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뿌리는 자 스토리콜렉터 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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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의 눈을 일순간 선한 고양이 눈으로 바꾸는 몇 가지가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먹지 못해 죽어가는 기아 문제, 죄 없이 죽어가는 전장의 민간인들과 전쟁 포로 문제, 그리고 지구의 축복이자 후손들에게 물려줄 자산인 환경 파괴 문제가 그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을 찾아보기 힘들다. 무조건 인간이 잘못한 것이고, 탐욕이 문제이며, 무조건 도와야 한다. 만약 이 문제에 의문부호를 제시한다? 상상도하기 힘들만큼의 비판과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여기 그 중 환경 파괴 문제를 건드린 이야기가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타우누스 마을에 풍력에너지 개발을 위한 윈드프로 회사가 들어온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고, 곧 고갈될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바람을 이용한 에너지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주민들이 살아오던 땅을 내놓아야 했다. 바람이 가장 잘 들어오는 입지가 필요했고, 그를 위해서는 주민들의 이전이 우선 되어야 했다. 여기서 주민들과 윈드프로 사이에 실랑이가 시작된다. 거대 기업과 정부가 들고나온 환경 문제와 풍력 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충돌한 것이다. 시민단체는 윈드프로가 말하는 것과는 달리 이 지역은 바람이 없기 때문에 풍력 발전 자체가 불가능하며 이 모든 것이 기업들이 돈을 벌기 위해 추진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윈드프로는 엔할텐 상부 타우누스 산에 거대한 풍력 발전기 10대를 설치해 풍력발전 단지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곳은 바람이 부족해 풍력발전소를 만들어봐야 소용없는 곳이라는 사실이 조사 결과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윈드프로가 어떻게 했는지 아십니까? 돈으로 환경부 담당자를 매수하고, 숲에 가스를 뿌려 야생 햄스터들을 죽이고,

사업 승인을 받기 위해 평가서를 위조했습니다."

_ 328쪽

 

"윈드프로가 작년에 몇몇 단체의 스폰서를 했는데 모두 환경단체라는 거야.

예를 들면 브렘탈 물줄기 생태 환경 복원 사업, 포켄하우젠 풍해 지역 조림 사업,

니더요스바흐의 어미 잃은 야생동물 보호소 설립 사업 같은 거야. 타이센은 환경연합의 명예회원이기도 해."

_ 109쪽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로 국내독자들에게 알려진 넬레 노이하우스의 책 <바람을 뿌리는 자>는 시작부터가 범상치 않다. 이 조용한 마을에 풍력 발전소 건립을 둘러싸고 시끄러운 대립이 이어지다 살인 사건까지 터진다. 처음에는 한밤중에 윈드프로 경비원이 숨지더니, 다음에는 윈드프로에는 땅을 팔지 않겠다며 고액의 보상금도 외면하고 버티던 마을 주민이 살해된다. 윈드프로 정반대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재니스와 리키는 더더욱 윈드프로를 압박하고, 사건은 미궁 속에 빠져버린다.

 

풍력 발전소가 환경을 위한 것이라 주장하는 윈드프로와 그것 자체가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라 주장하는 시민단체. 그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인지 쉽게 판단이 안 선다. 왜냐하면 이들은 환경 문제가 아닌 서로 다른 문제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운동을 하는 재니스는 윈드프로에서 해고 당한 전적이 있고, 윈드프로는 이 기업의 후원을 받는 기후학자가 제공한 입지 타당성 보고서를 가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환경 문제를 가지고 서로의 선의를 내세우며 싸우는 듯 하지만 알고보면 모두가 서로 다른 입장에서 자신의 복수와 챙길 이득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았던 사람은 단 한 사람 마르크였다. 윈드프로 사장의 아들이지만 시민단체 편에 서서 그들을 도왔던 마르크는 자신들이 믿었던 시민운동가 재니스와 리키마저 거짓과 음흉함을 선의로 포장했던 것을 알아채고 절규한다. 인류의 생존권을 개인의 돈과 바꿔치기한 기후학자나, 개인적인 보복을 위해 시민운동의 탈을 썼던 시민운동가나, 돈으로 매수해 더 큰 돈을 벌고자했던 기업이나 모두가 자신들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거짓말쟁이에 불과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때문에 읽기 시작한, 별 기대 없이 시작했던 책이었는데 처음에는 범인을 찾다가, 다음에는 분노하고, 그 다음에는 곳곳에 숨겨진 반전에 놀라다가, 마지막에는 허망함을 느끼게 하는 의외로 놀라운 구석이 있는 책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이 작가의 모든 책을 찾아 읽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너무 친한 친구들> 빌려주실 분 어디 안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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