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어울리지 않는 우울함을 감당할 수 있을까? 영화를 보기 전 망설였다. 스트레스와 피곤을 덜어내기 위해 영화를 보고 싶은데, 왠지 차이나타운을 보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더 짓 눌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망설였다. 하지만 때론 맞섬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는 법 ! 그래서 예매버튼을 눌렀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무겁다. 카메라의 엥글도, 등장인물들의 표정도 어둡다. 웃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엄마' 역할을 맡은 김혜수가 머무는 공간에는 항상 커튼이 쳐있고, 그 너머에서 빛이 희미하게 들어오고 있다. 엄마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가족이 파국을 향해 치닫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 중심에는 '일영' 역할을 맡은 김고은이 있다.  쓸모 없어지면 언제든 죽임을 당할 수 있고, 사라질 수 있는 현실 속에서 일영은 저항한다. 그런 일영을 '엄마'는 끝내 품어준다. 


 감독이 무엇을 말하고자 이 영화를 만들었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엄마'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가족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수 많은 가족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결국은 그 가족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보였다. 

 

 배우들의 연기는 몰입을 유지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김혜수는 얼굴 표정과 목소리, 작은 몸짓들로 영화를 장악한다. 김고은의 곱상한 얼굴에서 베어나오는 무표정이 극중 '일영' 캐릭터에 잘 어울렸다. 미국 수퍼 히어로들을  내세워 전국 스크린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엉성한 마케팅으로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그 어떤 영화보다 나에게는 나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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