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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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나는 결혼을 하자는 오랜 남자친구 지명을 두고, 호주 갈 돈을 보태 30평대 아파트로 이사가 행복하게 살자는 부모를 뒤로하고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왜 한국을 떠나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고,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 못 살겠어서'. 그리고 계나는 한국 사람으로 태어나서 자신의 모국인 한국이 싫다고 하는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말한다. '내가 언제 한국 사람들을 죽이자 선동했어? 그냥 난 한국에서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라 떠나겠다고.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할 수는 있는거잖아?'

<표백>의 작가 장강명의 신작 <한국이 싫어서>는 ​이처럼 도발적인 주장을 하는 계나의 이민 선언으로 시작된다. 계나는 지극히 평범한 20대 후반의 여성이다.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집안이 빵빵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얼굴이 대단히 예쁜 것도 아니다. 지독한 취업난에 겨우 종합금융회사 신용카드팀 승인실에 취직해 카드 승인을 해주는 기계적인 일을 하며 살아간다.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일에, 번 돈은 식구들을 먹여 살리는 데로 흘러들어가고, 남자친구 집안에서까지 '어디 감히 니가 내 아들을'이라는 무시까지 경험하자 이민을 가기로 결심한다. 계나의 이민 선언에 지명은 우리나라도 살만하며, 외국에 나가면 또 다른 무시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설득하지면 계나는 말한다. "어차피 난 여기서도 2등 시민이야."

소설은 시종일관 담담하게 계나의 입을 빌어 지금의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20~30대의 처지를 보여주고 있다. 신분 사회는 아니지만 출신 성분이 일자리를 결정하고, 노력 사회라고 표방하고 있지만 노력보다는 연줄이 중요한 인맥 사회이고, 그렇게 사회에서 낙오된 사람들은 낙오자라는 낙인을 찍어 방치해버리는... 대학이 취업을 보장하지도 않고, 취업이 미래를 보장하지도 않고, 희망 조차 사치가 되어버려 어디 한 곳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 다니는 '노마드 청춘'의 이야기를 말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다이나믹한 플롯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호주 이민 사회라는 대단히 특별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가지고도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더 대단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도 않았지만 조금 더 계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남은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고, 다 읽고 나서도 줄을 그었던 문장들을 다시 찾아 읽고 또 읽었다. 나의 이야기인 것 같아서, 내 마음을 계나가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부디 계나가 호주에서는 행복하게 잘 사는 결말을 보고 싶었다.   ​

호주에 간 계나는 말한다. "국외자는 참 서럽구나. 이곳에서도 평생 이렇게 살아겠구나. 그런데 나도 한국에서는 국외자였어"라고 말이다. "나더러 왜 조국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지켜 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내 고국은 자기 자신을 사랑했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그 자체를. 그래서 자기의 영광을 드러내 줄 구성원을 아꼈지. 김연아라든가, 삼성전자라든가. 그리고 못난 사람들한테는 주로 '나라 망신'이라는 딱지를 붙여 줬어. 내가 형편이 어려워서 사람 도리를 못하게 되면 나라가 나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내가 국가의 명예를 걱정해야 한다는 식이지(170쪽)". ​

'왜, 이민이 가고 싶은데? 우리나라 살기 좋잖아'라고 되묻던 사람들에게 이젠 대답할 수 있는 근거를 이 책을 통해 찾은 것 같다. 어찌됐든, 난 행복하고 싶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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