅에 박힌 냄새 고약한 양파 싹으로 관심을 돌리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순진하게 사는 게 불가능해요. 나는 일단 불가능해요.”(p.39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