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기원 1 - 해방과 분단체제의 출현 1945~1947 현대의 고전 16
브루스 커밍스 지음, 김범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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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유효한 필독의 서

 

1.

명불허전이다.

오래전 일월서각 발간, 김자동 선생 번역의 <한국전쟁의 기원>을 구입해 두었음에도 수십년 간 읽다가 그만두기를 반복하고 끝내 완독하지 못한 채 한국전쟁에 관한 다른 책들을 읽어왔다.

조지프 굴든의 <한국전쟁>(김쾌상 역, 일월서각 1982), I. F. 스톤의 <한국전쟁비사>(백외경 옮김, 신학문사 1988), 박명림의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 1, 2.>(나남출판, 1996), 와다 하루키의 <한국전쟁>(창비, 1999), 정병준의 <38선 충돌과 전쟁의 형성>(돌베개, 2006), 데이비드 헬버스탬의 <콜디스트 윈터 - 한국전쟁의 감추어진 역사>(정윤미 옮김, 살림 2009) 등이다.

 

2.

최근 이 책이 완역되었다는 광고를 보고 생일선물로 요청해 전권(세권)을 득템한 후 지난 무더운 여름기간 중 이 책 1권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70여 전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1945 ~ 1947년까지의 한반도 상황이 매우 입체적이고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혼돈의 해방정국이 눈앞에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각이 들 정도로 책의 내용이 풍부하고 사실적이다. 한국전쟁 당시 노획한 북한 문서를 처음 사료로 이용하여 책의 깊이와 수준을 최고 수준으로 높인 것으로 유명하다.

 

3.

1권은 식민지 시대의 일제 통치상황, 지주와 소작농의 실태, 해방 후의 한반도 상황, 미군의 진주, 남한의 9월 총파업과 10월봉기 등 긴박하고 앞을 알 수 없는 혼돈 속의 한반도를 다각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4.

한국전쟁의 간결한 진행상황이나 전체적인 조망을 바라는 독자에게는 이 책이 부족한 것으로 비칠지 모르겠다.

그러나 1950년 김일성이 남한을 침공해 3년간의 참혹한 공방전 끝에 휴전으로 어정쩡한 마무리를 지은 단순한 전쟁의 스토리가 아닌, 전쟁이 발발하게 된 좀 더 넓고 복잡한 먼 인과관계 즉 원인(遠因)을 알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는 이만한 책이 없다고 생각된다.

 

5.

예전 일월서각판에 비해 책의 만듦새가 훨씬 뛰어나고 가독성도 매우 높다. 심혈을 기울여 번역한 김범씨와 (시장성이 없는) 이런 훌륭한 책을 출간한 글항아리에 감사드린다.

 

6.

너무도 긴박하게 진행되는 책 내용에 손에 땀을 쥐고 책을 읽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브루스 커밍스의 주장은 이후 소련문서가 공개되면서 많은 부분 비판받고 극복된 부분이 없지 않지만 이 책은 아직도 전쟁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한반도에 사는 우리들에게 여전히 의미 있고 유효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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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죄책 - 일본 군국주의 전범들을 분석한 정신과 의사의 심층 보고서
노다 마사아키 지음, 서혜영 옮김 / 또다른우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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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에 참여했던 책을 오늘 받았다. 저자의 한국어판 서문, 초판 후기, 문고판 후기 및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었다. 어서 책을 읽어야겠다는 흥분과 충동이 일어난다! 경제성이 없는 이런 귀중한 책을 출간해주신 출판사와 역자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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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키벤 1 : 큐슈 - 철도 도시락 여행기 에키벤 1
하야세 준 지음, 채다인 옮김, 사쿠라이 칸 감수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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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대한 것 만큼 재미있지도 흥미롭지도 않았다.
일본 지리와 철도 노선에 대한 사전지식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지만 그림체도 너무 답답하고 뭔가 꽉 막힌듯한 무거움에 짓눌려 있는 듯한 화면이 계속되니 흥미가 곧 반감되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그림, 화면에 산뜻함이 없다.

2,
가장 큰 문제는 이 만화의 가장 큰 기둥이 각지의 에키벤(철도 도시락)을 먹으며 각 도시락의 맛을 전달하는 것인데,
주인공과 여기자 나나의 맛 감상평이 너무 천편일률적이고 동어반복이라서 도시락맛이 하나도 안궁금해진다는 것이다.
후원을 받아서 그런지 몰라도 모든 도시락이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맛나고 훌륭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꼭 뒷광고 멘트 듣는 느낌이다.

3.
주인공이 쉴새없이 늘어 놓는 철도, 지리, 역사에 대한 깨알같은 잡지식과 도시락맛의 케미가 영 맞지 않는 느낌이다.

