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 - 보통의 두뇌로 기억력 천재 되기 1년 프로젝트
조슈아 포어 지음, 류현 옮김 / 이순(웅진)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기원전 5세기쯤 그리스 대연회장이 붕괴되는 참사가 일어났다. 그 붕괴 정도가 얼마나 끔찍했는지 구조 작업을 시작했지만 시신들이 훼손되어 그 신원을 파악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당시 이 연회장에 누가, 어디에 있었는지 정확하게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이때 한 남자가 등장해 사람들의 이름과 생김새, 붕괴 직전 그 사람들이 서 있던 장소를 줄줄 외우기 시작했다. 그는 시모니데스라는 사람이었는데, 참사가 일어나기 바로 몇 분전 대연회장에서 시를 읊고 밖으로 나오던 중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은 자였다. 그는 자신이 시를 읊을 당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옷가지, 행동거지 등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 남자 덕분에 유가족들을 가족의 시신을 찾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지금 우리는 ‘기억술’이라는 위대한 도구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은 바로 기억술의 시초라고 알려지는 시모니데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그의 기억술은 ‘기억의 궁전’으로 불리며 기억력 훈련의 가장 기초가 되는데, 자신에게 친숙한 공간을 상정하고 기억해야 할 것들을 이미지화해 그 공간 속에 배치하는 것이다. 저자 역시 이 방법을 사용해 메모리 챔피언에 등극한다). 가끔은 친한 친구의 전화번호도 까먹고, 차 키는 어디에 두었는지 매일같이 찾는 우리네와 같은 평범한 기억력을 가진 저자가 어느날 취재차 방문한 ‘2005 전미 메모리 챔피언십’에 참관하게 된다. 그리고 기억력의 대가들을 취재하며 그들은 타고난 기억력을 가진 것이 아니라 시모니데스와 같이 자신만의 기억술을 동원해 훈련한 후천적 기억력의 대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저자는 이참에 훈련을 통해 1년 후 전미 메모리 챔피언십에 도전하는 것을 목표로 훈련에 돌입한다. 그 과정을 담은 것이 바로 이 책이고,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가 만난 기억력의 대가들과 반대로 기억력이 형편없는 사람들, 각종 연구 자료와 실험들을 토대로 어떻게 기억력이 훈련을 통해 증진되고 발달 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다. 훈련을 통해 실제 메모리 그랜드 마스터에 등극한 에드 쿡, 레인맨의 모티프가 된 자폐 천재 킴 피크, <신경과학 저널>에 실린 기억력이 가장 나쁜 EP등이 실제 저자와 만나 자신들의 기억력에 대해 말하는 부분은 굉장히 흥미롭다.

 

결과적으로 저자는 이듬해인 2006년 기자기 아닌 선수로 참여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다. 그가 이 과정을 통해 보여주는 건 기억력이라는 것은 적절한 기억술을 사용하면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고, 누구나가 훈련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가 알려주는 ‘기억의 궁전’ 활용법, 숫자를 외우는 PAO시스템(사람-행동-대상), 이름 외우는 베이커 베이커역설(빵굽는 베이커와 같이 이름을 시각화 하는 방법) 등은 충분히 일상에서도 써먹을 수 있으며 정말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어렵지 않은 방법이다.

 

그렇다면 이 저자는 1년 만에 기억력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는가하면 그건 또 꼭 그렇지는 않다. 메모리 대회라는 것 역시 종목이 있고, 그 종목에 맞춰 트레이닝 된 사람만이 잘 할 수 있다. 메모리 대회의 기본 종목인 스피드 넘버(숫자 기억하기), 스피드 카드(카드 순서 기억하기), 얼굴과 이름, 시, 단어 등을 잘 외운다고 평소 삶에서의 기억력이 꼭 좋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은가. 
   
이 책만큼 책을 읽으며 책의 내용을 ‘기억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 본 책은 없는 것 같다. 내게는 기억의 축복보다는 망각의 즐거움이 더 큰 것 같다. 아무튼 간만에 즐겁게 읽은 책이다(1주일 뒤면 내용의 90%는 까먹겠지만 말이다).  

 

 

 

 

 

[덧붙여]

1) 이 책의 제목인 <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은 포커 카드를 외우기 위한 기억 장치로 "인상적인 장면 만들기"를 상징한다. 아인슈타인이 페니 로퍼를 신고, 다이아몬드 글러브르르 끼고 문워킹을 하는 장면이 저자에게는 쉽게 잊히지 않는 장면이어서 그렇단다(내게는 그 장면 자체가 더 어려워 기억하기 힘들 것 같지만).

 

2) 이 책에서 대표적으로 소개되는 세 가지 기억술 중 '기억의 궁전'법이 가장 유용할 듯하다. 예를 들어 장보기 목록을 기억하기 위해 각 장소에 사야할 각 항목을 배치해 이미지화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난 그 이미지 마저 떠올리지 못할 것 같아 좌절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