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가득한 파스텔톤 그림 위에 가느다란 검은 선이 그어진 것 같았다. 활기찬 대학로에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었다. 태양이 달궈진 건물들 사이에서 마지막 힘을 내고 있던 늦은 오후, 혜화역 근처에서 허름하고, 긴 행렬을 발견했다. 온 몸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아내며 앞으로 묵묵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 줄의 맨 앞에서는 한 그릇의 밥이 건네지고 있었다. 
 옅은 붉은 기가 도는 콩나물 김치국밥이었다. 흔한 플라스틱 그릇에 밥과 국이 가득 담기고 그 위에 새빨간 김치가  한 주먹 올려졌다. 행렬은 허름했고, 노쇠했고, 위태로웠다. 뜨거운 밥 한 그릇을 받아든 분들은 대로변 아무 곳에나 자리를 잡고 무표정한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 술의 밥이 애처로웠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분들의 한끼 식사가 이렇게 힘겨워 진것은. '밥을 먹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자 최소한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편안하고, 품위있는 한 끼 식사가 사라져 간다. 시간이 없어서, 함께할 사람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우리의 한 끼는 초라해져 간다. '배고픔'이라는 생물학적 욕구만을 채우는 한 끼가 늘어난다. 우리의 한 끼는 더 풍요로와야 한다. 어쩔 수 없는 '혼밥'이라도 더 여유있고, 더 편안해질 수 있다. 한 끼 식사를 통해 마음의 배고픔도 채울 수 있다. 그래야 품위있는 한끼 식사가 된다. 그래야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을 지킬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