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만세! - 중국식 사회주의의 위대함을 보라
장리자 지음, 송기정 옮김 / 현암사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이봐, 자넨 일하러 오면서 왜 그런 옷을 입었지? 외국 문화를 숭배하나?”
“무슨 옷을 입든 제 자유예요. 공장 복장 규정에 어긋나지는 않잖아요?”
“자유? 확실히 자넨 썩어빠진 서양 사상에 물들었군. 여긴 사회주의 공화국이야.
신성한 정치를 논하는 시간에 그 썩어빠진 외국 책을 읽는 것은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행위라고.“
  _ 288쪽 중에서

중국 현대사 중에서도 문화대혁명에서 시작되어 톈안먼 사건으로 끝을 맺는 약 20년은 여전히 수많은 학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고, 많은 문학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기이다. 아직까지도 많은 것들이 공개되지 않은 채 수면 아래 잠겨 있고, 마오저뚱에 대한 후대의 평가 역시 양극으로 첨예하게 갈리는 그 어떤 것도 확실한 무언가가 없는 시기이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이 책 <중국만세>를 봤을 때 열광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시기를 살았던 산증인의 이야기임으로.

 

<중국만세>는 장리자라는 여성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1964년부터 1990년 영국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의 중국의 모습이 담겨 있다. 1966년, 문화대혁명의 시기에 갓난 아이였던 장리자의 머리에는 기억이 남아있지만 어머니와 할머니, 이웃들의 입을 통해 당시의 모습이 재연된다. 공부하는 것이 제일 좋았던 그녀는 16살, (강제적으로)공부를 그만두고 어머니에 이어 딩즈(부모가 퇴직하며 그 일을 자식이 물려받는 것으로 실직자의 수를 줄이기 위한 당시 정부 정책이었다.)로 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중국 사회에 마주한다.

 

국가라는 강력한 실체에 대한 두려움을 지닌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반항을 꿈꾸며 다른 곳으로 억압을 표출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장리자의 시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생각만큼 그들의 삶이 다이나믹 하지는 않다. 국가가 무엇을 부르짖든 먹고 살 것이 우선인 노동자들에겐 그저 주어진 룰에 맞추어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어가며, 가족들과 맛있는 저녁 한끼를 먹으며 만족하며 살아간다. 물론 그러한 모습을 답답하게 여긴 장리자는 달랐지만.   

 

1989년 TV에서 톈안먼 사건을 접한 그녀는 공장 동료 노동자들을 회유해 함께 톈안먼 광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용감하게 강단에 올라가 '민주주의여 영원하라!'는 구호를 외친다. 이 일로 그녀는 톈안먼 사건 주동자로 몰리게 되고 기나긴 취조를 겪게 된다. 결국 그녀는 중국 땅을 버리고 당시 중국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혼전 임신에, 영어 공부까지 감행하며 영국 유학길에 오른다. 그리고 그곳에서 중국의 힘 없는 대중들을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녀가 살았던 1980-90년대에는 상상도 못했을 자유를 경험하게 된다.

 

이 책은 여성 노동자 장리자가 노동자들을 이끄는 민주투사가 되고, 마침내 진짜 중국을 보여준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하필 장리자여야 하는가다. 사실 책을 읽다보면 그녀는 사회에 대한 의식보다는 단지 공부가 하고 싶었을 뿐이었고, 그 공부가 영어였기 때문에 유학길을 떠나고 싶었던 거다. 또 마치 자신을 톈안먼 사건의 주동자처럼 묘사하고 있지만, 당시 톈안먼 광장에 모였던 사람 수만 100만, 게다가 소규모 단위로 수많은 선동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 특별한 사람도 아니다. 장리자는 그저 세상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자유연애를 주창하며 외국 문물에 개방적인 마인드를 가진 여성이었을 뿐이었던 거다.

 

중국 현대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겐 이 책보다 오히려 위화의 소설 <인생>을 추천하고 싶다. 비록 소설이기는 하지만 부잣집 도련님에서 가난한 농부로 전락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국공내전에서 문화대혁명까지 해방이후 40여년 간의 중국 현대사가 잘 묘사되어 있다. 권력자의 역사가 실제 국민들의 삶의 시각에서, 농민들의 삶이 얼마나 처참했는지, 그들에게 정치적인 싸움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소설이다. 소설 속 인물이지만 장리자보다 훨씬 더 생생한 중국 민초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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