게다가 중늙은이 주인공과 우연히 만난 20대 젊은 미녀 여기자가 몇일에 걸쳐 내내 동행을 하며 에키벤을 함께 까먹는 것도 모자라 온천으로 유명한 유후인에 가서 온천을 하고 마지막 이별을 하면서는 여기자 나나가 까치발로 중늙은이 한테 눈물의 볼키스까지 날리고 있다. 작화자 하야세 준의 판타지 감각에 어이가 없을 뿐 아니라
이게 에키벤 철도여행기인지 불륜 온천여행기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4.
뭐 재미만 있다면야 철도여행이든 불륜여행이든 별문제 이겠으나
문제는 너무너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것!

어쩌나. 이미 5권까지 사놨는데,
그나마 중고로 사놨길 망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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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겐 1
나카자와 케이지 글.그림, 김송이.이종욱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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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런 뛰어난 명저를 이렇게 훌륭한 편집과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해서 볼 수 있다니 그저 저자와 편집자, 출판사에 감사할 따름이다.

보통 일본 만화책은 우리들의 것과 반대로 철해져 있고 그림의 순서도 그에 따라 진행되므로 번역서도 통상 그렇게 출판되는데 이 책은 우리식대로 다시 펀집되어 있을 뿐 아니라 판형도 시원하기 그지없다. 사소한 부분 같지만 이런 명저를 앞으로도 두고두고 계속하여 감상하는데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된다.

2.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15분
히로시마 상공 600미터 지점에서 원자폭탄이 작렬했고 저자 나카자와 케이지(中沢啓治, 1939~2012)는 피폭되는데 이 경험을 바탕으로 만화를 그리게 되는데 이 만화가 그것이다.
워낙 명성이 자자한 이 만화 1권을 이제야 읽었다.

3.
만화 한 권이 그 어떤 철학서,정치학 교과서보다 사안의 핵심을 꿰뚫고 반전(反戰), 반핵(反核), 평화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그림체도 뛰어나고 저자가 힘주어 주장하는 내용은 더욱 탁월하다.

그러나 어리석은 우리들은 21세기를 맞아서도 전쟁의 무모함, 핵전쟁의 종말론적 성격을 망각한채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2022. 2. 러시아의 침략으로 시작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1년을 넘어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미국의 중국 억압 혹은 봉쇄정책은 위험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핵전쟁이 반복되어서는 아니된다!
전쟁은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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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유신 - 흑선의 내항으로 개항을 시작하여 근대적 개혁을 이루기까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다나카 아키라 지음, 김정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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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창시절부터 피상적으로만 듣고 알고있던 메이지유신에 대해 처음으로 복합적이고 깊이있는 해석을 가하고 있는 책을 읽은 느낌이다.

2.
저자 다나카 아키라는 메이지유신에 대해 백과사전식 편면적 기술이 아닌 역사적 맥락과 당시 시대상황과의 연관하에 각종 사건들을 해설하고 있다.
페리에 의한 강제 개항, 막부의 몰락과 메이지정부의 수립,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의 이와쿠라 사절단의 미구(미국과 유럽각국) 회람, 자유민권운동과 메이지헌법체계등에 대해 상관관계, 대립관계등 상세한 해설이 역동적이며 인상적이다.

3.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며 메이지유신은 무엇이었는지 세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첫째,
19세기 후반의 독일, 이탈리아의 근대적 국가통일과 거의 같은 시기에 일본은 아시아에서 근대적인 입헌국가가 되었다.

둘째,
일본이 근대 국가로서 어떤 방향을 지향했는지이다.
메이지 정부와 자유민권운동은 심하게 대립하고 격렬하게 싸웠는데 전자는 부국강병의 슬로건 아래 오로지 국가권력의 강화를 추진했던 반면 후자는 자유와 민권의 기치 아래 인민의 기본적 인권을 주장하고 군비의 축소, 폐지를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메이지정부는 프러시아와같은 대국의 길을 선택했고 이 대국주의 노선의 탄압정책에 의해 자유민권운동이 주장한 소국주의는 복류(伏流)가되어 지하로 스며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메이지 유신의 최종적 결착은 8.15이고(즉 패전) 대국주의은 무너졌지만, 소국주의는 패전 후 새로운 일본국헌법의 체계로 결실을 맺었다고 할 수있다.

셋째,
이 정부의 체제구축이 일단 국가로서 통일된 폐번치현(廢藩置縣, 1871년) 으로부터 불과 50년 사이에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조급하게 위로부터 근대화를 강화함으로써 일본은 다양한 모순을 내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근대적 요소와 봉건적 요소를 유착시켰다.

4.
저자는 일본인 이면서도 메이지유신을 편면적, 애국주의적 시각인 영광의 역사만으로 보고있지 않다.
우리가 편협한 시각으로만 알고있던 메이지유신을 좀더 다양하고 넓은 시각으로 보게된 매우 유익한 독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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