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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역열차 - 144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니시무라 겐타 지음, 양억관 옮김 / 다산책방 / 2011년 10월
평점 :
니시무라 겐타. 투박하게 생긴 이 아저씨는 <고역열차>라는 소설로 144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며 이런 수상소감을 남겼다. "수상은 글렀다 싶어서 풍속점으로 가려고 했었습니다. 축하해줄 친구도 없고, 연락할 사람도 없습니다." 뭔 이런 쓸쓸한 수상소감이 다 있나, 수상소감도 작품따라가나, 대체 이 아저씨 얼마만큼 우울한가 궁금해 그의 책을 잡고야 말았다.
그의 작가 소개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다.
"초등학교 때 아버니가 범죄를 일으켜 수감된 뒤에 이혼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으나,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저지른 범죄가 성범죄였다는 사실을 처음 전해듣고 등교를 거부하면서 세상과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집을 나와 부두 하역 노동이나 경비원, 주류판매점 배달원, 식당 거주 종업원 등 육체노동으로 밥벌이를 시작했다."
작가의 이력처럼 이 소설의 주인공 간타(이름도 비슷하다. 아마도 자신을 투영해서 주인공의 이름도 그렇게 지은듯)도 어린 시절 아버지의 수감, 그것도 아버지가 저지른 범죄가 성범죄임을 알게 된 후 세상과 단절한 채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살아간다. 그날 벌어 그날 배고픔을 달래는 일용직 노동을하며 일당 5천 5백 엔으로 하루를 건사하고, 친구 대신 라디오를, 여자 친구 대신 대딸방(일종의 집창촌)을 드나들며 외로움을 달랜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은 밥값, 교통비를 제하고 남은 돈으로 사케 한 잔을 목으로 넘길 수 있을 때다.
이 소설이 충격적인 간타의 나이가 19살이라는 데 있다. 그의 삶이나 그의 사고방식은 여느 19살과는 너무나 다르다. 이미 세상을 달관한 듯한 시니컬한 태도나, 그저 하루 버티면 성공이지라는 삶에 대한 그의 사고방식은 19살이 하는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비관적이다. 간타가 노동 현장에서 만나 친구가 될 뻔했던 또래인 기타마치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한창 하고 싶은 것이 많고, 말도 안 되지만 꿈을 꿀 수 있고, 모든 것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봐야할 19살. 간타에게 그 모든 것은 아무짝에 의미 없는 일이고, 귀찮은 일이며, 심지어 쓸모 없는 일이라고 여긴다. 제목 그대로 그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고역열차'에 몸을 싣고, 그날 저녁값을 벌어 다시 내일 고역열차에 오를 준비를 하는 것이다.
200페이지도 안 되는 아주 짧은 소설에 특별하게 재미있는 서사 구조를 가진 소설도 아니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지금 우리 청춘들의 자화상을 마주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면서도 서글퍼졌다. 니시무라 겐타가 그런 무의미한 자신의 삶을 '문학'을 만나면서 탈출했듯이, 소설 속 간타도 그리고 우리들도 하루빨리 고역열차에서 탈출할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