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
김병완 지음 / 아템포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틀에 박힌 직장에서의 탈출을 우리는 꿈꾼다. 그러나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드물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등뒤를 잡아 끌기 때문이다. 여기 우리가 꿈꾸는 탈출을 이뤄낸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그것도 아주 멋지고 특이하게. 


  내가 삼성에 다니고 있어서 인지 삼성과 관련된 기사나 이야기를 접하면 쉽게 넘어가지지 않는다. 그것이 삼성을 박차고 나와 소위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더욱 그렇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 모든 사람이 아마도 같은 심정이지 않을까 ? 이 책의 저자는 대학을 졸업한 후 11년간 삼성전자에서 휴대폰 연구원으로 일했다. 얼마나 힘겹고 바쁘게 하루 하루를 살았을 지 쉽게 그려졌다. 나도 연구원 생활을 해봤고, 너무나도 가까이에서 삼성전자 휴대폰 연구원의 삶을 직접 보기도 했고, 많이 듣기도 하였다. 평범하게 대기업 직원으로 일상을 살아내던 저자는 2008년 12월 31일 홀연히 사표를 던지고 가족과 함께 부산으로 향한다. 일부러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을 찾아 떠난 부산에서 저자는 3년간 도서관에 파묻혀 장장 만여권에 달하는 책을 읽어 낸다. 그리고 마침내 마음에 고인 것이 흘러넘쳐 1년 6개월만에 33권의 책을 쓰게 된다. 그 중 몇권은 꽤나 알려지게 되었고, 오늘 내가 읽기를 마친 이 책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거침없이 써내려간 진솔한 이야기이다. 화려한 기교도 고전의 깊이도 없다. 그러나 "나도 한번....?"이라는 생각을 들게하는 공감의 힘이 있다. 나와 같은 직장을 다녔던 사람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의 직장인라면 누구하 한번쯤을 마음에 그려봤을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또한 독서의 중요성을 어설프게나마 인정해 왔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괜찮은' 직장에서 '괜찮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독서의 중요성을 인정한다. 가방에 책 한권쯤은 늘 넣고 다니며 시간이 날때마다 펼쳐든다. 하지만 그러한 독서는 매우 수동적이며, 남에게 보이거나, 단지 잘난 체 하기위한 용도로 쓰이는 때가 많다. 저자는 이러한 독서의 태도를 실랄하게 비판한다. 


"진짜 독서는 지식과 큰 상관이 없다. 그런데 남들이 읽지 않는 고전을  읽고 그것으로 타인의 삶을 비판하고 평가하는 잣대로 삼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독서가 유익하지 않다. 오히려 타인에게 자신이 독서한 것을 뻐기고 지식을 자랑하며 잘난 척하는 '밥 맛없는 천재'로 전락시키고 만다. 어떤 독서 방법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타인을 비판하고 타인의 무지를 드러내기 위해 독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보다는 자신의 부족한 점들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고 자신의 어리석은 사고를 개선하기 위해 독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

 독서의 하수들은 책을 통해 지식만 섭취한다. 하지만 독서의 고수들은 지식보다 지혜를 섭취한다. 그럼점에서 독서의 하수들은 책을 통해 스마트해지지만, 독서의 고수들은 오히려 바보스러워지고 자신을 낮춘다." - 236 페이지


 나의 독서에 대해서 정확히 꼬집어 준 말이다. 나는 독서를 꾸준히 해온 편이다. 그러나 나의 독서는 지혜가 되지 못했다. 지식을 쌓기에 급급한 것이었다. 책을 한권이라도 더 읽었다고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무엇이 되기 위해, 무엇을 이루기 위해 책을 읽지 않았다고 했다. 그냥 책 읽는 즐거움에 빠져 3년을 보냈더니 의식이 성장했고, 지혜가 자라나서 무엇이든 쓰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했다. 독서는 그런 것이었다. 올바른 독서는 사람을 바꾸는 힘이 있었다. 나도 이제 독서의 방법을 바꿔보려고 한다. 일주일에 한권, 일년에 몇권이니 하는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했다. 어떤 책을 읽을 때는 아무런 목적 없이 그 책을 지은이의 삶과 이야기에 푹 빠져보려 한다. 그리고 더 많이 읽으려 한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독서로 인해 훌쩍 자라난 나의 사고와 삶의 깊이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한 분야에 대해서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는 책은 아니지만 스스로의 삶이 변하기를 갈망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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