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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 역사가가 찾은 16가지 단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8월
평점 :
1.
너무도 흥미롭고 매력적이면서도 알찬 정보들로 가득 찬 보물창고 같은 책이다. 읽는 내내 너무 재밌고 오래전 읽었던 장면들이 떠올라 가슴 훈훈하고 추억에 흠뻑 젖을 수 있었다.
저자 설혜심은 단순히 호사가적인 말초적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추억에 가득찬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다시 읽으며 박식한 역사가의 깊이 있는 안목으로 당대의 현실과 그 이면을 세밀하게 살피고 있다.
2.
나 또한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소설의 팬으로서 소설을 읽으며 소설 배경이 되는 당시의 시대상에 대해 막연한 호기심과 갈증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 갈증을 풀어주고, 그에 더해 애거서 크리스티에 대한 자잘한 정보들을 자상하게 알려주고 있다.
3.
저자 설혜심은 탐정, 집, 독약, 호텔, 배급제, 영국성, 계급, 제국 등 16개 키워드를 통해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분석할 뿐 아니라 당시의 영국사회를 세밀하게 살피고 있다. 단순히 어린 시절의 추억에 머물지 않고 지성과 지식을 겸비한 역사학자의 안목과 시각으로 소설 속 제국주의의 본질, 계급, 영국인의 우월성 등에 대해 예리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4.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며 “아 참 좋은 책이다”라는 느낌이 드는 책은 그 책 을 통해 또 다른 책을 더 찾아 읽게 되는 그런 책인데 이 책이 그렇다. 우선 이미 소장하고 있는 스무 권 정도의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소설에 더하여 몇 권을 더 주문했고, 또 《애거서 크리스티 자서전》(김시현 역, 황금가지)을 이미 입수했으며, 저자가 중요한 미시사 책으로 거론한 《몽타이유》(엠마뉘엘 르 루아 라뒤리, 유희수 역, 길 2006)를 구하려 노력 중이다(현재 절판 상태).
5.
저자는 코라나 시국으로 자의반, 타의반 갇히게 되어 이 책을 저술하게 되었다는데, 그 덕으로 우리는 이런 금은보화가 가득한 보물 같은 책을 가지게 되었다. 머리말에서 자신이 최고로 심혈을 기울인 《인삼의 세계사》(휴머미스트, 2020)가 출간되는 날 최악의 코로나가 터져 북토크 한번 못하고 지나갔다고 슬퍼하지만 세상만사 세옹지마! 이런 망외(望外)의 옥동자를 낳았으니 부디 너무 애석해 마시길.....^^
저자의 필력을 확인했으니 위 《인삼의 세계사》 등 저자의 다른 책들도 구입해 읽어봐야겠다.
사족 :
저자는 이 책에 나오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책명은 모두 빨간색 책등으로 우리의 추억속(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남아있는 해문출판사의 책명을 그대로 존중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책 이름마저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