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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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읽기는 어렵다. 읽기 전부터 마음에 부담이 생기는 까닭이다. 많은 사람들이 감명을 받았기에 고전이 되었고, 오래도록 읽혀지는 작품이다. 필연적으로 나도 끝까지 읽어내고 깊은 감명을 받아야만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그래서 함부로 고전의 첫 장을 열지 못하게 된다. 
 한가했던 어느날 그 유명한 도스도에프스키의 죄와벌을 꺼내들고 말았다. 상하권으로 나뉘어져 있긴 하지만 총 900페이지에 달하는 죄와 벌을 읽으며 한동안 이 책에 메여야만 했다. 신나게 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은 아니었지만 읽기를 멈출 수도 없었다. 죄와 벌에는 그런 질퍽하고 묵직한 끌림이 있었다. 

 죄와 벌은 러시아 빼째르부르그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던 대학생 라스꼴리니꼬프는 전당표를 운영하는 늙은 노파와 그의 여동생을 도끼로 살해한다. 그리고 전당포에서 가지고 나온 돈과 귀중품은 확인도 하지 않고 뒷 골목에 묻어버린다. 라스꼴리니꼬프는 살인 사건 이후 알 수없는 고통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곤란에 처한 어머니와 여동생을 만나고, 가난한 가장과 그 부인의 비참한 죽음에 함께한다. 라스꼬리니꼬프는 끊임없이 부조리와 가난과 비루함을 마주한다. 때론 치밀함으로 수사망을 피하기도 하지만 결국 소냐의 도움으로 살인자임을 고백하고 만다. 그리고 수용소에서 운명의 여인 쏘냐와 함께 일상을 보내며 다시 희망을 찾게 된다. 

 죄와 벌의 무대는 재정 러시아의 도시 빼쩨르부르그이다. 시종일관 빼쩨르부르그는 어둡고, 춥다. 등장인물들의 집이나 방에 대한 묘사도 음침하고 무겁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머리속은 어두웠다.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전당포의 늙은 노파를 죽임으로 정의의 응징을 가하려 했던 라스꼴리니꼬프는 뜻하지 않게 노파의 여동생 리자베따까지 죽임으로 더욱 심한 죄책감과 고뇌에 빠진다. 라스꼴리니꼬프의 살인과정에서 치밀함과 잔인함을 동시에 보게 된다. 살인의 도구인 도끼를 몸에 숨기고, 노파를 단번에 도끼로 내려쳐서 죽이고, 노파의 여동생까지 도끼로 죽인 후에 정신이 없는 중에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살인 현장을 빠져 나오는 주인공의 행동은 많은 의문점을 불러 일으킨다. 

 왜 라스꼴리니꼬프는 노파와 여동생을 죽였는가? 죄와 벌을 읽으며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고 계속해서 따라다니는 질문이었다. 왜 ? , 이럴거면 도대체 왜 죽였단 말인가. 노파의 재산을 취해서 가난을 해결하든지, 주변 사람들을 도왔다면 이해가 되겠지만, 라스꼴리니꼬프는 단 한푼도 죽은 노파의 돈을 갖지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 정당하게 주어진 소중한 돈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써버린다. 라스꼴리니꼬프는 돈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 부조리한 세상을 바로잡는 대리자가 되고자 했다. 
 
 그렇게 라스꼴리니꼬프는 스스로를 정당화하려고 했지만, 끊임없는 고통에 시달린다. 책을 읽는 내내 한번도 라스꼴리니꼬프의 밝은 표정을 찾을 수 없다. 늘 아프고, 침울했고, 심리적 압박에 시달렸다. 그리고 결국 자신을 끝까지 지켜주는 쏘냐의 도움으로 범죄를 자백한다. 그리고 비로소 수용소에서 처음로 편안한 마음의 라스꼴리니꼬프를 발견한다. 

  대의가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 할 수 있는가? 도스도예프스키는 "죄와 벌"을 통해 대의를 내세운 부당한 행위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잘못된 행동에 대한 진정한 "벌"은 스스로가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마음의 고통임을 깨달았다. 물론 점점 마음이 무뎌져가는 오늘날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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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열린책들 세계문학 22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새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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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례프 니꼴라예비치 똘스또이, 흔히 우리가 톨스토이라고 부르는 위대한 러시아 작가의 본명이다. 톨스토이는 1852년에 문단에 데뷔하여 1910년 82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무려 60년 가까이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 창작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그가 남긴 작품도 방대하다. 우리가 잘 아는 톨스토의 장편 소설 '전쟁과 평화',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안나까레리나'를 비롯해 수 많은 단편 소설을 남겼다. 따라서 톨스토이의 작품 세계를 꽤 뚫어 이해하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열린책들에서 2014년 출판된 톨스토이 단편 소설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톨스토이가 문단에 데뷔한 해인 1852년 쓰여진 단편소설 '습격'을 시작으로 1907년 쓰여진 '가난한 사람들'까지 총 13편의 단편 소설을 담고 있다. 

