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데이의 병촌 한국남북문학100선 40
홍성원 지음 / 일신서적 / 1994년 5월
평점 :
절판


40여년 전의 소설문체가 이렇게 생동감 있고 쉽게 읽힐 수 있다니 적잖이 놀랍다. 

 
홍성원의 문체는 일부러 멋을 부리거나 힘들여 조탁하는 듯 하지 않으면서도 힘이 있고 긴장감이 있다. 너무 사변적이고 논리적이어서 지나치게 지식인 소설 맛이 나는 이청준과도 다르고,


특유의 충청도 사투리 구사로 자신의 독특한 문체영토를 구축하였지만 그것이 때론 너무 지나쳐 소설 읽기를 방해하는 듯한 이문구와도 다르다.  홍성원의 문체는 특색이 없는 듯 하면서도 그만의 매력이 넘치는 소설 문체를 보여주고 있다. 

 
<디 . 데이의 병촌(兵村)>은 1964년 <동아일보> 현상문예에 당선된 장편 소설로 남북분단의 현장인 휴전선 부근의 한 군대마을(兵村)을 소재로 하고 있는 군대소설이다. 저자에게 사적으로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준 소설이다. 


이 소설은 1960년대 군대 내의 실상을 박진감 있고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정훈 장교 현 중위(현경식)는 '군대에 걸맞지 않는' 소설가로, 휴전선 부근의 연대에 근무하며 권태로운 생활에서 탈출하기 위하여 '그것' 즉 소설을 쓰기를 애쓰고 있고,

 
 인민군 소좌의 아내였던 민혜 엄마 선경(善景)은 수복 때 남편과 헤어진 후 윤간을 당한 아픔을 지니고 휴전선 부근 마을 P촌에서 시아버지 강목사와 어린 딸 민혜와 살고 있다. 


둘은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며 점점 가까워 지고 마을에 번진 콜레라로 딸 민혜가 죽으면서 선경은 더 이상 병촌에 머물 의미가 없어지면서 둘에게 위기이자 기회가 다가온다. 


 때마침 현 중위의 연대가 다른 곳으로 주둔지를 이동하게 되면서 선경의 마을을 떠나게 되고 선경은 시아버지 강목사의 주선으로 서울의 어느 교회 부설 고아원으로 가게된다. 


현 중위는 자신이 곧 전역을 하기로 하고 선경에게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하고 억수같이 비가 퍼붓는 부대이동 D - Day 02:00에 부대원과 함께 이동하게 된다. 

 
그러나 다음 날 P촌의 제방이 터져 온 마을이 쑥대밭이 됐다는 비보가 전해오고 현중위는 친구이자 같은 부대 의무중대장인 구 대위와 차를 몰고 후발대가 남아있는 예전의 부대 주둔지인  P촌 현장으로 달려간다.

다리가 끊어져 마을로 들어갈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현 중위는 이웃 노인에게 P촌의 안부를 묻자 강목사는 목숨을 잃었고 그의 며느리도 목숨을 잃었을거라는 암담한 소식을 듣게 된다.  현 중위는 자신의 손으로 선경의 시신이나마 수습하려 완성되지도 않은 임시 부교를 건너 구 대위와 함께 간신히 마을로 들어가 강 목사의 교회로 가는데........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귀에 익은 여인의 목소리, 선경이다. 급류에 휩쓸려가는 자신을 어느 군인이 구해 주었다는 것. 둘은 깊은 포옹을 하고 선경은 서울로 갈 것을 포기하고 현경식과 같이 동행하기로 한다. 

 
마지막 장면이 헤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이 약간 의외(?)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휴전 직 후 남과 북이 치열하게 대치하고 있는 말 그대로의 "휴전" 즉 곧 전쟁의 속개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래도 희망을 선사하고 싶은 것이 저자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홍성원은 다른 책에서 이 소설을 소개하며 "고통스런 삶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과 수용만이 그 고통을 헛되게 하지 않는 역설적인 치유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은 암시한다"라고 적고 있다. (우리시대 우리작가 洪盛原 - 동아출판사) 


여하간 이 책 <디 데이의 병촌(兵村)>은 출간된지 40 여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전혀 구닥다리 냄새가 나지 않는 아주 흥미있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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