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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라 버드 비숍의 황금반도
이사벨라 L. 버드 비숍 지음, 유병선 옮김 / 경북대학교출판부 / 2017년 3월
평점 :
한겨레에 실린 신간 소개 기사를 읽고 구입하여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이미 저자의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이인화 역, 살림, 초판 1994), <양자강 저 너머>(김태성, 박종숙 역, 지구촌 2001) 양 책을 읽고 깊은 인상을 가지고 있던 터여서 큰 기대감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기대한대로 역시 이사벨라 버드 비숍의 살아 숨 쉬는 듯한 문체는 여전했다.
제목의 황금반도는 말레이 반도를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책은 홍콩, 광저우, 사이공, 싱가포르 등을 거쳐 말레이반도의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동생에게 보낸 편지글의 모음이지만(1878년 성탄전야 ~ 1879. 2. 25.) 단순한 서간문이 아니라100여년 전 해당 지역의 생생한 생태보고서, 치밀한 문명보고서로서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그렇다고 딱딱한 학술서적은 전혀 아니다.
홍콩을 방문한 저자가 때마침 경험한 엄청난 화재를 묘사하는 장면은 가히 압권인데 홍콩 화재현장의 열기가 전해지는 듯하다. 그의 간결하면서도 선명한 묘사가 일품이다(44 ~ 50쪽).
또한 저자의 섬세하고 풍부한 감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다음과 같은 묘사는 독자들의 눈앞에서 해당 전경이 펼쳐지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 아시아 대륙의 구릉들은 이른 아침의 붉은빛에서 한낮의 태양 아래 더 붉어졌다가 장엄한 석양엔 루비의 심홍색을 거쳐 시나브로 자수정빛 옅은 안개로 덮이며 보랏빛 열대의 어둠 속으로 잠긴다. 높은 언덕 위로 펼쳐진 탁 트인 열대의 밤하늘엔 폭죽이 터지듯 별들이 쏟아진다.” (51쪽)
그 이외에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무궁무진한데 다 말하기 어렵다.
한 가지만 예로 든다면 말레이 반도에서 경험한 호랑이에 관한 에피소드는 너무도 흥미진진하다.(244 ~ 246쪽)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책의 번역자 유병선은 동남아시아역사를 전공한 전문가인데 매우 유려한 번역자일 뿐만아니라 매우 성실한 번역자여서 촘촘한 작은 활자로 약 50여 쪽에 달하는 상세하고 깊이 있는 후주를 달고 있다. 저자의 매력 있는 문체와 내용을 이렇게 깊이 음미할 수 있는 것은 번역자 유병선의 각고의 노력덕분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 책은 일반 인문학 출판사가 아닌 경북대학교출반부에서 출간된 것인데 매우 의미 있는 번역서라 생각된다.
다만 아쉬운 것 몇 가지를 사족으로 덧붙인다면,
1> 1. 동남아시아 지리에 익숙하지 못한 대부분의 독자들을 위해서 상세한 관련 지도를 책 첫머리와 각 챕터 시작 부분에 실었으면 더욱 생동감 있는 독서가 되었을 것이다.
2> 2. 저자에 대한 상세한 연보 및 화보가 없는 것이 매우 아쉽다.
참 참고로 1970년대 출간된 삼성출판사 등의 세계사상전집 같은 인문학 서적의 경우 해당 작가에 대한 상세한 연보, 화보가 있었던 것에 비하면 지금처럼 고급정보를 얻기 쉬운 환경임에도 이에 대한 부분은 출판사들이 매우 소략하단 느낌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소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매우 흥미진진하고 신나는 모험을 하는듯한 독서 시간이었다.
바라건대 이사벨로 버드 비숍의 다른 책들(일본, 미국 등에 관한 책들)이 번역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