 사실 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톨스토이를 잘 몰랐다. "러시아의 대문호"로 일컬어 지는 톨스토이에 대한 막연한 환상만 가지고 있었다. '습격'부터 '가난한 사람들'까지 톨스토이의 창작 활동 기간을 가로지르는 단편 소설 13편을 읽고 난 지금 톨스토이를 더 가까이에서 만나고 싶어졌다. 적어도 톨스토이는 늘 사람과 세상에 대해 늘 따스한 시선을 견지했음을 알 수 있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징계를 받아 지상으로 내려온 천사 미하일에게 주어진 세 가지 숙제를 통해 결국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가는 것임을 말한다. 톨스토이 단편 소설은 친근했고, 따뜻했다.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 명작 소설 전집을 읽은 것 만 같은 기분이다. 고전의 힘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을 통해서 말하는 것을 통해 나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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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소설 시리즈
신카이 마코토 지음, 박미정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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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영화 "너의 이름은"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일본 애니매이션은 웬만한 영화 못지 않은 감동과 스토리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실사 영화가 주지 못하는 따스함을 주기도 하고, 찬란한 상상의 세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최근 개봉해서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박스 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너의 이름은"도 그런 기대를 품게 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으니까. "너의 이름은"- 존재를 인식하는 가장 대표적인 매개 이름. 완결되지 않은 문장으로 더 많이 상상하게 하고, 더 큰 여운을 남긴다.

도쿄에 사는 남자 고등학생 '타키'와 전통을 중시하는 시골 마을 이토모리에 사는 여고생 '미츠하'의 삶에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잠을 자고 깨어 나면 어느 날은 서로의 영혼이 바뀌는 것. 그날 만큼은 미츠하와 타키가 자기가 아닌 상대방의 일상을 살아간다. 그렇지만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나면 바뀐 일상에서의 모든 기억을 잃게 된다. 둘은 뒤바뀐 날들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겨 상대방에게 전해주지만 정작 그날을 살았던 자신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나의 의식으로 하루를 살아낸 존재의 이름 조차도. 서로의 삶을 조금씩 더 많이 그리고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타키와 미츠하는 서로를 더 많이 그리워하고 서로의 흔적을 찾으려 애쓴다. 1200년 만에 혜성이 지구에 근접하는 날, 미츠하는 죽음을 맞이할 운명에 처한다.

애니메이션 만이 주는 감동과 따스함이 있다.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실사와 헷갈리는 그런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물감의 색채가 느껴지는 그런 애니메이션 말이다. "너의 이름은"은 따뜻하고 아름답다. 색감이 아름답고, 미츠하와 타키의 감정이 아름답고, 밤하늘을 수 놓는 혜성의 꼬리가 아름답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통해 서로의 일상에 관여하게 되고, 결국 운명까지 바꿔 놓는 미츠하와 타키의 이야기는 잔잔하게 설레인다. 관객이 눈치채지 못하는 동안에, 각자의 삶에 집중하는 동안에 미츠하와 타키는 어느새 가까워져 있다. 그리고 서로를 그리워한다.

우리의 삶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서 더욱 아련하고 마음에 와 닿는 아이러니. 라라랜드가 아름다운 그리고 성숙한 어른들의 이야기를 음악과 춤으로 풀어냈다면, '너의 이름은'은 엉뚱함과 설레임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미소를 띄며 마무리 된다. 끝내 둘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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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다는 것과 늙어간다는 것 - 마음의 평정에 이르는 10가지 길
빌헬름 슈미트 지음, 장영태 옮김 / 책세상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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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이면 설레고 흥분되던 시절이 있었다. 눈오는 날이면 어디든 가서 누구든 만나야 할 것 같은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문득 12월31일이 차분해 지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때였다. 누구라도 나이를 묻지 말았으면 하고 생각하기 시작한 그 때 즈음이였다.

