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드 라이프 - 왜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목록에만 적어 두는가
조니 펜 외 지음, 박아람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서른이 되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라며 리스트를 작성해 하나씩 하나씩 해보던 때가 있었다. 리스트를 지워나가는 쾌감과,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내며 겪는 쾌감은 2년이란 시간을 꽤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줬다. 그러다 서른이 넘었고, 그 핑계로 나머지 리스트를 팽겨쳐두고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묘하게도 '뭐 재미난거 없어?'라는 말을 달고 다녔던 시점이 바로 그 리스트를 잊고 나서부터였다.

 

<버리드 라이프>를 읽다가 다시금 버킷리스트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 이 책은 미국판 남자의 자격이라 불리는 Mtv 티비쇼 '버리드 라이프'의 책 버전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극히 평범한 4명의 대학생이 모여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목록을 써내려가며 시작되었다.

 

처음 그들이 의기투합하기까지는 저마다 참담한 인생의 맛을 보고 있었다. 조니와 덩컨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충격과 더불어 준비되지 않은 독립을 준비해야했고, 벤은 럭비와 공부 모두에서 슬럼프를 겪으며 상상을 초월하는 우울증을 겪고 있었고, 데이브는 마리화나를 피우며 놀던 방황기를 접으려다 체중이 25킬로그램이나 불어나 웃음거리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생각한 이 네 남자는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버킷리스트를 써내려가기 시작했고, 혼자라면 불가능하지만 함께라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일들을 추려 100개의 리스트로 만들어냈다. 다음엔 시간을 맞춰 넷이서 2주간 휴가를 냈다. 리스트를 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버킷리스트에만 집중해 실행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이름은 '버리드 라이프'로 정했다. 매슈 아널드라는 시인의 의 시에서 그들이 원하는 표현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세상이 가장 붐비는 거리에서도, 시끌벅적한 다툼 속에서도, 우리의 매몰된 삶에 대해 알아내고픈 형언하기 힘든 욕망이 솟구친다." 이미 묻혀버린, 매몰된 버린, 성장 가능성에서도 너무나 멀어진 삶이지만 한번 사는 내 삶, 제대로 알고 도전해보고 후회없이 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이들의 리스트를 보면 참 재밌다. 베스트셀러 책 내기, 병 속에 편지 담아 보내기, 성공적인 사업 경험하기, 마라톤 하기, 백만 달러 벌기 등 의미 있고 누구나 한번쯤 해보고 싶어하는 것들도 있지만 시체 보기, 플레이보이 맨션 파티에 참석하기, "기네스북"에 오르기, 착륙하는 비행기 밑에 서 있기, 경기장에서 옷 벗고 달린 후 잡히지 않고 도망가기, 일주일 동안 말하지 않기 등등 대체 그걸 왜 하고 싶어? 하는 의문이 드는 것들도 있다. 그런데 그들이 그걸 이루어내고 이루는 과정을 보면 이들의 삶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 과정 자체가 보람이고 즐거움이고 행복인 것이다.

 

신기한 것도 많다. 오바마와 농구하기, 유명 코미디언과 콩트 해보기, 주요 개막 행사에서 리본 자르기, TV프로그램 만들기 등 '우와 대체 어떻게 이 괴짜들이 그들을 구워 삶았기에 허락해줬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도 있다.

 

책에는 이들의 100개 리스트와 더불어 이들 청년들에게 보내온 일반인들의 버킷리스트가 담겨 있다. 장난끼 넘치는 글들도 있지만 진지한 이야기들도 많아 그 아래 숨겨진 개개인의 꿈이 느껴져 나도 괜히 마음이 짠해졌다. 이 책에 그런 말이 있다. "오늘은 당신의 남은 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다" 정말 그렇다. 삶에 늦은 순간은 없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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