나이가 들어감을 자각하기 시작하면, 남은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음을 알게 되면 삶의 유한함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독일 철학자 빌헬름 슈미트는 현재의 삶을 더 수월하고 풍성하게 해주는 정신의 원천을 찾는 과정으로 나이듦을, 늙어감을 이해했다.

나이듦에 부여될 수 있는 문화적 의미는 지금의 삶을 좀 더 수월하고
풍성하게 해주는 정신적 원천을 발견하는 데 있다.
마음의 평정이 그러한 원천 중 하나이다.

빌헬름 슈미트는 나이가 들어감에 때라 마음의 평정에 이르는 10단계를 풀어냈다.

"1. 시기 - 인생의 단계 이해하기
2. 특성 - 삶의 국면이 가지는 특성들에 대한 지식 습득하기
3. 습관 - 삶을 수월하게 살아가게 해주는 것
4. 행복 - 즐거움 누리기
5. 고통 - 불행과 사귀기
6. 접촉 - 친밀함을 느끼개 해주는 것
7. 사랑 - 관계를 맺거나 지속하게 해주는 것
8. 사색 - 마음을 즐겁고 차분하게 해주는 것
9. 준비 - 죽음과 함께 사는 마음
10. 그 후 - 죽음 후에 가능한 삶에 대하여"

현대 사회에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끊임없는 자극 속에 불안과 두려움이 삶을 지배한다면 나이듦은, 늙어감은 고통에 다름이 아닐 것이다. 저자는 인간의 삶이 나이듬에 따라 점차 "회고적"으로 변한다고 했다. 미래의 희망과 계획을 말하기 보다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이 늘어난다. 10단계 중 유난히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이 접촉과 사색이었다. 우리 삶속에서 일어나는 '접촉'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았다. 만원 지하철 속의 접촉부터 사랑하는 사람과의 접촉까지...

"접촉은 일종의 관심이다. 이것이 없다면 인간은 영적으로, 끝내는 육체적으로 피폐해지고 시들어버릴 위험에 처하게 된다."

나이드신 어머님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드리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생각했다. 병석에 오래 계셨던 아버지의 손을 잡아드리지 못한 것이 얼마 남지 않았던 생을 재촉한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했다.

저자는 '사색'을 통해 지나온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 점점 더 삶 전체를 심사숙고하게 된다.

"그 무엇을 후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금 기억을 떠올려 연관시키고, 무엇이 의미를 제공하는지 발견해내기 위해서 말이다."

기억을 '연관'시킨다는 표현이 내 마음 깊숙히 들어왔다. 파편화되어있는 기억을 서로 연관시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 내는 일은 생각해 보면 나이가 들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 아귀가 맞는 조각이 나타나는 테트리스 게임과 같이 젊은 날에는 삶의 한 조각으로 의미를 만들어내기가 어렵다. 그런 연유로 삶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이해되지 않고, 부정적으로, 또는 너무 성급하게 낙관적으로 오해될 수 있다. 나이듦은 비어있던 조각들을 찾아서 어쩌면 신이 내게 계획했던 일이 오래 전 내 삶에 어떤 모양으로 일어났는지 알게 해준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죽음 이후를 이야기 한다. 나의 생명이 죽음으로 완전히 소멸하지 않고, 또 하나의 생명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 죽음도 평안 속에 맞이할 수 있을 거라고. 나의 죽음을 또 다른 생명으로 연결시키는 일 그것이 삶의 마지막 숙제가 될 것 같다. 내가 이 세상에 남긴 무엇을 통해서 또 하나의 생명이 의미를 찾게 되는 일, 그 생각만으로 마음에 평안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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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센셜 하버드 머스트 리드 시리즈 6
피터 드러커 외 지음, 윤원섭 외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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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A학생들의 필수 과정은 케이스 스터디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MBA과정에서는 케이스 스터디 교재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발행하는 케이스를 사용한다. 그만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경영/경제관련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렸던 컬럼 중에서 기업 경영에 필요한 각 부분 최고의 내용을 엮은 책이 '하버드 머스트 리드 에션셜'이다. 

 딱딱할 수 있고, 지루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삶과 직결되어 있는 기업의 경영 활동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더구나 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을 담고 있다. 성과 측정, 지속적인 혁신, 전략, 핵심 역량 등 각 칼럼의 무게감이 적지 않다. 

 경영학이 결과를 가지고 논하는 학문이란 한계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 책에 나오는 칼럼이 쓰여진 시기를 고려하여 취사선택하며 읽는 다면 얻을 것이 많은 책이다.    


H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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